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여 년 동안 동물학의 기준이 된 책
기원전 4세기에 쓴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는 근대 동물학의 시조로 여겨지는 콘라트 게스너(Conrad Gessner, 1516~1565)가 쓴 같은 제목의 책이 출판되기 전까지 거의 2천 년 동안 동물학의 영역에서 이론의 여지없이 하나의 기준으로 여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 이전에 동물학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후에 나온 동물학 관련 책들은 『동물지』의 수정증보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는 19~20세기에 와서야 주목받게 된 선구적인 자연 관찰 기록이다. 이번에 노마드에서 출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는 옥스퍼드대학 출신 리처드 헨리 크로스웰(Richad Henry Creswell)이 독일의 고전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요한 고틀로프 슈나이더(Johann Gottlob Schneider)의 라틴어판을 영역한 Aristotle"s History of animals: in ten books(1862)와 다시 웬트워스 톰슨(D"Arcy Wentworth Thompson)이 영역한 History of Animals(1910)를 서로 대조하면서 번역했고, 본문의 소제목들은 다시 웬트워스 톰슨의 영역본을 주로 참조해서 편찬했는데, 쉽지 않은 과정의 작업이었다.
유럽 생물학의 기초를 마련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는 우리 자연 생명계의 질서를 해석하는 데 꼭 필요한 자료와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동물들의 생태계를 분석하여 거대한 기본 질서를 설명하는 지침서로 활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자연의 기본질서를 설명한 지침서
이 책에 언급한 동물들은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해부로 드러난 내장 기관의 모양까지도 자세히 기술할 정도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에서 최초로 체계적이고 방대한 생물 분류를 시도한 인물이다.
이 책은 무려 120여 종의 물고기를 포함해 500여 종에 달하는 생물 종의 내부 기관과 외부 기관, 생식 방식, 행동과 생태, 발생 그리고 질병의 특성과 차이점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총 9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무생물과 생물, 인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DNA의 염기 배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체계를 만드는 현대 분류학은 물론이거니와 18세기에 태동한 린네의 근대 분류학과도 상당히 다르지만, 생명체의 관찰 가능한 여러 가지 특징, 즉 피의 색, 다리 수, 서식지, 피부 성격, 날개 유무 등을 기반으로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학은 방대하고 폭넓은 작업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