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깥 테두리의 이웃을 위하는 수녀의
우리 시대 인간에 관한 12가지 단상
한편으로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타인과 교류하지 못한 채 소외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집을 잃고 헐벗은 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 많다. 기계에게 노동을 빼앗긴 사람의 삶은 또 어떠한가. 그런데, 이 모든 현상이 다 불청객 바이러스 때문일까?
그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목격한 저자는 소외된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일부러 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또한 우리는 여전히 인종차별과 성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난, 소외, 차별, 질병은 갈수록 심각해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는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나의 내면과 주변을 돌보아야 한다.
저자 박정은 수녀는 작가 톨스토이의 책 제목처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긴 시간 살아왔다. 따라서 저자는 AI와 비대면문화 그리고 남녀갈등, 죽음, 자본, 난민 등의 이 시대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꼭 생각해봐야 할 12가지 주제를 선정했다. 이 책은 이들 주제에 대한 학자이자 성직자인 저자의 오랜 사유의 결과물이다.
삶이 힘들수록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저자는 지금 당장 인간에게는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이 가장 절실하다는 결론과 함께 삶이 힘들수록 잊혀지는 인간의 가치를 세상에 내놓는다.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 정신은 어떻게 지닐 수 있고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저자는 먼저 비효율적으로 느린 속도로 하루를 살기를 권한다. 느린 걸음으로 무언가를 천천히 관찰함으로써 내가 사는 동네의 나무의 색깔과 결이 어떠했던지, 이웃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삶 말이다. 저자는 느림을 택하는 용기가 곧 21세기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게으르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저자가 말하는 게으름이란 부지런한 탐욕을 경계하기를 게을리하는 것을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는 보지도 않고 나의 이익을 취하는 분주한 이기주의자가 되지 말자고, 오히려 느리더라도 주변과 함께가는 인생을 살자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누구나 공동체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이웃을 생각할 수 있고 위할 수 있는 내 안의 인간성을 누구나 회복할 수 있음을 반복하여 말한다. 이제 게으른 동작으로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겨 저자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보자. 그리하여 가장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을 지켜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