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엄마의 입학 준비와 자녀교육,
어떻게 다를까?”
배움의 세계에 첫발을 디딘 내 아이를 위해
책가방, 노트북, 한글ㆍ구구단보다 먼저 준비해야 할 것들
매 연말연시가 되면 백화점 아동 코너, 대형 문구점이 북적인다. 책가방, 학용품 등 초등 입학을 위한 물건들이 앞 다퉈 진열되고, 그 앞에 선 예비 학부모들의 눈빛이 진지하다. 아이의 첫 학교 책가방이니만큼 절로 신중해진다. 이젠 교과 과정에 디지털 기기 활용 비중이 커졌다니, 초등 저학년부터 개인용 컴퓨터가 필요하고, 갖가지 학용품도 준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교육열 높은 엄마들은 이미 대여섯 살에 한글, 구구단, 시계 보는 법까지 지도한다는 얘기에, 이제라도 ‘초등 준비 세트’, ‘초등 대비 학습 꾸러미’ 따위를 쥐어줘야 할 것 같다. 배움의 세계에 첫발을 디딘 아이를 위해 몸도, 마음도, 지갑도 절로 긴장된다.
하지만 정작 초등 입학을 위해 무엇을, 얼마만큼, 왜 준비해야 적당한지 기준이 없다. 누군가 명확한 모범답안을 제시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등생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자기 일처럼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적확하게 추려줄 전문가는 없을까?
이를 위해, 아이의 입학을 앞둔 초등교사 엄마가 『오지라퍼 선생님의 초등 학부모 수업』을 출간했다. 14년차 초등교사인 김현경 저자는 ‘건강하고 행복한 홀로 서기’가 자녀교육의 최종 목표임을 강조하면서, 초등 6년이 그 토대를 만드는 귀한 시간임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보다 건강하게 자기 인생의 결정들을 해나가고, 직면할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 초등 학부모가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건 준비물이나 선행학습 같은 단편적인 것들을 넘어선다고 알려준다.
1장 ‘선생님 엄마도 어려운 자녀교육 고민들’은 저자가 초보 엄마로서 고민했던 지점들을 짚어간다. 특히 초등 학부모를 위해 교사와 엄마의 두 입장차, 시각차를 비교하면서 초등생활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2장 ‘육아 만렙 학부모 벤치마킹하기’에서는 선생님 엄마도 감탄할 만큼 잘 자란 아이들의 부모를 관찰했다.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평범한 부모들과는 다른, 이들만의 현명한 자녀교육 방법과 시각을 담았다.
3장 ‘엄마, 기준을 세우다’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접하게 되는 여러 자녀교육 쟁점들 중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렸던 나름의 답을 담았다. 다양한 예시들을 제시하면서, 예비 학부모들이 이를 미리 고민해보고 각자에게 맞는 해답을 찾게끔 유도한다.
4장 ‘선생님 엄마가 추려본 초등생활의 정석’에서는 ‘학습, 태도, 관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뛰어난 아이들이 가졌던 공통점을 꼽았다. 이는 초등 시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인생 전반에 걸쳐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단단한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는 초등 6년 동안, 딱 이것만큼은 아이들이 반드시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학부모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5장 ‘오지라퍼 선생님의 친절한 기밀 누설’은 학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아무나 쉽게 알 수 없던 초등생활 면면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반장 선거, 급식 지도, 선생님과 반 배정, 학부모 민원 넣기 등 학교 현장에 대해 학부모가 알아두면 약이 될 뒷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상위 1%, 경시대회 수상보다
탄탄한 적량 학습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먼저인 이유!
『오지라퍼 선생님의 초등 학부모 수업』에서는, 초등 아이를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것은 ‘학습, 태도, 관계’ 측면에서의 교육이라고 학부모들에게 조언한다.
저자는 과도한 선행학습보다는 적량 학습과 자기 주도를 강조한다. 종종 초등 저학년에게 미국 고학년 수준의 영어 독서지수를 목표로 삼게 하거나, 고등학교『수학의 정석』 등을 선행시킨다는 이야기를 목격한다. 보통의 학부모들은 아직 한글도 완벽하지 않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너무 뒤처지진 않을지 걱정된다. ‘행복은 성적 순’이라는 가치관은 아니더라도 제 아이가 못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한두 자릿수 더하기와 빼기도 익숙지 않은 아이에게 구구단부터 암기시키는 게 과연 현명할까?
저자는 “초등은 노는 시기”라는 말이 “초등 때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되면 안 된다면서도, 과도한 선행학습은 교육 효과, 시간과 비용의 가성비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신, 초등 학습은 앞으로 접할 심도 깊은 공부를 위한 준비 기간으로 봐야 한다며, 글 쓰고 읽는 연습, ‘빨리’보다 ‘제대로’ 하는 습관, 탐구와 몰입의 경험과 태도를 기르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효과적임을 알려준다.
한편, 학부모들이 학업만큼이나 고민한다는 아이의 친구 관계에 관한 조언도 피부에 와 닿는다. 무조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거나 절대 싸우면 안 된다는 뻔한 시각 대신, 자연스러운 갈등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기 마음을 지켜내도록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는 학교라는 환경 안에서 사회생활을 미리 겪어보는 때이기도 하다. 저자는 선생님, 학부모, 사회가 함께 쳐준 울타리 안에서 아이가 양보와 방어, 용서와 거리 두기 등을 직접 연습함으로써 스스로를 챙기면서도 타인과 어울리는 건전한 관계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독려한다.
“잘 자란 아이들은 부모가 남달랐다!”
예비 학부모를 위한 오지라퍼 선생님의 뼈 때리는 조언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우셨어요?”
이는 초등교사 엄마가 잘 자란 아이의 학부모와 상담할 때 꼭 한다는 찬사다. 자녀를 잘 키워낸 것이 부러워서 절로 나오는 말이란다.
새 학년을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초등 준비서 가운데 『오지라퍼 선생님의 초등 학부모 수업』은 다소 한가한 얘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당장 초등 신입생의 적응을 돕기 위한 준비물, 행동 수칙을 나열한 매뉴얼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더 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초등 시기에 다져야 할 태도와 학습 습관을 담았다. 상위 1%, 경시대회 입상 등 눈앞의 정량 목표나 선행학습이 아닌,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아이 스스로 목표와 가치를 설정하는 자기 주도를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이 지켜본 많은 훌륭한 아이들, 즉 제 몫을 하고, 어려운 문제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자기를 지키면서도 주변과 함께 웃을 줄 아는 제자들과 그 학부모들을 복기한다. 그러면서 초등 입학을 앞둔 자신의 아이를 위해 이들로부터 벤치마킹해야겠다고 다짐한 것들을 추렸다. 특히 초등 시기에 경험하는 여러 자녀교육 쟁점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언급하며, 여러 현명한 부모들의 행동과 시각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교육이란 특정한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하나의 정답 대신, 여러 관점을 접하며 각자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어가도록 돕는다.
저자는 스스로를 ‘오지라퍼’라고 말한다. 우연히 찾은 맛집 정보를 주변 이웃들과 공유하고, 등하굣길 보도블록 파손 건에 대해 민원을 넣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다. 그런 그이기에 제 아이를 위해 정리한 이 살뜰한 초등 준비 과정 역시도 같은 학부모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흔히, 오지랖 하면 “쓸데없는 참견”이라며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보자는 한 초등교사의 선량한 오지랖에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