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발명품 ‘날개’,
하늘을 나는 동물들한테 비행의 과학적 의미를 배워요
약 4억 년 전 지구에 나타난 곤충은 지구의 하늘을 처음으로 날았던 동물일 뿐 아니라 육지 최초의 초식 동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곤충은 오늘날 전체 동물 종의 8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지구 육상 동물 중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존력에 곤충의 비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곤충이 지구 정복 수준으로 번성한 비결이 ‘날개’ 하나만인 것은 아니에요. 작고 가벼운 몸, 짧은 수명으로 인한 빠른 세대 주기, 자라면서 몸의 형태가 변하는 탈바꿈, 식물과의 공진화 등등 지구 동물들 중 가장 강력한 생존력을 가진 만큼 성공 비결도 여러 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갖가지 특징들도 사실 비행 능력과 크고 작게 연관이 있습니다.
곤충은 처음 진화할 때부터 몸의 크기를 줄여서 흙 속이나 나뭇잎 아래 같은 작은 틈으로 천적을 피해 잘 숨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작고 가벼운 몸은 또 날개를 만들어 내기 쉬운 조건이 되었을 거예요. 곤충이 연약해 보이는 얇고 투명한 날개로 날 수 있는 것은 몸이 작고 가벼워서 적은 힘으로도 공중에 떠오르게 하는 양력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짧은 수명도 곤충의 날개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어요. 많은 곤충이 1년이나 2년으로 수명이 짧고, 날개를 단 성충으로 사는 기간은 길어야 몇 주, 짧게는 몇 시간으로 더욱 짧습니다. 곤충은 날개를 새처럼 10년, 20년 쓰는 게 아니어서 날개를 튼튼하게 만들려고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지요.
또한 곤충의 특징 중 하나인 탈바꿈 과정에서 곤충은 날개를 만들어요. 그러니 탈바꿈 또한 날개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곤충은 이렇게 탈바꿈을 통해 몸의 모양과 구조를 완전히 바꾸면서, 탈피로 그저 몸집만 키우는 다른 절지동물들과는 전혀 다른 진화의 길을 걸었던 거예요.
곤충 말고도 익룡과 새, 그리고 박쥐도 하늘을 나는 동물입니다. 지금은 멸종해서 볼 수 없지만, 곤충에 이어 두 번째로 하늘을 날았던 동물인 익룡 역시 파충류의 시대라고 불리는 중생대의 하늘을 지배했습니다. 익룡 뒤를 이어 그 자리는 1만여 종이나 되는 새가 차지합니다. 새 중에는 한곳에 머물러 사는 ‘텃새’도 있지만 1년에 10만 킬로미터가량 날아서 이동하는 철새도 있습니다. 이처럼 새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비행 능력을 마음껏 뽐내며 척추동물 중 가장 번성한 종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면서 하늘을 나는 유일한 동물인 박쥐도 비행 능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진화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생태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날개를 달고서 지구의 하늘을 날고 있는 동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앞서 비행의 기술을 터득한 비행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을 통해 자연의 발명품인 날개와 비행에 담긴 물리학, 생물학, 지질학을 탐구해 보아요.
그림책처럼 아름답고 동화책처럼 재미있는 과학 논픽션!
《사소한 날개책》은 김은정 작가가 《사소한 구별법》과 《사소한 질문들》, 《사소한 거미책》 그리고 《사소한 꿀벌책》에 이어 다섯 번째로 펴낸 과학 논픽션입니다. 작가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에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을 더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더욱 실감 나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상식과 지식이 차곡차곡 쌓일 뿐만 아니라 멋진 그림책 한 권을 감상한 듯한 즐거움과 감동까지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