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던지는 ‘내일’에 대한 질문
우리는 오늘을 마감하고 내일을 맞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이기에게 ‘내일’이란 절대 오지 않을 미래입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하루살이에게 허망한 꿈과 같을지도 모를 내일을 찾아 나서게 합니다. 내일을 찾기 위해 꽃밭에서 시작된 하루살이의 여정이 하늘과 바다, 그리고 눈 덮인 깊은 산속으로 이어지며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갑니다. 물론 이는 독자만이 아는 진실이기에 밤이 될 때까지 내일을 찾는 하루살이가 여간 애틋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살이가 만난 새싹들에게 내일은 자라나는 희망이고, 시든 꽃들에게 내일은 꽃봉오리를 피워내기 위한 인고이며, 노인에게 내일은 두려움이고, 물결에게 내일은 새로운 빛으로 일렁이는 파도이며, 소녀에게 내일은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내일을 향한 하루살이의 질문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일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한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마치 무한한 내일을 가지고 있는 듯 당연하고 무심하게 ‘내일’을 맞고 있는 우리에게 작가는 단 하루만 가진 하루살이를 통해 내일이 가진 의미를 이렇듯 다양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글과 그림이 각각 빛을 발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조화로움
화면을 가득 채워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림책이 책꽂이에서 만나는 갤러리임을 일깨워주는 나현정 작가의 작업 방식이 이번 그림책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화려한 색과 면으로 표현된 장면장면은 그 자체로 더없이 아름답게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이에 더해 글 원고를 주인공인 ‘하루살이’와 주요 테마인 ‘내일’,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존재들’과 ‘이야기 서술’ 부분으로 나누고 각각 흰색, 체리레드, 고동색, 검정색의 컬러박스를 채워 디자인함으로써 글의 의미에 방점을 두고 읽게끔 돕습니다. 그림과 글이 각각의 이미지로 조화를 이루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