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철학자 김수영

철학자 김수영

  • 김상천
  • |
  • 사실과가치
  • |
  • 2022-09-07 출간
  • |
  • 396페이지
  • |
  • 146 X 215 mm
  • |
  • ISBN 9791196254643
판매가

19,000원

즉시할인가

17,100

배송비

2,3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17,1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추천사]
김수영을 '철학하는 시인'으로 논구한 비평문학의 진수!

하성환/근현대인물사연구자

늘샘이 시도한 '김수영론'은 작가 김수영의 정신세계를 다룬 색다른 비평서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김수영 찬양 일색의 주례사 비평이 아니다. 거꾸로 신동엽을 의식하며 김수영을 신화화하려는 흐름을 비판하는 공모비평도 아니다. 나아가 김수영 시 작품이 지닌 난해함을 드러내며 내리까는 부박한 골목비평도 아니다. 오히려 늘샘의 '김수영론'은 기존 문단 내 '패거리' 성격을 띤 비평계 관행을 비판하며 김수영에 대한 부박한 지식과 연구자가 보인 게으름에 일침을 가한다.한 마디로 김수영 작품 세계가 함축한 철학에 대한 가능성을 분석적으로 논구한다. 놀라운 시도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수영 작품 세계가 지닌 정신세계를 고유한 한국식 사유로서 자리매김을 처음 시도한다. 다시 말해 김수영은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그를 바탕으로 고유한 한국식 사유인 민중적 성격을 지닌 산문시 형식을 도출해 낸다. 김수영이 시도한 '산문시' 형식이 민중의식에 기초한 고유한 한국식 사유 형태임을 논구하고 있다.‘거대한 뿌리’는 그 결정체다.실제로 김수영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거나 비평한 연구물 가운데 아직까지 철학에 대한 관점에서 김수영을 다룬 작품은 한 편도 없었다. 가령, 김수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해의 한겨레 기획연재물 「거대한 김수영 100년」만 해도 그렇다. 철학자부터 문예비평가,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자들이 에너지를 쏟아냈지만 김수영의 정신세계인 철학에 대한 관점을 다루지 못했다. 그만큼 시인, 평론가이자 번역가로서 김수영이 처한 정신세계를 철학에 대한 관점에서 제대로 분석하고 해석한 문예비평서는 전무했다.

김수영에 대한 각각의 연구물이나 단행본이 저마다 문학사로서 의미를 지닌 출판물이지만 김수영 시와 시론에 대해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대중서사시대 김수영 산문시가 지닌 고유한 한국식 사유 형식인 '민중서사라는 정신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한 연구물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늘샘의 역작은 비평사의 기념비로 남을 만한 문예비평서이다. 더 나아가 기존 한국 문단 내 문예비평 관행에 조종을 울리고 대중평자시대를 맞아 새로운 문예비평 모델을 제시한 신호탄으로 작용할 명작이다.문예비평가 늘샘은 김수영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두 가지 용어를 차용한다. 먼저 러시아 문예비평가 바흐친이 사용한 '크로노토포스'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크로노토포스'는 '시공간'을 의미하는 서사이론의 핵심 개념으로 이야기 마디를 맺고 푸는 결절점을 가리킨다. 이유는 시인, 시론을 쓴 작가이자 번역가로서 김수영이 처한 시공간상 시대배경을 중시한 탓이다. 모든 작품은 작가의 정신세계가 담긴 시대의 아들이자 시대의 사회상을 작가 내면에서 직조한 투영물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이 살아갔던 시대는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와 혼돈으로 가득한 해방 공간, 그리고 시인 스스로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한국전쟁, 게다가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라는 현대사의 거친 질곡을 시대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그런 시공간을 배경으로 '크로노토포스'라는 개념의 막대만큼 시인 김수영이 처한 시대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용어는 없다. 실제로 김수영은 전후의 실존주의 철학을 집대성한 하이데거 사상에 깊이 심취했던 작가다.

