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Talmud)’는 히브리어(語)로 ‘배움’ 혹은 ‘연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책으로서의 ≪탈무드≫는 무엇보다 엄청난 분량으로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모두 20권으로 1만 2천여 페이지에 이르며, 그 속에 250만 개 이상의 낱말이 있고, 무게로는 75㎏에 달합니다.
≪탈무드≫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책인지를 몇 구절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설명하자면 참된 의미를 왜곡하게 되고, 그렇다고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탈무드≫는 사실 책이라기보다는 위대한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원전 5백 년에서 기원후 5백 년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1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2천 명에 달하는 학자들이 힘을 합쳐 편찬해 낸 것이 바로 이 1만 2천여 페이지에 이르는 ≪탈무드≫입니다.
그 당시엔 엄청나게 많은 구전(口傳)이 이곳저곳으로 분산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정치가나 관리, 부자 또는 유명한 사람들이 그 구전을 이어온 게 아닙니다. 순수한 학자들에 의해 문화, 윤리, 종교, 관습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의 소중한 부분들이 상실될 것을 염려하여 여러 곳으로부터 전승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때 전승자들 중에서 두뇌가 우수한 사람은 의도적으로 제외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독단적인 생각을 삽입시켜 진실을 변형시키지나 않을까 염려해서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수백 년 동안 구전되어 오던 ≪탈무드≫의 편찬 작업이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존하는 것으로 바빌로니아의 ≪탈무드≫와 팔레스티나 ≪탈무드≫가 있는데, 그중 바빌로니아 ≪탈무드≫가 정통으로 취급되어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탈무드≫라고 하면, 이 바빌로니아 ≪탈무드≫를 일컫는 것입니다.
≪탈무드≫는 법을 논하고 있지만 법전은 아니며, 역사를 얘기하고 있지만 역사책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인명사전이 아닙니다. 또한 백과사전이 아니면서 백과사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5천 년 유대인의 지혜이고, 총괄된 정보의 저장고라고 할 수 있는 게 ≪탈무드≫입니다. 유대인의 지적 자산과 정신적 자양분은 모두 여기에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가 방대한 내용과 심오한 뜻을 담고 있다 하여 ‘바다’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탈무드≫는 오랜 유랑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유대 민족을 굳건히 연결해 준 구심점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유대인 모두를 ≪탈무드≫ 연구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정신적인 자양분을 ≪탈무드≫에서 얻고 있으며 생활의 규범이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탈무드≫를 유대인이 지켜왔다기보다는 오히려 ≪탈무드≫가 유대인을 지켜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또한 ≪탈무드≫를 일컬어 ‘유대인의 얼이 담긴 유대인의 문화유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듯싶습니다. ≪탈무드≫는 진정한 의미에서 뛰어난 문헌일 뿐만 아니라 웅장하고 호화로운 문화의 모자이크입니다. 이러한 ≪탈무드≫를 제외하고서는 서양 문명의 모체가 되는 문화 형식과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탈무드는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사색하며 배우는 책입니다. 이를테면 그날그날 읽고 배운 내용을 곰곰이 되새겨본 다음, 각자가 생활 속에 응용할 수 있는 지혜를 일기처럼 적어두는 방법도 좋습니다.
인간중심주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생물들은 삶이 편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이것은 한순간도 우리 머리를 떠나지 않는, 실로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이 책에서는 ≪탈무드≫의 ‘삶에 대한 가르침’을 모아보았습니다. ‘올바르게 사는 삶’, ‘더불어 사는 삶’, ‘지혜롭게 사는 삶’, ‘분별하며 사는 삶’의 넷으로 나눈 주제 아래 108편의 스토리(story)를 여러분께 선사합니다.
5천 년간 이어져 온 인류의 성찰(省察) ≪탈무드≫, 지혜의 큰 바다에 뛰어들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