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말한다. ‘데뷔작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이 책은 그의 영화 작품 전반에서 드러나는 그만의 시선과 태도, 그 세계의 시작점과도 같다. 단지 첫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다. 야마노우치 도요노리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취재하면서 느낀 동질감과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 때문이다. 취재란, 취재 대상이란, 공공이란, 인간이란, 복지란 무엇인지. 관료의 죽음 너머에서 발견한 것들은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을 남기면서 훗날 대상과 사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자리 잡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장편영화로 데뷔하기 전 사회복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당시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1992년 『그러나… 어느 복지 고급 관료, 죽음의 궤적』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관료인 동시에 순수한 한 사람의 인간이 지키고자 한 소명과 이상, 그러나 현실과의 괴리 속에 한없이 느낀 나약함이 울린 공명은 고레에다 감독을 통해 세상으로 전해졌다. 책은 몇 년이 지나 제목과 내용을 바꿔 두 차례에 걸쳐 다시 출판되었다. 처음 관료의 죽음에 주목한 시점에서 한 인간을 취재하면서 달라진 시선으로, 또 출간 이후, 재출간 이후까지도 고레에다 감독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 세상에 나온 책을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어판으로 번역해 출간하게 된 이유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더 남았다. 세상에 남은 부인 도모코의 이야기다. 야마노우치의 53년 인생에는 부부가 함께 살아온 삶이 자리했다. 야마노우치와 부부의 지난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남편을 잃은 부인의 애도 작업에 함께하는 일이었다. 그 동행을 마무리하면서 야마노우치가 남긴 작별 인사에 비로소 대답할 수 있었다.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대답을 남길 것인가. 이 책이 가닿는 여러 지점에서 또 다른 울림이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