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뒤편에 자리한 승가의 소중한 일상 톺아보기
‘행자와 학인을 거쳐 노스님이 될 때까지, 생생한 한국사찰의 후원문화’
지금까지 사찰의 식문화나 후원문화와 관련한 연구는 음식 자체에 치중되어 왔다. ‘사찰음식’이라는 명제 아래 사찰의 후원문화가 일부 이야기될 뿐, 식생활을 포함한 승가 공동체의 다양한 삶의 모습은 기록되지 않았다. ‘공양간’으로 대표되는 사찰의 후원문화는 승가의 일상을 다루는 무형의 문화로, 전승 양상을 제대로 포착하여 기록하고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공양간의 수행자들』은 그러한 바탕 위에 무형문화로서 가치를 지니는 승가의 소중한 일상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다.
책은 8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불교와 후원문화〉는 후원문화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서술하고, 2장 〈불교 후원문화의 역사〉는 초기불교ㆍ중국불교ㆍ한국불교로 구분하여, 초기불교 당시의 율장 조항과 중국불교 및 한국불교의 전개 과정에 따른 식생활의 흐름을 살폈다.
3장 〈사찰의 살림살이 공간〉은 공양간, 대방, 물의 운용, 곳간, 방앗간 등 후원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출가자의 일상을 다루었고, 4장 〈식량 마련하기〉는 사찰 후원의 최대 과제였던 양식 마련의 근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탁발과 자비량과 자급자족, 보시 등으로 행해져 온 과거 한국사찰 경제 기반의 방편을 여러 사찰 및 노스님의 서술을 통해 기록하였다.
5장 〈수행정진의 일상사로서 후원문화〉는 수행자로서의 후원생활을 폭넓게 살피고 있다. 삼시예불과 선방 소임, 울력 등 행자와 학인을 거쳐 고승에 이르기까지 출가자의 통과의례로서 삶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6장 〈수행자의 일상식, 발우공양〉에서는 공양과 발우의 의미, 발우공양의 전승과 내용 및 의식절차 등을 자세하게 다루었다.
7장 〈후원의 민속과 세시 음식문화〉는 사찰 후원에 전승되는 조왕신앙 및 민속과 세시에 따른 음식문화에 대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로 나누어 서술하고, 8장 〈불교 후원문화의 방향성〉으로 끝맺고 있다.
경건한 후원문화 vs 유쾌한 후원문화
각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책의 특장점은, 후원문화의 역사에서부터 근현대 출가수행자의 방대한 일상사(日常史) 및 미시사(微視史)를 빠짐없이 기록할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의 근현대를 겪어 온 원로 승려들의 경험과 기억 속에 ‘살아 있는 기록’을 생생하게 서술했다는 점이다.
그 속에는 일상의 경건한 후원문화와 유쾌한 후원문화가 공존한다. 불기(佛器)에 담긴 고봉의 마지는 사찰 후원에서 피워 내는 신성한 꽃과 같기에 부처님 마지를 짓는 부뚜막에 조왕보를 설치하여 그을음을 차단하는 일이나, 공양간과 채공간을 구별하여 마지 짓는 데 반찬 냄새가 배지 않도록 하는 일, 공양 소임을 맡은 이들이 부뚜막 위쪽에 자리한 조왕단에 예배를 올리면서 후원의 하루를 여는 일 등 경건함과 정성스러움은 수행자에게 빠질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주먹밥을 싸서 소풍을 가고, 풀을 쑬 밀가루를 모아 수제비를 끓여 먹고, ‘재에 쓸 곶감을 누가 다 빼먹었나’로 대중공사가 벌어지는 일 등 학인들의 유쾌한 후원문화도 무궁무진하다.
『공양간의 수행자들』,
사찰 후원문화 전승에 대한 관심과 기록의 시작점에 서다
문화의 지속과 변화는 사찰 식생활에도 적용되기 마련이어서, 후원의 물리적 기반과 전승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식량의 공급 방식과 후원의 구조가 변화됨은 물론 음식을 담당하는 소임이 출가자에서 재가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발우공양을 이어 가는 사찰 또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현실 아래 수행자의 영역인 동시에 고유의 전승 문화로서 가치를 지니는 사찰 후원문화 전승에 대해 불교 안팎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필요하다. 『공양간의 수행자들』은 그 활동에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