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부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프랑스 낭만주의의 발생 과정과 진화의 양상을 고찰한다. 이를 위해 1장에서는 18세기 중반 유럽에서 근대 사회의 성립이라는 사회적 변동과 맞물려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세계관이 태동한 역사적 정황을 기술한다. 아울러 독일 및 영국 낭만주의와 다른 프랑스 낭만주의의 특징을 살펴보고, 프랑스 문학사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전기 낭만주의라는 개념의 타당성을 짚어본다.
2장에서는 근대 유럽 사회에서 진화해온 개인의 개념을 고찰한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출발한 개인이라는 새로운 인간형이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신분제의 틀을 깨면서 현양되는 과정과 다시 소외를 겪는 과정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부르주아의 부상이 프랑스 사회에 가져온 변혁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초래했는지를 살펴보고, 4장에서는 새로운 자아의 표상을 만들기 위해서 프랑스 낭만주의자들이 시도한 자아의 글쓰기를 천착한다. 스탕달, 기조, 콩스탕, 위고, 뮈세, 라마르틴 등이 시도한 사소설, 자전적 소설, 고백록, 서간문, 일기, 회고록 등 다양한 장르의 자아의 글쓰기를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프랑스 낭만주의자들이 부르주아 계급의 헤게모니적 담론과 다른 대안적 담론을 만들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정립하려 애쓰는 모습을 찾아보고자 한다.
5장에서는 프랑스 낭만주의의 비균질성과 역동성을 부각할 수 있는 유형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구체제의 복구를 원하는 부류, 보수주의자, 파시스트 계열에서부터 다른 편의 온건 개혁파, 급진적 자유주의자, 그리고 몽상가, 댄디와 예술지상주의자까지 그 폭넓은 이 스펙트럼을 살펴본다. 6장에서는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자아의 시선은 세대의 함수임을 밝히고자 한다. 프랑스의 낭만주의를 일관된 하나의 흐름으로 보는 관점을 지양하고 그 세세한 굴곡을 짚어보면서 프랑스 낭만주의에 끼친 자유주의 사상의 영향을 확인하고자 한다.
2부에서는 프랑스 낭만주의의 상수인 세기병을 고찰한다. 7장에서는 우선 세기병의 증상은 어떤 것이고, 세기는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살펴보고, 계급에 따른 세계관이 어떤 세기병 서사를 만드는지를 세계관과 뮈토스의 관계를 통해 고찰한다. 8장에서는 귀족과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와 같은 계급적 시각이 어떻게 세기병의 변이를 설명하는지 살펴본다. 세기병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샤토브리앙의 이른바 르네 병, 발자크와 뮈세의 세기병, 부르주아 작가들이 주변화되는 자신들의 처지를 표현하기 위해 프롤레타리아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 등을 고찰한다. 또한 9장에서는 부르주아 사회의 현실에 대한 환멸이 뮈세를 거쳐 노디에, 플로베르로 이어지면서 1830년대의 통렬한 각성에서 비롯한 세기병이 1848년 혁명 이후 패자의 세기병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10장에서는 세기병에 걸린 작가들의 자아의 글쓰기를 세기병의 질병 서사로 보고,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가 글쓰기를 통하여 자신과 동시대인이 겪는 세기병을 어떻게 진단하며, 이를 치유하기 위해 어떤 질병 서사를 만들어가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11장에서는 지금까지 세기병 연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영역이지만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젠더 담론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면서 세기병의 또 다른 양상을 밝히는 장을 마련한다. 조르주 상드, 다니엘 스테른 등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던 여성 작가의 세기병 문제를 다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