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널드……. 현재 각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들 기업에도 과거 위기 상황은 있었다. 당장의 성과에 안주하려는 리더, 위협적인 경쟁자의 등장, 급변하는 시장은 굳건할 것만 같았던 1위 사업자의 아성을 위협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각자가 속한 시장을 이끄는 선두 업체다. 이들이 오랜 ‘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어떤 전략과 태도로 무장했기에 1등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걸까?
기업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매우 ‘정치적’이다. 실제로 정치 캠페인 전략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최초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다. 시작은 스티브 잡스의 제안이었다. 1984년, 잡스는 당시 정치 컨설턴트로 유명세를 떨치던 스콧 밀러와 데이비드 모리를 점심 식사에 초대해 이렇게 제안했다. “당신들은 백악관에 입성하느냐 못 하느냐에 모든 걸 걸더군요. 그건 비즈니스 전략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우리가 모르는 영역입니다. 저는 당신들이 기업 전략가보다 더 예리한 계획과 그에 맞는 공격성, 적극성,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분명 매우 생소한 요청이었다. 그동안 정계의 후보들이 비즈니스 전략을 자신의 정치 캠페인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 캠페인을 비즈니스 전략에 적용한 애플의 사례는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도전자 모델Insurgent model’의 토대가 되었다.
시장의 도전에 맞닥뜨린 현역 기업인들에게 저자가 하는 최선의 조언은 이것이다. “파괴하라.” 난공불락의 존재로 보이는 기존 기업에 도전하는 신생 기업에게 전하는 조언도 그와 같다. “변화하라.” 비즈니스 리더의 승리를 위해 고안된 10단계의 캠페인 전략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변화’다. 시장을 파괴하는 것, 현상 유지를 막는 것이야말로 도전적 리더와 도전적 정치 캠페인의 특징이다. 지난 30년 동안 정치 및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설계한 저자는 ‘도전자 모델’이 정치뿐 아니라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검증했다.
비즈니스를 승리로 이끄는 10단계 캠페인 전략
저자가 소개하는 10단계는 수많은 정치 및 비즈니스 캠페인을 거치며 최고경영자(CEO)와 그가 되고 싶은 후보자들로부터 배운 바를 바탕으로 고안됐다. 각 단계는 더 높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효과적인 전략 및 전술 개발을 돕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출마를 결정할 때, 시장 및 기업의 상황을 숨김없이 전하는 ‘키친 캐비닛’을 꾸릴 때, 경쟁사와 정면 대결해야 할 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와 같이 리더가 되고자 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실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까지 각 시기 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로써 우리가 이제까지 관습적으로만 인식하던 리더십의 정의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는 법
저자는 보스와 리더를 명확히 구분한다. 그렇게 구분된 보스의 리더십은 빅 리더십Big leadership, 리더의 리더십은 변화의 리더십Change leadership이다. 빅 리더십은 다수 기업을 지배하는 가장 보통의 리더십이다. ‘회장님’ ‘사장님’이란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 말이다. 이들 대부분은 선대 리더의 전략을 따르거나 앞서가는 기업의 모델을 답습한다. 아울러 관료주의와 형식을 선호한다. 파괴가 일어나는 상황 자체를 즐기지 않으며,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한다. 이른바 현상 유지를 바라는, 기득권 그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다.
반면 변화의 리더십은 규모보다 속도와 기동성에 의미를 둔다. 그 자체가 곧 변화, 파괴이기 때문이다. 시장가치를 스스로 창출하고자 하며 순이익에 집중한다. 행동과 조직 구성, 전략 개발에 있어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느슨한 조직과 유연한 전략에 반하는 편견에 맞선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성공하는 리더의 특징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리더십을 어떻게 하면 캠페인 전략에, 내가 속한 조직에 심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승리 프로세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라. 그것이 곧 승부처다.”
30여 년 동안 정치 및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개발하며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 위기를 다룬 저자는 단언한다. “우리는 위기를 사랑한다.” 저자는 모든 위기를 ‘기회를 위한 위기’로 여긴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위기관리라는 단어는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 ‘관리’란 방어적인 자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위기 자체도 문제지만 위기를 관리하려는 보수적인 태도 자체를 경계하라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이들에게 위기란 극복의 대상이며, 전환의 발판이다. 책에는 리더십 캠페인 전략 이외에도 저자가 명명한 ‘승리 프로세스’가 적혀 있다. 이는 위기를 외면하고, 축소하고, 관리하려고만 했던 기존 기업들의 방어적인 태도를 날카롭게 꼬집는 동시에 위기를 승리의 기회로 바꾸는 공격적인 전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