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레알 ㅋㅋ, 킹받네, 아 짱나.’ 하루 종일 이 말만 반복하는 1318이라면?
이 책에 실린 어휘들로 다양한 생각을 멋지게 표현해보자!
생각학교 출판사에서는 쑥쑥 성장하는 1318들이 익히고 알아야 하는 지식을 쏙쏙 모아놓은 ‘사춘기 수업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사춘기를 위한 어휘력 수업》은 모국어 구사 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1318 친구들이 꼭 알아야 하는 어휘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말은 한자어를 기반으로 한 단어들이 많기 때문에 한자의 뜻을 모르면 어휘력 성장에도 제약이 생긴다. 저자는 청소년들의 어휘력 향상을 위해 단어의 기원을 살펴본다. 이를테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숙맥(菽麥)’은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왔고,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뜻하는 ‘노파심(老婆心)’은 지나치게 염려하는 할머니 마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무심하게 사용하는 말 속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 한자어를 비롯한 다양한 어휘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그 말에서 생겨난 파생어들도 함께 소개한다.
어휘력 향상은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어휘력을 바탕으로 한 읽기 능력은 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사회, 역사 등은 물론이고 수학, 과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장형 수학 문제, 과학의 개념 설명 등은 읽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는 단어가 많아지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그렇다면 수업도 즐거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을까?
어른들은 요즘 세대가 어휘력이 빈약하다고 혀를 찬다. SNS를 기반으로 한 메시지 창에는 각자만의 고유한 감정들이 ‘ㅇㅇ, ㅋㅋ, 킹받네, 짱나’ 정도로 표현된다. 하나로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과 생각은 저 단어들 속에서 삭제되어 버린다. 어휘력은 학습에만 연결된 것이 아니다. 어휘가 부족하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앞으로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미래를 다져나가는 친구들에게 온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 책은 어휘력이 청소년들의 지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성장에도 크게 관여함을 잘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겪는 어휘 부족의 문제는 한자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은 고유어와 한자어, 외래어, 신조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44만여 개의 표제어 가운데 한자어가 57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한자어와 고유어가 결합한 복합어까지 더하면 한자어의 비율은 더 올라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 병기도 사라졌다.
어휘력이 부족하니 글을 읽기도 쉽지 않다. 모르는 어휘가 많으니 글을 읽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긴 글을 어려워한다.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글은 등한시한 결과다. ‘TL;DR’라는 말이 있다. ‘too long; didn’t read’를 줄인 말로 ‘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다’라는 뜻이다. 그만큼 길고 복잡한 문장보다 짧고 단순한 문장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이런 현상이 어휘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글 읽기뿐만 아니라 글쓰기에서도 어휘력은 중요하다. 어휘력이 좋아야 글을 잘 쓸 수 있다. 글을 ‘집’에 비유하자면 어휘는 ‘벽돌’이다. 책도 안 읽고 어휘력도 빈약한데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벽돌 없이 멋진 집을 지을 수는 없다. 아무리 그림 실력이 좋아도 삼색 볼펜만으로는 풍부한 색감을 표현하기 어렵다. 최소한 12색 색연필은 있어야 한다. 24색, 50색 색연필이면 더 좋다. 우리의 어휘력은 몇 가지 색깔의 색연필일까?
어휘력,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가장 넓은 통로!
아이는 단어를 익히며 세상을 배운다. 아는 단어가 늘어날수록 아이의 세계도 커진다. 철학자 니체는 “꿀벌은 밀랍으로 집을 짓지만, 인간은 개념으로 집을 짓는다”라고 했다. 즉 우리는 개념을 담는 말로 삶을 꾸리고 세계를 짓는다. 내가 배운 말로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간다. 세상은 자기가 가진 말의 넓이와 깊이만큼만 해석되고 이해된다. 그래서 내가 가진 말, 내가 쓰는 말이 나의 삶이고 나의 세계다. 또 그것이 내 세계의 한계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 능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라고 했다.
바야흐로 정보 홍수의 시대다. “홍수가 나면 물이 귀하다”는 말이 있다. 사방에 흙탕물이 흘러넘치면 마실 물을 찾기 어려운 법이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믿을 수 있는 정보는 도리어 줄어든 듯하다. 사람들은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 속에서 허우적댄다.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다들 대충 읽거나 훑어보는 것에 익숙한 탓이다. 정보를 이해하고 종합하며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바탕에 읽기 능력이 있고, 읽기 능력의 토대는 어휘력이다.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힘이자 문해력을 증진시키는 도구!
민주주의는 비판적 사고와 성찰을 통해 유지된다. 사회 구성원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문해력이 떨어지면 비판적 사고와 성찰 능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쓰레기 정보가 거세게 밀려드는데, 우리가 탄 언어의 뗏목은 헐겁고 빈약하다. 그 틈을 ‘거짓 언어’가 파고들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독재 권력은 시민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말을 만든다. 《1984》의 새로운 말, 즉 신어(新語)에는 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어휘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free’라는 낱말은 있지만 ‘설탕이 없다(sugar free)’처럼 쓰일 뿐, ‘정치적 자유(political freedom)’ 같은 표현은 없다.
오웰은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이를 표현할 단어가 없으면 나중에는 생각 자체를 못한다고 경고했다. 단어가 사라지면 그 단어가 담고 있는 세계도 사라진다. 저자는 바로 이것이 《사춘기를 위한 어휘력 수업》을 쓴 이유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어휘력을 길러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키워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는 단어가 없어 막막하고, 어디서부터 익혀야 할지 모르겠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대장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말과 삶을 벼리는 ‘언어의 대장간’에서 말을 배우고 삶을 다진다면 분명 앞으로 보게 되는 세계는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