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앱 등의 기능과 기술의 발전이 온라인의 확장성과 결합하여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불법촬영, 유포, 게시, 협박 등으로 인해 성적 자율권과 인격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가파른 증가 추세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4분기에 일어난 성폭력범죄는 1만 797건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분기에 비해 20.9% 늘어났는데, 이중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범죄‘는 413건에서 2,342건으로 5배 이상 폭증하였다.
온라인 범죄는 용이성과 익명성, 확장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가해자를 구별하기 어려운 데 반해 피해자는 ‘영원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디지털 성범죄는 날로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신종수법도 늘어나고 있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다.
누구나 피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제대로 알아야 할 때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이미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위협의 가능성은 우리의 일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 위험천만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를 잘 모르고 있으며 동시에 알려고 하지 않는다. N번방이라는 경악스러운 사건 이전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곳곳에서 일어났고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는데,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에 사회는 무지했다.
이렇게 모르고 지내오는 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거대한 성산업과 결탁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 착취물과 불법촬영물을 활발히 사고파는 일이 만연해졌다. 디지털 성범죄가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생각이 디지털 성범죄가 소리 없이 커지고 가까이 다가오는 데 먹이가 되어준 셈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 환경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으며 대처가 취약한 대상이다. 청소년 그리고 주변 어른들과 사회 전체가 섬세한 시각과 경각심을 갖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내서가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의 현황과 유형, 피해사례와 대처까지
이 책에서 저자는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과 사례, 대처방법 등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사항들을 조목조목 알려주며, 가해와 피해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사회의 인식, 주변 사람들의 대처와 도움에 대해서도 상세히 일러준다. 저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연구하면서, 가해자들이 너무도 지능적이고 치밀하게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자신들이 짜놓은 함정에 상대를 빠뜨린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기에, 그들의 전략과 함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대처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만큼 책에서 다양한 연구 자료와 기사, 실제 피해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원론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언제라도 닥칠 수 있고 긴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가 어떠한 경로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서 하게 되는 고민과 잘못된 대처, 오해 등을 사례를 들어가며 바로 짚어준다.
특히 저자는 현장에서 수많은 피해 사례를 접하면서 “부모에게 알린다.”가 피해자에게 가장 큰 협박이 된다는 현실을 알고는,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태도 또한 중요함에 주목한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이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러 갔다가도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신고를 아예 포기하는 실정이다. 부모나 주변 사람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가해자들의 성노예가 되어 더 큰 덫에 걸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누구라도 범죄의 덫에 걸릴 수 있으며 ‘원인을 제공한 피해자는 없다’는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하며, 교사와 부모 등 주변 어른들에게 함께 해결해가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기에 교육 현장에서 일상적인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며, 청소년들 스스로 연대하여 능동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안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필수 지침서
현재, 디지털 성범죄의 개념과 실제 사례, 대처 방안뿐 아니라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이 어떠한 관점을 지니고 어떠한 태도로 대응해야 하는지까지 전반적으로 담고 있는 책은 찾아볼 수 없기에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취약한 대상인 아동 청소년을 위해 학교 등 교육 영역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이 필수로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대학생, 청년, 군인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노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누구라도 디지털 성범죄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 책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필수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