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책 전문 출판사인 효림에서는 불교신행연구원 김현준 원장이 번역한 『관무량수경』을 신간으로 출판하였다. 이 신간 『관무량수경』은 서역국의 삼장법사인 강량야사畺良耶舍가 425년경에 한역漢譯한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을 저본으로 삼아 한글로 번역한 책이다.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아미타’를 범어로 표기하면 아미타유스Amitayusㆍ아미타바Amitabha의 두 가지로 쓰인다. 이중 아미타유스는 무량한 수명을 뜻하는 ‘무량수無量壽’로 번역되고, 아미타바는 무량한 빛을 뜻하는 ‘무량광無量光’으로 번역된다. 이 둘 중에서 중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불로장생사상에 맞는 ‘무량수’를 택하였으며, 무량수불(아미타불)께서 원력으로 건립하신 극락을 관하는 법을 설한 경전이라 하여 이 경의 제목을 『관무량수경』이라 하였다.
『무량수경』ㆍ『아미타경』과 함께 정토삼부경을 이루고 있는 『관무량수경』은 우리나라 정토신앙의 근본 경전이요, 세 경전 중 극락에 태어날 수 있는 관법을 가장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극락과 아미타불ㆍ관세음보살ㆍ대세지보살의 모습 또한 매우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 경은 일반적인 경전들의 체제에 따라 서분ㆍ정종분ㆍ유통분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분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로 시작하고 있는 이 경의 서분은 제바달다의 유혹에 빠진 마가다 왕국의 태자 아사세가 왕위를 빼앗기 위해 부친 빈비사라 왕을 가두고,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어머니 위제희 부인마저 가둔 사건을 계기로 설하여지게 되었다.
부인의 청으로 감옥에 와서 모습을 나타낸 석가모니 부처님은 시방세계의 불국토들을 나타내어 부인에게 보여주었다. 부인은 그중 아미타불의 극락이 가장 좋다고 하면서 극락에 태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한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극락에 태어나고자 하는 이가 마땅히 닦아야 하는 세 가지 복〔三福 : 三淨業〕을 일러주었다.
곧 세 가지 복〔三福〕은
①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모시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불살생 등의 십선업十善業을 닦을 것
② 삼보에 귀의하여 삼보를 받들어 모시고 계율을 잘 지킬 것
③ 보리심을 발하고 인과의 도리를 깊이 믿으며, 대승경전을 독송하고 다른 이에게도 권하는 것이다.
정종분
이어 정종분에서는 극락에 태어나고자 하는 이가 아미타불과 극락세계를 관상하는 13가지 관법〔十三觀〕과 근기에 따라 태어나는 극락의 아홉 가지 연화대〔九品往生〕, 칭명염불稱名念佛을 주제로 삼아 설하고 있다.
아미타불과 극락세계를 관상하는 13관은
①일상관日想觀 : 지는 해를 생각하는 관법
②수상관水想觀 : 크고 맑은 물을 생각하는 관법
③지상관地想觀 : 보배 땅을 생각하는 관법
④보수관寶樹觀 : 보배 나무를 생각하는 관법
⑤지관池觀 : 보배 연못을 생각하는 관법
⑥총관總觀 : 보배 누각을 생각하는 관법
⑦화좌관華座觀 : 연화대를 생각하는 관법
⑧상상관想像觀 : 삼존불을 함께 생각하는 관법
⑨진신관眞身觀 : 아미타불의 몸을 생각하는 관법
⑩관음관觀音觀 :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관법
⑪세지관勢至觀 : 대세지보살을 생각하는 관법
⑫보관普觀 : 스스로가 왕생하였음을 생각하는 관법
⑬잡상관雜想觀 : 극락의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관법 등이다.
구품왕생은 ⑭상배관上輩觀 ⑮중배관中輩觀 ⑯하배관下輩觀에서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상배관은 상품상생ㆍ상품중생ㆍ상품하생으로
중배관은 중품상생ㆍ중품중생ㆍ중품하생으로
하배관은 하품상생ㆍ하품중생ㆍ하품하생으로 나누어
아홉 단계의 구품연화대를 만들었는데, 어떤 이가 구품연화대에 왕생하는지와 함께, 왕생 전후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중
상배(상품연화대)에는 대승불교를 믿는 범부들이 태어나고
중배(중품연화대)에는 소승불교를 믿는 범부들이 태어나며
하배(하품연화대)에는 악업을 지은 범부들이 선지식을 만나 극락에 태어나게 되는 인연들을 설하고 있다.
이 정종분의 십육관법을 읽다 보면 모든 중생을 극락정토로 수용하는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크게 느껴진다. 특히 “아무리 극악한 이라도 임종 직전에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만 부르면 극락에 왕생하게 한다”는 경문의 내용은 불교의 무한 포용력에 흠뻑 젖게 한다.
유통분
마지막 유통분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은 ‘이 경이 극락국토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을 관하는 경’이라는 것과 십육관법을 닦으면 현재의 몸으로 아미타불을 친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극락에 태어날 수 있다고 설하시면서, “아미타불의 명호를 잘 간직하라”고 당부를 한다.
아미타경이 신심을 북돋우는 수준이요, 무량수경이 신심의 깊이를 더하고 현생에서의 실천행을 일깨워주는 경전이라면, 이 『관무량수경』은 극락왕생의 가장 요긴한 비결을 담고 있는 경전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이 『관무량수경』을 수없이 많은 이들이 독송을 하고 있으며, 이 경전에 준하여 극락을 관상하고 있다.
무량수(아미타) 부처님과 극락을 관觀하는 『관무량수경』에 대해 역자 김현준 원장은 간곡히 말한다.
“이 ‘볼 관觀’은 ‘볼 견見’과 다릅니다. ‘볼 견見’이 눈으로 보는 것이라면, ‘볼 관觀’은 마음으로 보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상상하고 마음으로 그려가는 것입니다.
이 관은 견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관이 잘 되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안되더라도 마음을 모아 자꾸자꾸 생각하고 그려가면 차츰 관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되고, 관이 선명하여지면 업장이 그만큼 더 녹고 경지가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부디 인연 있는 분들이 이 『관무량수경』을 잘 읽고 잘 관하여, 아미타부처님의 무량한 빛〔無量光〕 무량한 수명〔無量壽〕과 대원大願 속에서 극락정토에 왕생하여,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고 지극히 행복한 삶을 누리시기를 축원드립니다.”
§ 이 책의 특징 §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ㆍ 이전의 어떤 『관무량수경』 번역본보다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였다.
ㆍ 크고 뚜렷한 활자를 사용하여 독송하기 쉽게 만들었다.
ㆍ 원래의 경전에는 내용을 분류하는 제목들이 없으나, 독자들이 경전의 내용을 파악하기 쉽도록하기 위해 고딕체로 중간 제목과 소제목을 붙여 놓았다.
ㆍ 불교전문용어에 대한 간단한 주석은 바로 옆에 간략히 적어 금방 파악할 수 있게 하였고, 긴 주석은 책 뒤에 붙여 독송의 흐름을 끊지 않도록 하였다.
ㆍ 16관법 하나하나에는 1424년 세종대왕의 명으로 만든 목판본 『관무량수불경』 속의 변상도를 바로 옆에 수록함으로써, 원문의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