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올라타 시장에 진입하고 나면 분명 다음 수가 생길 거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 저축한다 셈치고 빚을 줄이고, 돈을 더 모아 좀 더 상급지로, 좀 더 넓은 집으로 악착같이 옮겨 붙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에 묘수는 없지만, 삶의 궤적은 그리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 부동산, 묘수는 없지만 정석은 있다!
『뼈 때리는 부동산』은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독특한 책이다. 언뜻 보면 전문가가 쓴 부동산 입문서 같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이 쓴 에세이 같기도 하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담은 사회과학 서적 같으면서도 동시에 서울과 수도권의 오랜 개발사를 풀어낸 역사책의 성격도 갖고 있다. 이 책은 부동산이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한 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부동산의 본질에 조금씩 다가서는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다. 뼈가 아플 정도로 날카로운 문장이 곳곳에서 폐부를 찌르는 만큼 어떤 이들은 그 행간에서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답답한 부동산 시장에서 이 책을 통해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읽히겠지만 결국 『뼈 때리는 부동산』의 주제는 하나의 뼈대로 이어진다. 바로 상승기든 하락기든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지키기 위해 ‘내 집 한 채’의 무게감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에서 묘수를 찾거나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우직하게 정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 영화/드라마와 부동산의 절묘한 만남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챕터마다 인용된 영화와 드라마들이다. 저자는 하나의 챕터를 마무리하면서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빌려온다. 그리고 그 장면의 명대사를 살짝 비틀면서 자신의 견해를 위트 있게 전달한다. 이를테면 “붙여만 주시면 이기고 지는 건 제가 알아서 합니다”라는 영화 〈주먹이 운다〉의 대사를 인용한 다음,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만 데뷔할 수 있었던 신인전도, 한 번 패해도 다시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던 패자부활전도 이 사회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각 챕터마다 적절하게 삽입된 명대사들은 글의 핵심 주제를 명료하게 드러내면서 책의 읽는 맛을 더한다. 초반부 내용을 읽으면서 뒤에 어떤 영화/드라마가 등장할지, 어떤 대사가 인용될지 예상해보는 것도 『뼈 때리는 부동산』을 읽는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 땅의 온기를 통해 살펴보는 서울/수도권 임장기
저자의 독특한 시선이 담긴 서울/수도권 임장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영화 〈명당〉의 주인공 박재상처럼 저자는 ‘땅의 온기’라는 관점에서 각 지역의 장단점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땅에도 온기가 있다고 한다.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대기의 온도와는 조금 다른 것으로, 어느 동네는 제법 그럴싸한 마천루와 인프라를 지녔으면서도 좀처럼 땅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반면, 어느 동네는 비루한 다가구와 다세대뿐일지라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식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각 지역을 대입해 보면 그 뜻을 금세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은 오랜 시간 그 가치가 유지되는 자산이다. 대기의 온도가 높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좋은 부동산이라는 의미요, 땅의 온도가 높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의 가능성을 더 많이 품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무엇을 사라고 조언하는 족집게 지침서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독특한 임장기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거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부동산은 일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저자는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강조한다. 어제까지 없던 집이 오늘 갑자기 생기거나, 작년까지 사기 힘들었던 집이 내년에 갑자기 쉽게 살 수 있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세상이 오든, 실상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건,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것. 결국 부동산은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며, 그래서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할 숙제다. 『뼈 때리는 부동산』은 독자에게 그 숙제에 대한 필요성을 상기시키고,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게 숙제를 끝낼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외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용기를 내어 삶을, 현실을 마주보는 것이야말로 모든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도서는 시의성을 갖는다. 특정 시점의 부동산 시장에서 대응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고 정책이 바뀌면 그 생명력을 잃고 만다. 하지만 이 책은 오래도록 서가에 두고 반복해 읽을 만한 부동산 에세이다.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더라도 내 집 한 채가 갖는 무게감과 중요성은 결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 집 마련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뼈 때리는’ 충격 요법이 당신의 삶의 방향을 바꿔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