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철학의 세계적 석학, 스에키 후미히코가 쉽게 설명하는 일본의 사상사!
『일본사상사 -과거를 통해 미래를 응시하다-』는 불교를 문헌 연구나 종파, 인물 연구에 국한하지 않고 일본 사상사의 맥락 안에서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한세계적인 석학 스에키 후미히코가 야심차게 쓴 일본 사상사 최적의 입문서이다. 본인 전공인 불교뿐 아니라 전체적인 일본 사상의 흐름을 많은 독자가 접하기 쉽게 통사적 접근으로 풀어썼다.
사상사를 사상가별, 시대별, 각 사상별로 소개하는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낯선 ‘일본 사상’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틀(왕권과 신불)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 특유의 일본 사상을 설명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 키워드, ‘천황’에 관해 묻다!
일본만의 특이한 존재인 ‘천황’은 우리나라 독자뿐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피해 본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불편한 존재이긴 하지만, 일본과 일본문화, 일본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상사적 키워드이다.
일본의 사상사는 ‘천황’이라는 일본 특유의 존재로 인해 ‘왕권’과 ‘신불’이라는 양극 구조로 발전해왔다.
‘왕권’과 ‘신불’의 상보적 긴장 관계 속에서 다양한 사상이나 문화가 형성되었던 구조(대전통)에서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일원 구조(중전통)로 전환되었다가 패전 후 인류 보편의 이상을 바탕으로 상징 천황 제도를 통해 새롭게 ‘소전통’이 형성되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소전통’조차 현대에 이르러 해체되는 가운데 지금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저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왕권과 일본 고유의 사상과의 관계, 외국(특히 중국)에서 들어온 사상(불교, 유교 등)의 관계를 명확히 보여줘 독자들이 일본사나 일본 사상의 변화를 잘 몰랐어도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이 책은 일본의 사상을 정치·경제·사회를 좌표축으로 하여 그 위치 관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해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천황 제도’가 일본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고, 일본의 역사적 전개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상징으로만 남은 존재일지라도) 여전히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천황 제도’의 존속과 ‘천황’ 자체에 대한 고민을 일본 국민 스스로 모색해가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짚어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재 한국의 독자에게 유의미한 지점일 것이다.
한국 독자에게 시사하는 바는?
일본의 사상, 역사, 특히 천황제를 다룬 책들은 한국 독자들 앞에 내어놓을 때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상사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일본 사상사(천황제의 논의를 밑바탕으로 한)까지 논의함으로써 한국 독자에게 어필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또 다른 천황제와 일본 정치사에 관한 책으로 『무가와 천황』(이마타니 아키라 지음, 이근우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과 함께 일본 사회를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 『일본 사상사 -과거를 통해 미래를 응시하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