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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가시

  • 이승희
  • |
  • 고래뱃속
  • |
  • 2022-11-28 출간
  • |
  • 48페이지
  • |
  • 210 X 277mm
  • |
  • ISBN 9791190747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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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한 소녀가 있습니다. 소녀의 가슴에 커다란 가시가 박힙니다. 사람들의 말들입니다. 누군가에겐 의미 없이 쉽게 던진 말들입니다. 그런 말들엔 모양도 무게도 색깔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차가운 가벼움이 소녀에게 닿았을 땐, 이토록 날카롭고도 육중한 무게가 됩니다. 한번 박히면 쉬이 뽑아낼 수 없는 가시와 한 몸이 되어 버린 소녀는 홀로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채 저벅저벅 걸어갑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고립된 소녀의 가시는 어두운 그림자를 키우며 자꾸자꾸 자라나고, 자라난 가시는 무성한 가시덤불숲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소녀는 그 안에 갇혀 벗어날 수 없고, 사람들은 갇혀 버린 소녀에게 닿을 수 없습니다. 상처로 키운 내면의 불안과 고통이, 세상을 차단하고 스스로를 목 조르는 무시무시한 방패가 되었습니다. 누구든 입 밖으로 뱉기까진 너무도 쉬운 ‘말’, 그러나 그 말이 꽂힌 자리에는 누구도 쉬이 침범할 수 없는 가시나무숲이 자라났습니다. 한 줄기 빛조차 들기 어려운 그곳, 먹먹한 가슴과 턱턱 막혀 오는 숨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지키는 곁과 보듬는 시선이 비추는 자리에

하지만 여기, 조용히 그 곁을 지켜 온 이가 있었습니다. 가시투성이 소녀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소년은 보이지 않지만 묵묵히 소녀의 곁을 지켜 왔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고통을 감내하는 소녀를 기다려 주던 소년은 끝내 무성하게 피어난 소녀의 가시덤불숲에 다가갑니다. 그 자신이 찔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소년은 두려움 없이 섬세한 손길로 가시덤불 사이 자그마한 틈을 냅니다. 마침내, 그 작은 틈으로 빛이 비쳐 들어옵니다. 세상도 나 자신도 잊고 잃어 가던 소녀의 숲에 이토록 따스한 빛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보드라운 눈길로 빛이 어루만진 자리에, 기적처럼 꽃이 피어납니다. 묵묵한 소년의 ‘곁’이, 상처를 보듬는 ‘시선’이, 소녀가 스스로 꽃을 피워 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나는 가시나무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이, 마침내 오래 묵혀 둔 기지개를 켜 올리는 꽃을 피워 올리듯. 외롭고 캄캄한 어둠 속에 있던 가시나무가 꽃을 피워 내자, 소녀는 마침내 고통의 섬으로부터 스스로 해방되었습니다.

세상 그 무엇도 부술 수 없는 씨앗

소녀가 피워 낸 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사람들의 가시 돋친 말들 사이로 산산이 부서져 잃어버린 나의 본모습, 내가 알고 있던 나, 나의 꿈, 세상에 대한 희망, 사람에 대한 희망, 용기와 믿음, 그 무엇도 될 수도 있습니다. 연약한 몸과 마음의 피부를 뚫고 뒤흔드는 잔인한 바깥세상으로부터 그 어떤 풍파가 닥쳐와도, 내 안에는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씨앗이 있습니다. 다만 잊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그와 같은 마음들을 기억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씨앗을 기억해 내는 이, 그 씨앗으로부터 꽃을 피워 낸 이에게는 다시 한번, 꺾을 수 없는 힘이 두 손에 주어집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입니다. 소년이 소녀에게 주었던 것, 이제는 소녀가 세상에게 줄 수 있게 된 것, 그 힘은 바로, ‘상처받은 것들에 손을 내밀 용기’, 더 나아가 ‘살아 있음으로 연약한 떨림 곁에 공명할 용기’입니다.

흉터로 얼룩진 손이
피 흘리는 상처에게 내미는 꽃

구원은 먼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높은 눈이 아니라, 바로 곁에서 내미는 자그마한 상처투성이 손의 온기에 실려 있습니다. 그 온기는 두려움에 파묻혀 질끈 감았던 눈을 뜨게 하고, 가시 돋친 말들에 파묻혀 보지 못했던 내면의 반짝이는 빛들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 빛으로 꽃을 피워 내 두 손 맞잡은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결코 전과 같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의 손안에는 가시덤불숲에 자그마한 틈을 낼 부드러운 힘이 실려 있는 까닭입니다. 가시에 잠식당하지 않고, 내면의 빛을 기억해 내어 그 빛을 또 다른 이에게 전해 줄 힘입니다. 그 힘이 모이면, 가시투성이가 된 소녀 곁을 따라가던 소년의 손에 쥐어져 있던 꽃, 어둠속에서 눈을 뜬 소녀가 소년에게 내미는 꽃, 그 꽃 한 송이만큼의 작고도 커다란 세계가 열립니다. ‘꽃길만 걸어라’, 흔히들 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요. 그러나 오늘의 발끝에는 가시밭길이 있더라도, 가시덤불 속 뜨겁게 밀어올린 꽃들이 한 송이 두 송이 모이면 비로소 내일의 우리는 아프도록 눈부신 꽃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가시나무숲을 위한 기도

처음 이 책을 펼친 누군가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습니다. 언뜻 스쳐 지나가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말들이, 소녀에겐 너무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림으로 표현된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종이까지 뚫고 다가와 바라보는 이까지도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처럼 일상적인 말 뒤에 숨겨진 폭력성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평범한 말, 난무하는 말,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직접적이고 선명한 힘을 가진 바로 그 ‘말’ 속에 숨겨진 가시로 인해 상처를 입었거나, 상처를 입히고 고립된 섬을 겪어 본 이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가슴속을 찌르는 듯한 가시의 날카로움과 가시덤불숲이 드리우는 어둠 속의 고립감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 본 이는 ‘말’의 힘 앞에서 한없이 낮아지고도 겸손해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말’이 찌른 자리에 자라난 가시덤불 속 고통이 헤어 나오지 못할 감옥처럼 여겨질지라도, 그 상처를 제 몸처럼 알고 내미는 손길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구원’이라는 말은 더 이상 기약 없는 기도가 아닐 것입니다. 동판화 기법을 이용해 파낸 선 한 뼘 한 뼘마다, 이 땅 위 가시나무숲들을 위한 작가의 간절한 기도가 실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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