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낸다는 것.
그런데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꾸러기 삼총사가 변하기 시작했고,
비단이네 가족도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주변의 사람들까지 비단이에게 귀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이 만화 속 세상에서만큼은
비단이와 엄마, 아빠가 상처받지 않으며 살아갈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예전처럼 장애인을 학대하거나 괴롭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은 여전히 허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잘 지내고 싶은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과연 어떻게 대하는 것이 잘 지내는 걸까요?”
‘함께 걸어요, 비단길’은...
2018년 7월부터 약 1년 동안 ‘서울신문’에
격주간으로 연재된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만화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을 대하는 직접적인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꾸러기 삼총사라는 편견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빌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약간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신문에 연재되었는 내용을 포함하여
작가 부부가 더 담고 싶은 이야기까지 포함하여
좋은 기회에 책으로 엮어 이렇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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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직 말을 하지 못하던 때.
아내는 일부러 사람들이 별로 없는 시간에만 아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갔습니다. 남다른 아들의 행동은 같이 놀던 아이들뿐만 아니라 같이
온 부모들도 불편해했으니까요.
그러다가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자기들의 놀이에 아들을 끼워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다가 조금씩 작은 역할도 주고,
공을 주며 차보라고도 하고, 아내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습니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직접 겪고 들었던 여러 이야기를 각색해서 신문에 연재했던
것이 바로 〈함께 걸어요, 비단길〉입니다.
‘비단길’은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직접 만든 1인 출판사의 이름에도, 이 책의 제목에도 ‘비단길’이라는
예쁜 단어를 썼지만, 장애인과 그 가족이 걷는 길은 상상 이상의
가시밭길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학교에 가는 것,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과 같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넘기 힘든 허들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분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비단길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이 걷는 곳과 같은 보통의 길을 함께 걷는 날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니 이렇게 만화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제는 비단이 한 사람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 꾸러기 삼총사가 되어
비단이의 친구가 되어주고, 다른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비단길입니다.
그 아름다운 길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오래도록 걷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