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들엔 어떤 것이 있었고, 대규모 전염병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우리 개개인이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화석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사이에서 원자력의 역할은?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AI)이 가져다주는 미래의 명암은?
『과학관 옆 사회교실』은 과학과 관련된 사회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사회과 융합교육 자습서이다. 앞서 『미술관 옆 사회교실』, 『박물관 옆 사회교실』로 예술+사회, 역사+사회 융합교육을 시도한 저자들의 시리즈 세 번째 책. 1교시 전염병, 2교시 에너지, 3교시 신소재, 4교시 유전자 기술, 5교시 인공지능, 6교시 기후와 환경문제로 나누어, 열두 명의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가 집필하고 경기도책공작소 독서기반교육연구회와 전국사회과교과연구회가 감수와 추천을 맡았다.
스쳐 지나칠 뻔했던 일상의 이슈들
원자력이냐 태양광이냐,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버튼 하나로 조작하는 사물인터넷(IoT) 세상…. 일상이 돼 버려 자칫 무심코 스쳐 지나칠 수 있는 현상들이 이 책에서는 ‘살기 좋은 지구에서 다 함께 잘 살아가기’를 위한 생각할 거리로 다듬어진다. 재미로 흘려보냈을지 모르는 영화나 문학작품 속 장면들을 불러내 흥미로운 과학+사회 이슈로 만들어 내는 것도 책의 강점이다. 〈어벤져스〉 토르가 휘두르는 ‘스톰 브레이크’는 신소재 그래핀으로 성큼 다가와 있고, 〈아이언맨〉의 슈트는 나노 입자 기술의 발전사를 고스란히 밟으며 진화한다. 유전자 기술이 나오는 영화의 원조는 〈쥬라기 공원〉(1993)이었고, ‘황우석 신드롬’은 인간 배아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지만, 인간에 적용되는 유전자 기술이 불러올지 모르는 음울한 미래는 일찍이 90년 전 소설 『멋진 신세계』가 그려 낸 바 있다. 〈아이 로봇〉에서 물에 빠진 성인 남자와 소녀 중 성인 남자를 먼저 구하는 택배 로봇은 ‘감성 가치’와 ‘계산된 가치’의 딜레마를 잘 드러낸 장면이다.
과학이 여는 미래, ‘빛과 그늘’을 함께 생각한다
책은 과학기술이 열어 줄 미래의 화려한 청사진뿐만 아니라, 그것이 몰고 올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 인간성 상실을 경고한다. 에너지 고갈,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 ‘맞춤형 아기’와 안락사 등등 묵직한 화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고,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의 문제다. 그래서 책은 첫머리부터 ‘지구를 지키는 세계시민’의 의식을 강조한다.
1) 시대의 변화를 읽어 내고 그 흐름에 올라타는 ‘뉴 노멀’ 시민,
2) 사회 변화에 잘 적응하는 융합형 인재,
3)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공헌할 시대적 책무를 지닌 세계 시민. (책머리에, 17쪽)
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구와 인류에 그늘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과학기술의 진보가 미래 사회의 위기와 현안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핵심 열쇠”(19쪽)라는 전망은 그래서 역설적이면서 자못 시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