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COVID-19로 인한 팬데믹이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 앞에서 전 세계는 같은 배를 탔지만, 그것이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과 결과는 달랐다. 누군가는 감염병의 위험을 더 많이 감내해야 했고, 누군가는 더 큰 고통이나 가난과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혐오와 편견이라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서양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던 오리엔탈리즘, 즉 ‘서양의 동양 혐오’ 현상은 팬데믹 시대를 맞아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고, 은밀한 곳에 숨어 있던 ‘동양 안의 동양 혐오’ 또한 곳곳에서 지뢰처럼 터져나왔다. 온 인류를 하나로 묶은 ‘세계화’의 추세는 혐오라는 괴물이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차별과 편견, 비하와 혐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자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단지 특정한 인종, 국가, 민족 등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세계로부터 배제된다는 것은 너무나 커다란 폭력이고, 단지 누군가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뼈아픈 슬픔이다. 그 어떤 상황이나 현상도 혐오와 비난과 편견을 정당화하지는 못하며,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COVID-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조심스레 엔데믹(Endemic)이 논의되고 있고, 우리의 일상도 어느 정도는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COVID-19가 남긴 상흔과 오리엔탈리즘은 쉽게 지워지거나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모두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기나긴 팬데믹의 끝에 혐오에 대한 반성이 놓이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것을 위한 작은 쓰임이 되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