일본어판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1937)을 닳고 닳을 정도로 숙독할 만큼 시인 김수영은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실존' 문제를 깊이 자신의 내면에 뿌리내리며 사숙한 철학하는 작가였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영은 부조리하고 거친 격랑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뇌했던 래디칼한 모럴리스트 시인이었다. 실제로 2020년 12월에 출간한 〈네거리의 예술가들〉(사실과 가치)에서 늘샘은 처음으로 김수영을 모더니스트 시인을 넘어서서 모럴리스트 시인으로 조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예비평가 늘샘은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프레데릭 제임슨이 쓴 '정치적 무의식' 용어를 차용한다. 제임슨이 쓴 '정치적 무의식' 개념은 마르크스주의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결합한 용어이다. 특정 시대를 살아갔던 당대 민중들이 처한 현실 속 욕망과 정치적 의지를 문예비평가 늘샘은 '정치적 무의식'이라 표현했다. '무의식도 언어처럼 구조화돼 있다'는 프랑스 정신분석철학자 라캉이 쓴 명제를 분석 도구로 삼았다. 바로 그 '정치적 무의식'이 드러난 잘 대표작이 「거대한 뿌리」(1964)와 「풀」(1968)이고, 그 출발점이 초기 작품 「공자의 생활난」(1945)과 전쟁 직후 발표한 「달나라 장난」(1953)이다.「공자의 생활난」에선 해방 공간 부조리와 무질서가 판을 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다시 고개를 쳐드는 배반된 현실에서 말(언어)과 실제(사물)가 일치하지 않음을 비판한다. 나아가 봉건 질서가 무너져가던 주나라 말기 공자라는 '불우한 지식인'에 자신을 빗대어 「공자의 생활난」이란 시를 쓴다. 철학자 김상환(서울대 교수)이 분석한 대로 공자로 상징되는 '선비정신'을 지닌 시인으로서 김수영을 해석하기보다 가치가 혼란스러운 무질서한 시대 '불우한 지식인'의 표상으로 시인 자신을 공자에 빗댄 표현으로 보았다.
그 이유를 문예비평가 늘샘은 기호학자 소쉬르와 움베르토 에코를 거론하며 치밀하게 비판했다. 다시 말해 해방 공간 가치 혼돈이 극에 달했던 시절, 줄넘기 장난을 벌이고 위험한 작전이 횡행하며 말(언어)과 실제(사물)가 일치하지 않는 가치 혼란의 위기 속 현실을 스물다섯의 청년 김수영은 「공자의 생활난」으로 토해냈다는 해석이다. 기호학은 언어의 상징성을 분석함으로써 현실의 거짓과 위선을 날카롭게 파헤친다는 의미에서 문예비평가 늘샘이 시도한 탁월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현대 기호학의 선구자 소쉬르가 표현한 대로 본디 언어란 실체가 아니라 형태일 뿐이고 언어는 오직 기호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불우한 지식인'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공자를 빗댄 표현일 뿐, 김상환 교수처럼 유교 '선비정신'과 시인 김수영을 연결 짓는 작업은 언어의 의미를 즉자적으로 해석한 무리이자 지나친 착각이다. 실제로 김수영 시 세계에 영향을 미친 실체는 유교의 '선비정신'이 아니라 '어머니'와 '불교'임을 문예비평가 늘샘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해방 공간 무질서와 기회주의가 휩쓰는 아노미 상태에서 시인 김수영은 언어의 허구를 폭로하는 유명론 속 리얼리즘에 기초해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극심한 구토를 느끼듯이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그것이 김수영 작품이 함축한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정직한 안목이자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비평문학의 정도이다.「거대한 뿌리」에선 민중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들"로 표현하고 있다. 마르크스, 엥겔스가 소외된 이들에게 '신성 가족'이란 옷을 입혔듯이 해방과 전쟁, 그리고 독재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서 사유하는 고절한 시인 김수영 또한 역사의 주체이지만 소외된 민중들을 '거대한 뿌리'로서 형상화했다.문예비평가 늘샘은 '민중'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내력도 동학농민혁명 사발통문임을 밝혔다. 제2차 동학농민혁명인 우금치 전투와 3?1만세 시위 사이엔 2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천도교 대표가 15명이고, 그들 가운데 손병희를 포함해 9명이 우금치 전투에 참전했다는 사실은 민중종교인 동학(천도교)이 여전히 한국 역사의 주체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김수영은 그만의 민중적 언어로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고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고? 당대 지식인들의 위선과 비주체성을 강렬하게 성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고 역사 주체인 민중에 대해 견고한 믿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들은 이승만 '국가주의'에 맞서 국가(독재자)를 상징하는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해서 도는 소외된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도는 팽이"가 바로 민족의 실체이자 역사의 주체인 민중임을 시인 김수영은 발견한다.
또한 "시를 반역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강렬한 자의식에 기초해 "시를 배반하고 산다"(「구름 위의 파수병」)는 반시론적 태도와 산문집에서 "시여 침을 뱉으라"고 역설하면서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모럴리스트 시인 김수영은 언젠가 (순수)민족문학을 외쳤던 미당 서정주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서정주의 작품은 그 토속성이 견딜 수 없다는 점에서 혐오스럽고, 그 늘어지는 서정성이 둘째 이유이고, 무엇보다 미당의 반동성이 역겹다."부조리하고 불의가 횡행했던 시대! 시와 삶을 일치시키려 고투했던 진정한 민족시인다운 일갈이 아닐 수 없다.시인 김수영!

