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게임이다?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썼다. “거짓말은 일종의 언어게임이며, 다른 모든 게임처럼 학습을 요한다.” 상당히 특이한 주장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규칙을 가진 다양한 ‘게임들’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얀 거짓말이란 것이 정말 있을까?
스웨덴계 미국인 철학자 시셀라 복의 말처럼, 진실을 말하는 데는 어떠한 정당화도 필요하지 않은 반면 거짓말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마누엘 칸트는 이유 있는 거짓말 따위는 없으며 ‘하얀 거짓말’이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칸트에 따르면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거짓말도 허용되지 않는다. 칸트의 관점은 우리가 피해자보다 살인마를 배려해야 한다는 말일까?
자기기만 피하기라는 난제.
“그노티 세아우톤(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져 있던 말이다. 《국부론》의 저자인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기만은 인류의 치명적 약점이다. 인간 삶에 일어나는 혼란의 절반은 이 자기기만에서 비롯된다. 만약 우리가 남들의 시선에서 자신을 본다면, 다시 말해 자초 지종을 모두 아는 타인이 우리를 보는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면, 스스로 마음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그런 시선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국가의 거짓말을 위한 변명의 진화.
“우리의 통치자들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허위와 기만을 상당히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수단의 사용이 의술의 범주에 든다고 믿는다.” (플라톤)
진실함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정치에 있어서는 자신에게 유리할 경우 거짓말하고 속일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키아벨리, 1469~1527)
정치가 진실에 우선하며, 국가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토머스 홉스, 1588~1679)
정치는 더러운 사업이라서 그 세계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기꺼이 손을 더럽힐 각오를 해야 한다. (막스 베버, 1864~1920)
민주국가의 시민은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당할 권리가 있다. (글렌 뉴이, 1961~2017)
본능적 신뢰는 우리가 인간이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처음부터 상대에게 도둑질과 거짓말의 혐의를 둔다면 삶의 영위가 힘들어지고, 우리의 삶은 망가지고 시들어 버릴 것이다.” (K. E. 뢰그스트루프, 1905~1981)
“신뢰는 사회에 내재하는 가장 중요한 합성력 중 하나다.” (게오르크 지멜, 1858~1918)
“말이 우리를 속인다면 모든 교류와 소통이 부서지고, 우리가 세운 정치체의 유대가 풀려 버린다.” (몽테뉴, 1533~1592)
“사람들은 대체로 믿을 만하다는 것이 진실이다. 하지만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이 진실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날린다. 또한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자신의 세상이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는 경험을 한다. 이는 좋은 삶이라고 할 수 없다.” (라르스 스벤젠)
이 책에서 스벤젠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진짜 세상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플라톤, 칸트, 한나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의 도움을 받아 거짓말이 인간관계, 정치 및 소셜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넓고 깊게 조명한다. 결국 저자의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 같은 대통령의 뻔뻔한 거짓말보다) 진실이다. 이 책은 거짓이 현실인 세상에서 도적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려 깊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위트와 재미, 명료함은 덤이다.
끝으로 퀴즈.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짧은 답은 이것이다. OO의 경우 OO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