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과거를 보여주고,
스토리는 미래를 말한다!
저자들은 우선 ‘스토리텔링’과 ‘스토리 디자인’을 구별한다. “경영학으로 설명하자면, 스토리텔링이 마케팅이라면 스토리 디자인은 전략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스토리 디자인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해설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이 책은 기업의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데카콘 기업(기업 가치 10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 대열에 합류한 쿠팡을 보자. 쿠팡은 수년째 수천 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일 배송 시스템 구현으로 e커머스(전자상거래) 혁명을 이끈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쿠팡이 전통 유통 기업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성장 서사’가 의도된 적자라는 타이틀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데 있다. 외형과 숫자가 아닌 미래의 성장 서사가 곧 기업 가치인 시대이다.”
공저자 조세현 전 기자에 따르면, “사모펀드 대표들은 자신이 숫자 이면의 성장 스토리에 주목한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저자에게 해주었다. 이렇듯 스토리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지만 정작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 《파이낸셜 스토리 디자인》에서는 8개의 주요 플롯과 저자들이 개발한 스토리 디자인 전용 템플릿 ‘스토리 캔버스’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스토리를 입히는 방법을 기업의 사례를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드는 8개의 플롯
ㆍ 초라한 시작에서 비범한 성장으로, ‘미운 오리 새끼’ 플롯
ㆍ 고난 끝에 성공 신화, ‘신데렐라는 있다’ 플롯
ㆍ 천방지축들이 합심하여 우승을 만드는 플롯
ㆍ 갈등과 협업으로 완성되는 버디물 플롯
ㆍ 험난한 여정에서 보물찾기 플롯
ㆍ 거대 세력과의 싸움, 언더독에 대한 응원 플롯
ㆍ 나의 뿌리 찾기 플롯
ㆍ 억울함에 대한 복수 플롯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매년 엄청난 변화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렇기에 어떤 기업이 살아남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지 설득하는 과정이 기업 생존에 매우 중요해졌다. 스토리를 중심에 놓는 경영이 과거에는 선택 사항이었다면 이제는 필요충분조건이 된 셈이다. “숫자는 과거를 보여주고 스토리는 미래를 말한다.”
“모든 최고경영자는 직접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_SK그룹 최태원 회장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미 스토리에 주목하며 움직이고 있다. 특히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용어를 소개하며 “각 관계사가 만든 파이낸셜 스토리에 시장의 신뢰, 사회의 공감이 더해질 때만 기대 수준을 넘는 기업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최고경영자는 직접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딥 체인지’, ‘디자인 씽킹’ 등 꾸준히 진화해온 SK의 경영 철학은 이제 ‘파이낸셜 스토리’로 정리되는 듯싶다.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 및 영업이익 등의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이야기를 뜻한다. 이런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해야만 고객과 투자자, 시장 등으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인 듯하다. 그래서 그는 ‘파이낸셜’과 ‘스토리’라는 이질적인 두 단어의 조합을 제시함으로써 목표와 실행 사이를 잇는 가교를 만들어낸 것이다.
“매력적인 기업은 사실 나열식 서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숫자 이면에 보이는 패러다임 변화와 이를 관통하는 사업 아이템, 인력들의 창의성 등이 맞물리면서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재탄생한다. 어찌 보면 사기꾼과 혁신가 사이를 줄타기하는 듯 보이지만, 이 고개를 넘으면 막대한 투자금으로 꿈이 현실이 되는 일이 나타난다.”(저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