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만 편안하고 엉뚱하지만 매력적인,
글쓰기 센터와 상점
826 내셔널은 처음에 글쓰기 센터를 운영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건물을 임대하고 나자, 그 일대가 소매 상업 지역으로 구획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 센터를 세우려면 그곳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팔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한편에는 아이들이 공부하거나 뛰놀 수 있는 〈826 발렌시아〉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해적을 위한 용품을 판매하는 〈해적 상점〉이 있는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곳은 독창적인 콘셉트에 걸맞은 인테리어 디자인과 소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자체적으로 제작한 〈검은 수염 선장의 연장용 수염〉, 〈배 밑바닥에 고인 물〉, 〈뱃멀미 약〉 등 유머가 담겨 있는 상품들은 상당한 인기를 이끌어 냈다.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연한 결정이 결국 고리타분한 글쓰기 센터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명소로 거듭나게 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글쓰기 센터와 상점을 함께 운영하는 방침은 곧 826 내셔널만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
그 이후 뉴욕 브루클린 〈826NYC〉, 영국 로더럼 〈그림 상회〉, 스웨덴 스톡홀름 〈베라타미니스테리에트〉, 오스트레일리아 파라마타 〈이야기 공장〉, 오스트리아 루스테나우에 〈워트〉, 이탈리아 토리노 〈스쿠올라 홀덴의 프론테 델 보르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노르체이〉, 아일랜드 더블린 〈파이팅 워즈〉, 캐나다 토론토 〈이야기 행성〉 등 새롭지만 편안한 학습 공간과 엉뚱하지만 매력적인 상업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들이 점점 더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영리 민간 단체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아이들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공간을 하나둘씩 늘려 가고 있다. 그 결과물로는 전주시립도서관 내 〈우주로 1216〉, 슬기샘어린이도서관 내 〈트윈웨이브〉, 세종시립도서관 내 〈스페이스 이도〉를 비롯해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제3의 시간〉 등이 있다. 특히 제3의 시간은 8세부터 19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탐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평소와 다른 조금 낯선 경험을 안전하게 시도해 보는 시간을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마땅히 아름다운 공간에서 자라야 한다. 아름다운 공간에 둘러싸인 아이들은 분명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될 테니 말이다. 아마 독자들이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이토록 의미 있는 일을 열렬하게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