그는 "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고 토로했다. 그가 발표한 시와 산문은 권력에 밀착된 궁정시인이 남긴 언어 유희가 아니다. 그는 노래하기 위해 시를 쓰지 않았다. 그는 사유하고 은폐된 세계의 허구를 까발리기 위해 시를 썼다. 김수영은 오직 불의한 시대를 관통하며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고투했다. 따라서 김수영 시 세계는 독재자를 찬양하기 위해 기교를 부린 미사여구는 더더욱 아니다. 그가 남긴 작품은 시대의 부조리와 부패한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이자 폭로이며 당대 우리 시대가 나아갈 정신세계이자 지향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영이 남긴 문학작품은 단순히 문학작품으로서 깨우침을 주는 걸 넘어서서 시대의 좌표를 읽는 시대정신으로 읽힌다.그리고 그는 일제강점기 카프 문학의 맹장, 임화를 우상처럼 존경했던 작가이다. 임화가 쓴 「네거리의 순이」에서 보듯이 단편서사시 전통을 이어받은 산문시로 대표되는 김수영의 작품세계는 70년대 김지하, 90년대 김남주로 계승되며 한국현대시문학사의 맥을 형성했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라는 잣대를 요구하는 비평문학에서 시인 김수영이 오늘날 불멸의 시인으로 여전히 주목 받는 이유이다. 실제로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아 〈교수신문〉(2005. 8.20)에서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김수영은 함석헌, 김지하와 함께 한국현대사 학문 분야에서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볼 때, 동서양 철학과 사상을 폭넓게 섭렵하고 자신의 정신세계로 오랜 기간 숙성시켜 낸 문예비평가 늘샘의 '김수영론'은 김수영 연구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젖힌 빼어난 비평서가 아닐 수 없다. 김수영 문학에 깃든 정신세계, 즉 철학을 분석하고 김수영 시인이 지닌 정신세계가 고유한 한국식 사유형식인 민중적 서사로 표현됨으로써 김수영 시세계가 '세계성'을 획득할 수 있는 대목임을 오롯이 밝혀 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수영을 '철학하는 시인'으로 논구한 늘샘의 역작은 깊이 있는 비평문학의 진수! 바로 그 자체다. 글쓴이는 세 번 원고를 읽으면서 절로 무릎을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

늘샘 김상천의 〈철학자 김수영〉에 대해?감히 일독을 권한다.

2022년 가을에...

독자에게

오늘, 한국정신은 존재하는가?

아니, 그 추상적 사유 형태로서의 언어를 통한 한국철학은 존재하는가?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기본 주제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으로서 누군가는 이것을 풀어내야 하고, 그 누군가는 이것을 밝혀내야 합니다. 현재까지 철학적 관점에서 김수영을 다룬 저서는 아직 한 권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철학의 본질을 염두에 두먼서 김수영 시와 시론의 시대성, 예술적 본질, 나아가 한국적 사유의 한 형태로서의 민중적 형식이 지닌 산문시의 의미를 톺아낸 저서는 아직 없었습니다. 김상환(〈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 민음사)의 훌륭한 철학 비평서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데카르트의 관념적 인식론(‘자아론’)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문화적 심연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한국철학의 본질을 밝히는 하나의 비평적 사례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프랑스 철학의 갓돌capstone 들뢰즈는 니체를 연구하먼서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분명, 현대 철학은 대부분 니체 덕으로 살아왔고, 여전히 니체 덕으로 살아가고 있다.”(〈니체와 철학〉, 민음사)라고 말입니다. 김수영을 연구하는 나 또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분명, 한국의 현대시는 대부분 김수영 덕으로 살아왔고, 여전히 김수영 덕으로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입니다. 어찌해서 아직도 니체이고, 아직도 김수영일까요? 대체 철학이고 시이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인문학의, 삶의, 어티케 살 것인가 라는 인생에 있어서의 태도의, 세계관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니체와 김수영이 아직도 하나의 정신의 척도로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삶의 태도와 세계관으로서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쓸모가 있다는 뜻이고, 또한 그만큼 낡지 않은 크로노토포스적 현재성modernity을 지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책은 100주년을 맞은 한국의 저명한 시인이 남긴 문화적 유산을 철학적 사유의 관점에서 돌아보게 된 것이 근본적인 저술 동기가 되어 쓴 대중적이고 깊이 있는 문예비평서입니다.

