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진행되는 학교혁신의 역사적 흐름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학교혁신이 바로 학교 단위 교육과정의 혁신을 중심으로 진행된 혁신학교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보통 거론되는 경상북도 구미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이 교육과정 논의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역량 교육과정을 학교교육과정으로 스스로 만들어 실천하고 이렇게 기록한 경우는 정말 귀한 기록물이 아닐 수 없다. 미래학교가 가야 할 길을 학교혁신이 가장 쉽지 않다고 예상했던 경상북도에서 보석처럼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미래학교에 가장 걸맞은 역량을 고민의 핵심 지점으로 잡은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보석처럼 귀한 실천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첫째,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도 아니고 교육계의 유행에 민감해서도 아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같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가 오히려 가장 미래에 맞는 학교의 모습을 만든 것이다.
둘째, 이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교사들 각각 개인적 노력에 그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6년의 배움’이라는 학교교육과정을 완결성 있게 만들어낸 것은 보석같이 빛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기초소양으로 문해력, 수리력, 디지털 소양을 정하고, 핵심역량으로 자기 관리 역량, 고차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공동체 역량을 정한 것은 단위 학교에서 교사들이 현장에 기반한 고민을 정확히 정리한 것이다.
셋째, 이런 학교교육과정을 만드는 노력이 2015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 등 국내의 교육계 흐름만이 아니라 OECD, UNESCO 등 국제적 교육 흐름에 맞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것임에도 지식 위주의 배움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미래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역량과 핵심역량을 찾아 정리하고 이를 6년간 어떻게 배울 수 있도록 할지를 지도처럼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충분한 실천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고민되는 지점들도 있다. 하지만 봉곡초등학교 교사들은 외친다. 다른 학교들도 같이 해보자고. 그래서 이런 실천들을 같이 나누자고. 그 실천의 기록을 모으고 쌓아서 진짜 제대로 된 학교혁신을 이루고 모든 학교가 자기들의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고.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는 역량 교육과정이 우리 학교에 자리 내리고 결국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고.
이 책은 경상북도 구미의 한 초등학교에서 몇 년에 걸쳐 교사들이 같이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역량에 기반한 학교교육과정을 ‘6년의 배움’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내고 실천한 기록들이다.
이런 기록들은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6년간 학생들의 배움을 기획하고 교수활동의 방향을 같이 설정한 드문 경우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 속에서 역량을 중심에 두고 교사들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실천한 뒤 이를 정리하여 구체적으로 교육과정으로 엮어낸 결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왜 역량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봉곡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의 연구와 실천을 전체적으로 이끈 장계영 교감선생님의 글이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혁신을 이루기 위한 혁신학교들은 학교의 비전과 핵심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학교교육과정이 이루어지고 이어서 학년별 추상적 가치를 앞세우는 교육과정과 달리 역량을 중심에 두고 6년간의 통합적 배움을 기획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1부에서 우리는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학교교육과정이 왜 미래교육에 필요하며,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고, 결국 봉곡초등학교에서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노력이 이루어졌는지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아마도 다른 혁신학교들과는 다르게 봉곡초등학교 교사들이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떤 노력을 하려고 했는지 자세히 알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2부는 ‘역량 교육을 어떻게 설계할까?’라는 제목으로 ‘6년의 배움’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설계한 도영록 교무부장의 글이 실려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하기까지 6년 동안 학교에서 일관된 목표와 흐름을 바탕으로 교사 전체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도록 돕는 학교교육과정인 ‘6년의 배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히고 있다. 다른 학교들도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될 것이다.
3부는 ‘기초소양을 어떻게 키울까?’라는 제목으로 봉곡초등학교에서 같이 설정한 3개의 기초소양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문해력, 수리력, 디지털 소양에 대해 3명의 교사가 자기 학년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다른 학교의 교사들에게도 실천적 참고가 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교수학습 방법보다는 기초소양을 3가지로 설정한 이유와 그렇게 단위 학교에서 이를 교사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한 과정도 중요하다. 그 뒤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과정들이 있어야 할 것인데 이를 설명하면서 나아가 다른 학교 교사들과 같이 이런 경험을 나누고 토론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4부는 ‘핵심역량을 어떻게 키울까?’라는 제목으로 역시 봉곡초등학교에서 같이 설정한 4개의 핵심역량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자기 관리 역량, 고차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공동체 역량에 대해 4명의 교사들이 자기 학년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을 역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의 학년별 성장 과정을 참고하면서 각 학년별 교육과정이 학년별로 연계되도록 하면서도 학생별 성장에 맞추어 교수학습을 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다른 학교 교사들도 참고하면서 같이 토론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육과정은 국가교육과정만 있는 시대는 지났다. 학교 단위에서 교사들이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같이 토론하면서 학교교육과정을 스스로 만들어갈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지식 위주에만 머물지 않고 역량을 키우는 새로운 미래형 교육과정을 학교 단위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더 일반화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서로 같이 이에 대해 토론하고 더 발전시켜나감으로써 현장에 기반한 진정한 의미의 올바른 교육과정들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