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정답 없는 질문’을 환영하라
막막한 부모에서 대화하는 부모로 만들어 주는 철학 수업
나를 당황시키는 아이의 질문에
철학으로 답하다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아이가 부모 또는 선생님에게 던지는 난해한 질문들을 철학자들의 사유와 관련 지어 소개함으로써, 성인 독자들에게 쉽고 명쾌한 인문학적 사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두 저자는 현직 초등 교사로서, 교실 속에서 아이들의 경험과 고민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책에 실린 27가지의 질문들은 학부모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을 진행하여 엄선되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아이 독자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호기심에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답하는 것에 집중했던 기존의 많은 책들과 달리, 『아이들은 자꾸 어려운 질문을 한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질문을 받고서 한 번이라도 당혹감을 느껴 본 적이 있는 어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그들의 생각하는 힘을 직접 기르고자 한다는 데에 차별점이 있다. 즉, 단순히 자녀 교육을 위한 것을 넘어, 읽는 사람 모두가 한 사람으로서 자기 삶을 성찰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며 궁극적으로는 아이와 함께 삶에 대해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이다.
훌륭한 아이를 키우기 위한 매뉴얼 같은 것은 없다,
함께 생각하는 것이 정답일 뿐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핵심 동력은 바로 ‘질문’이다. 명확한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에 대해 끈기 있게 생각하고 파고드는 아이야말로 앞으로 부딪힐 인생의 여러 고난에 맞서 중심을 잃지 않을 역량을 키워 나가는 아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하는 힘’은 단순히 아이 혼자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주위 어른들이 얼버무리거나 윽박지르거나 쉽게 무시해 버린다면, 아무리 질문하는 힘을 타고난 아이더라도 마음속 물음표는 점점 작아질 것이며 무미건조하고 평평한 내면을 갖게 되기 쉽다. 질문하는 아이는 마찬가지로 잘 질문할 줄 아는 어른과의 핑퐁 같은 대화로 자라난다. 아이들의 질문에 지혜롭게 답하는 것은 아이의 지적 성장은 물론 아이와의 관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에이,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라고 답하며 생각의 문을 닫기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자유를 보장하며 존중하는 결혼생활을 했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주자. "지루한 학교를 대체 왜 다녀야 해요?”라고 묻는 아이를 윽박지르기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게 하자. ‘좋은 어른’이란 단순히 아이를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뒷받침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빈곤한 내면을 갖지 않도록 함께 질문하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아이와 나의 시간은 함께 흐른다
‘질문하는 인간’이 되기 위한 시작
질문이 부재한 삶은 정지된 삶과 같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자기 앞에 던져지는 낯선 질문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고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질문이 필요합니다. 질문을 통해서 그동안 일상이라고 여겼던 일, 진부하게만 바라보던 사물이 낯설게 느껴지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요. 이것은 전적으로 다른 경험이며, 한편으로는 다른 시각, 다른 지향을 가진 ‘나’의 창조입니다. _「머리말」 중에서
물론 어른만이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사건이란 타인과의 만남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통해서만 자기 안에 갇히지 않고 틀을 깨뜨릴 수 있다. 아이 역시 나에게 하나의 온전한 타자이며, 이것이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뿐만 아니라 나 역시 성장할 수 있는 이유이다. 결국 ‘철학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잘 길러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결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쥐는 일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철학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과 철학자들의 지혜를 통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을 깨뜨리고 자유로운 세계를 직접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