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른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이라는 설정에서 비롯한 이 소설은 혼란의 시대에서 선과 악이 무엇인지, 선과 악이 어떻게 대립하고 투쟁하는지 보여 준다.
내일이 없다는 절망을 무기 삼아 악행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무법자 무리와 그에 맞서 저마다의 이상을 찾는 여러 무리,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들이 경쟁하고 투쟁하고 화합하며 마침내 꿈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그리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른 없는 세계》 속 주인공들은 ‘떠난다.’ ‘떠남’은 청소년소설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중요한 장치이다. ‘떠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새로운 관계로 뻗어가며 역경을 딛고 성장한다. 《어른 없는 세계》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 역시 떠난 길 위에서 자신을 찾는다. 강한 의지와 인류애를 가진 아스트레아, 지식이 높지만 그것이 틀이 되어 그 안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네스토르,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레온 이 세 주인공은 우연히 보호하게 된 아기를 위해 떠난 여정에서 여러 사건을 겪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서로가 누구인지 발견한다.
무법자 무리, 어린이로만 구성된 지하 군대, 여성들의 군대, 예언자 등 각기 다른 뜻을 세우고, 다르게 사는 집단들을 만나, 때로는 위험에 처하고 고통을 견디며 가슴 아픈 이별을 겪는다. 그 과정을 통해 주인공들은 연대와 우정, 사랑 그리고 인류애를 배워 나간다.
이 소설 속에 어떤 사회를 건설해야 할지, 어떤 무리가 옳은지,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지만 소설 속 여러 집단을 보면서 우리는 사회가 무엇인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얻을 수 있다.
이 소설은 자연과 전쟁에 대한 이기적인 인간을 고발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리고 우리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다. 예상치 못한 혼돈에 맞닥뜨린다 하더라도 선과 정의를 추구하고 인간의 이기심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와 나눔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전염병, 사회적 약자, 대안적 가족과 집단 등 시의성을 담은 소재와 이야기로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줄거리
‘어른이 죽은 날’. 그날, 스물 두 살이 넘은 사람들은 단 세 시간 동안 모두 죽어 버렸다. 어른들이 갑자기 죽어 버린 세계에서 남겨진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혼란에 빠진다. 나름의 법과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시의 각 구역에서 무법자 무리가 나타나 법과 질서를 무너뜨려 버렸다. 이들은 스물두 살이 되면 죽는다는 절망을 무기 삼아 각종 폭력과 강도짓으로 남은 세상마저 부수며 살아간다. 식량을 빼앗고, 거리를 점거하고, 이에 복종하지 않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아스트레아는 굶어 죽을 위험 속에서 무법자 무리의 우두머리인 죽음의 왕을 찾아가 음식을 요구했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을 당하자 아스트레아는 그를 비난하고 음식을 훔쳐 도망간다. 무법자 무리의 추격을 피해 어느 건물에 숨어든 아스트레아는 그곳에서 네스토르를 만난다. 그는 엄청난 독서를 통해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혼란을 예상하여 식량을 비축한 지혜와 이를 윗층 임산부에게 나누어 주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스트레아와 네스토르는 그 건물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임산부는 아기만 남기고 죽었고, 아스트레아를 쫓는 추적은 목전까지 다다르고 말았다. 아스트레아는 네스토르에게 아기가 안전하게 클 수 있는 곳으로 떠나자고 제안했지만 네스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망설인다. 그때, 우연히 이 건물로 레온이 들어오고, 레온도 아스트레아의 일행이 된다. 결국 아스트레아의 굳은 의지와 희망에 끌려 셋은 아기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난다. 이 여정은 세 주인공에게 역경과 성장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그들이 고통 속에서도 비참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세 친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돌보고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며 이들은 종착지, 희망이 있는 곳, ‘성’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염원했던 세상을 만나게 될까?
무모하고 아름다운 이 여정을 함께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