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불합리한 전면전쟁에 어떻게 돌입했는가?
어째서 그것을 계속했는가?
평화, 그 새로운 시작의 앞에서
지난 2018년 4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 결과로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두 가지 주요한 핵심 의제가 담겨 있다. 하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남북이 목표로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8년 내에 한국전쟁의 종전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1960년 6월 25일 시작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력 충돌을 멈춘 것일 뿐,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정전협정 이후 65년, 전쟁발발 이후 68년,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를 끝마무리 지을 수 있는 셈이다.
한국전쟁의 진실과 의미를 찾아서
하나의 사건이 어째서 일어났고 어떻게, 왜 그러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직 끝나지 않는 사건일 경우 더욱 그러하며, 서로의 정의와 이익을 대변하는 수없는 집단이 얽혀있는 사건의 경우는 더 더욱 그러하다. 한국전쟁이 바로 그런 사건이었다. 2차 대전 이후의 냉전이 가장 커다란 열전(熱戰)으로 폭발했던 그 사건에는 근접 당사자인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소련 및 UN 각국 수뇌부의 복잡한 계산과 판단이 얽혀 있다.
그 대립은 국가 간만이 아니라,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곤 한다. 이는 정치적 영역만이 아니라 학적, 사회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그런 연유로 한국전쟁의 기원이나 전개 과정, 의미는 여전히 끝나지 않는 논쟁거리 중 하나다. 몇 년 전 “한국전쟁은 남침일까, 북침일까?”란 질문에 대한 논란은 그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8년은 한국, 아니 한반도 근대사의 큰 의미를 지닌 한국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마침내 한국전쟁이 종결될 것이고, 정치사회적으로 남용되었던 반공주의 역시 그 생명을 다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계산된 위험〉은, 한국전쟁 발발 이후 열흘간의 사건을 객관적이고 엄밀한 자료에 따라 재구성하고 있다.
전쟁은 만들어진다-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계산된 위험〉은 두 가지 전제 아래 전개된다. 첫째, 전쟁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군사적 목적 하에 선택되는 하나의 수단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한국을 비롯하여 관련 각국의 정치적 판단에 주목한다. 그런 의미에서 〈계산된 위험〉은 단순한 전쟁사라기보다는 전쟁·정치사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둘째, 한국전쟁에 대한 기존의 이론들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가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 판단의 재료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쟁의 원인’이란 단순히 전쟁의 발발 시점 혹은 그 이전에 전쟁을 발발시킨 사건이 무엇인지를 가르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계산된 위험〉은 그래서 전쟁 이전만이 아니라 전쟁 초기 열흘 동안 일어났던 사건과 판단들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저자는 매우 정밀한, 어떻게 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료의 엄밀성에 집중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하였고,-저자는 정치학 박사이지만 동시에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마치 한 편의 이야기, 아니 다큐멘터리를 독자에게 들려주듯 말을 건넨다. 실제로 저자는 나래이터처럼, 각각의 사건들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의미와 해석에 관해서는 가능한 한 발짝 물러서 있다. 저자의 말처럼, 독자는 마치 배심원이 된 것처럼 각각의 증언들을 듣고 나름의 판단을 내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이건 아니면 관련 학자이건, 또는 한국전쟁에서 나타난 지도부의 과오를 반면교사 삼으려는 이들이건, 〈계산된 위험〉은 가장 정확하고 또 재밌는 방식으로 한국 전쟁의 생생한 모습을 살필 최선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