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딩이 코로나를 만났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 무엇보다 학교의 본질에 대해, 수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교사들이 자기 수업을 성찰하게 했다.”
코로나가 바꾼 급식실 풍경, 살짝개김증조차 발현할 수 없었던 중2들, 원격 수업으로는 풀지 못한 에너지, 그리고 방에 갇혀 버린 자존감까지, 〈1부 대한민국 중딩이 코로나를 만났습니다〉에서 교육을 둘러싼 모든 주체가 들여다봐야 할 코로나 시대 교육 단상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풀꽃 선생님 특유 재치있는 말투를 잃지 않고서.
모여서 더욱 아름다운 풀꽃입니다
아무리 애써도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선생들 다 싫다 하는 표정으로 학교 오는 아이, 한국어를 못해 소외당하던 아이, 친구를 위해 주먹을 날린 아이, 학교폭력을 계기로 변화를 맞은 아이, 늘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 등등 풀꽃 선생님이 오래 기억하는 아이들을 한 꼭지씩 담아 쓴 〈2부 모여서 더욱 아름다운 풀꽃입니다〉를 읽다 보면 무지개보다 다채로운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할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겪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무엇이 아이를 변화시키는지, 어떻게 하면 닫힌 마음에 조금씩 스며들 수 있는지 교사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과 바람들이 읽는 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상상력’을 선사합니다.
요즘 중딩이 뭐 어떻다고요?
언제나 가슴 쫄깃한 급식 시간을 만드는 아이들, 연봉 1억은 찍어야 성공한 삶이라고 믿는 아이들, ‘늦가을 3차 사춘기 도래’를 영접하는 아이들, 사흘과 나흘이 영 헷갈리는 ‘요즘’ 아이들이 부딪히고 맞이하는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3부 요즘 중딩이 뭐 어떻다고요?〉에는 말 그대로 ‘요즘 중딩’을 이해하게 하는 글을 담았습니다. ‘요즘 것들’ 하며 아이들을 싸잡아 내리깎는 불편한 시선이 얼마나 ‘어른’ 중심 사고인지를 헤아리게 됩니다.
중2병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들이미는 사회에 지은이는 말합니다. ‘병’이라는 말 대신, 살아 있는 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자고 말입니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발견하고 제 색깔대로 표현해 보아야 할 중학생 시기를 병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저자의 글은 애정을 담은 눈, 안쓰러움을 끌어안을 가슴, 사랑을 표현할 입, 언어 너머를 들을 줄 아는 귀를 갖게 도와줍니다. 사춘기 아이들 ‘갬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픈 독자, 반항하는 아이를 멀리했던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학교에서 행복합니다, 우리는
남자 중학교에서 대부분 교직 생활을 보낸 지은이는 정해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경계하며 아이마다 가진 재능과 기질이 표현될 수 있게 가르쳐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풀꽃선생 안정선이 쌓은 교육 철학, 다른 선생님들과 나누고픈 고민거리를 〈4부 학교에서 행복합니다, 우리는〉에 담았습니다.
커리큘럼도 다 짜 놓았지만 끝내 하지 못한 ‘성 의식 교육’, 아이들의 별난 취미 응원기, 남중 언어 생활 관찰기, 웃기는 교사 되기, 남중 학생과 함께한 시 교육과 조용한 학생을 위한 고독한 학교 공간에 대한 고민 모두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런 까닭에 지은이는 답을 찾지 못한 교육 질문들은 책을 읽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세상을 향해 날개를 폅니다
지은이는 아이들이 나아가야 할, 학교 밖 세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아무리 평등을 가르친다 해도 능력주의가 차별을 정당화하고 왜곡된 가치관으로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에선 ‘착한 아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가정에서 폭력이 대물림되지 않아야 학교에서도 폭력이 사라질 테고, 능력에 따른 차별을 공정이라고 착각하는 사회 흐름이 옅어져야 학교 안에서도 협동과 배려가 살아날 수 있기에 지은이는 졸업한 아이들이 마주해야 할 사회가 더 다정해지기를 바라며 〈5부 세상을 향해 날개를 폅니다〉를 썼습니다. 스스로 반성할 시간을 주는 학교, 양심을 믿어 주는 학교, 모두가 이기는 게임도 만들 수 있음을 알게 하는 학교, 앞으로 제자들이 살아갈 세상을 걱정하는 학교, 그런 학교를 향해 가자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글과 더불어 들어간 그림은 모두 지은이가 펜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글 읽는 사이사이에서 읽는 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이 책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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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코멘트
“오히려 좋아”
교사가 학교를 돌아보며 쓴 글들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있어야만 합니다. 학교와 사회 사이에,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또 교사와 다른 교육 주체들 사이에 놓여야 하는 돌다리가 끊기지 않아야 아이들이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교를,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게 하는 돌다리로서 이 책이 나와야만 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조금 수고스러울 일이 생겼을 때 마음을 풀어주는 명랑한 문장, “오히려 좋아.” 팬데믹, 능력주의, 차별과 혐오 사회에서 학교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오히려 학교」. 지금 우리가 이 책을 들어야 하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