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가톨릭문인협회 2022년 사화집이다. 335명의 회원들이 시, 시조, 수필, 소설, 동시, 동화, 희곡, 평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이 실려 있다. 새롭게 총정리한 연혁과 회칙이 부록에 담겨 있다. 가톨릭 신앙의 문학적 의미는 물론 세상에 빛을 비춘 정신사적 구원 의지의 내면세계를 볼 수 있는 장장 686쪽의 무게를 지닌 뜻깊은 사화집이다.
〈우리는 서양 중세 전체를 ‘암흑시대’로 단정하는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받아왔다. 사실 서양 중세의 사상과 문화를 살펴보면, 오히려 서양 중세야말로 빛과 색의 시대였음을 알게 된다. 이는 성당의 모자이크 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 창만을 보아도 금방 확인된다. 바로크 시대의 그림들 안에서 사물들은 빛을 받고 나서야 빛난다. 그러나 중세의 그림들 안에서 특히 채색 사본 삽화 안에서 사물들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하고 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쌍벽을 이루는 중세의 대 신학자 성 보나벤투라는 그리스도교적 신플라톤주의의 빛의 사상을 종합하였다. 그는 빛을 삼상三相으로 분석한다. 첫째, 룩스(lux)는 빛 그 자체이다. 둘째, 루멘(lumen)은 방사放射하는 빛이다. 셋째, 스플렌도르(splendor)는 반사광反射光이다. 성부는 마치 원광原光과 같다. 성자는 그 원광에서 나온 광선과도 같다. 그리고 우리는 그 광선을 받아 빛나는 반사광이다. 성 보나벤투라는 인간은 그리스도의 조명을 받아야만 원광인 성부께로 귀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