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994년’에 대한 새로운 반추와 독해가 필요한 이유
흔히 1994년 하면 인기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드라마 속 시대를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에겐 ‘향수’를 일으켰고,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Z세대에겐 ‘낭만적인 과거’를 연상시키며 공전의 히트를 친 화제의 드라마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취재파일 1994》를 읽은 후엔 그 해가 대한민국의 성장과 민주화의 이면을 잘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시기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지존파 사건과 박한상 사건, 조계사 폭력사태와 김일성 사망...우연하게도 대한민국 역사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사건사고들이 모두 1994년에 일어났다.
KBS 워싱턴 특파원과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경력 30년의 베테랑 기자다. 당시 사회부 방송기자로서 치열한 사건사고의 현장에 있었던 저자는 취재를 통해 알게 됐던 사실들을 바탕으로 1994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게 됐는지, 당시 사건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취재 파일 1994》를 통해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기사 물 타기에 관련된 권언 커넥션’ 등 민감한 취재 뒷얘기도 책 속에서 진솔하게 풀어내어 흥미를 더해준다.
저자는 《취재 파일 1994》를 통해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던 1994년의 대한민국이 화려해진 외양과는 달리 후진국형 관행과 제도에 갇혀 있었고, 양자 간의 격차로 인해 엄청난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을 현장 취재기자의 시각과 경험으로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취재 파일 1994》는 29개의 서로 다른 취재 파일로 구성되어 있다. 에피소드마다 저자의 기자로서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의 흔적들이 묻어나며, 당시 ‘9시뉴스’에 방영되었던 취재장면들이 원색의 화보자료로 구성되어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저자가 30년 전의 기억을 소환해 《취재 파일 1994》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22년의 대한민국은 경제 ㆍ 문화강국으로 당시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부상했지만, 심각한 사회 갈등과 급속한 디지털 혁명 등 혼란도 절정에 달한 상태다. 이 상황들을 보면서 저자는 불현듯 1994년을 떠올렸고, 대한민국이 또다시 위기를 겪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만 1994년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취재 파일 1994》일독을 필히 권한다. 또한 사회부 경찰기자의 취재활동 및 기획 취재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특히 방송기자 지망생 및 언론계의 초년 기자들에게 유익한 필독서로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