시인 김수영! 그는 분명 한국의 대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시인으로서만 평가한다는 것은 정당하게 평가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는 단수singular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부의 반발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시인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을만한 거대한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그는 또한 당대의 양심적인 지식인이자 두터운 지적 소양을 지닌 훌륭한 문화인이었으며, 선진문화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지닌 하이브로한 엘리트 지식인이자 외국문화의 창조적 이식에 기여한 출중한 번역가로, 사회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아끼지 않은 보기 드문 예봉의 비평가요, 더 나아가 그가 아니먼 보여줄 수 없는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사유의 씨앗을 지닌 자였습니다. 그는 시인이자 지식인이자 철학자였습니다.

김수영 자신은 분명 그만의 독창적이고 단단한 사유의 씨앗을 지닌 자였으며, 비록 그 자신이 전문적인 철학자도 아니고 심지어 독창적인 이론가가 아니었을지라도 지적인 까닭에 두터운 교양을 가지고 형상적 사유의 방식으로 전형적으로 한국적인 사유의 하위 장르랄까 임화의 단편서사시에 이어 일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먼서 산문시라는‘한국적 서사’로서의 이야기시의 새로운 전통을 창조했습니다. 그는 니체와 하이데거의 사상적 영향이 짙은 시론‘시여, 침을 뱉어라-힘으로서의 시의 존재’에서 “나는 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라고 했거니와, 이것은 김수영의 문학적 형식과 철학적 성격을 표상하는 중요한 단서가 아닐 수 없습니다.

1950, 60년대 정체성 세우기로서의 한국학 열풍의 상징, 김수영!

그는 또한 문학론‘신비주의와 민족주의의 시인 예이츠’(〈김수영 전집2〉)에서 ‘아일랜드의 르네상스가 아닌 한국의 르네상스’를 몹시 고대했던 문화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이 이런 그를 염두에 두먼서 한국 철학의 내재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필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한국적 가치Korean Value’의 정립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있는 이때, 김수영이 1세기를 지나는데도 불구하고 ‘수영 금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에 대한 연구물이 산을 이루고,‘김수영 아카데미’라 할 만큼 하나의 학문적 에꼴ecole을 이루고 있으며, 더욱 중요한 점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쑤석거릴 불사의 텍스트와 우리 고유의 사유의 유전자를 낳았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도 마치 거목처럼 크고 우뚝한 정신적 존재로서 사상가 함석헌이 있습니다. 그(〈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고난에 뜻이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대체 고난에 무슨 뜻이 있다는 것인지? 그것은 과연 그의 말대로 우리가 겪은 갖은 괴로움과 힘든 일 가운데서도 죽지 않고 살아야 할 중요한 임무 같은 어떤 인류사적 사명 같은 게 아닐까요? 이 땅의 무고한 민중들처럼 그 또한 일제 시기에 태어나 해방, 전쟁, 혁명, 그리고 혁명의 배반이라는 고난을 겪었습니다. 대체 그가 겪은 고난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뜻이 있을까요? 그는 우리들에게‘온몸의 시학’과 ‘거대한 뿌리’의 정신, 그리고 ‘산문시’라는 중요한 유산을 남기고 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니까 우리가 그가 남긴 문화적 유산을 돌아본다고 하는 것이 그를 기념비의 장막에 가두어놓고 향불을 피우고자 함이 아니요, 골동품을 즐기듯 호고적好古的인 맛을 누리자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를 다만 문화발전의 비판적 자양으로, 하나의 텍스트로 대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지금 내 앞에는 다행히 최하림의 모범적인 김수영 평전 〈자유인의 초상〉(문학세계사)이 놓여 있고, 현재까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김수영론의 최대값을 보여주는 김상환의 〈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민음사)이 있으며, 또한 이영준 교수를 비롯한 몇몇 분들이 수고를 더하여 수십 년에 걸쳐 마무리한 정본(민음사)이 있습니다. 전집(시, 산문)에, 번역평론집(박수연 엮음, 도서출판 b)에, 김현경 여사의 회고적 산문집(푸른사상)과 김수영 생애 답사기(서해문집)까지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불쏘시개는 충분히 준비된 셈입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지은 〈김수영을 읽다〉(휴머니스트)도 보석 같은 해설서입니다. 이제는 다만 요리하는 문제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지난 번에 〈미당 신화〉(사실과가치)를 쓰기 위해 미당 관련 2차 자료를 검토하다가 느낀 것이지만 친일문학(론)의 선구자라는 어느 연구자의 서책에 미당이 통째로 빠져 있는 것을 보고 허탈함을 감출 수 없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에 더욱 거리를 두고 편차를 줄이기 위해 2차 자료를 검토하는 중에,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어느 진보적이라는 민족사학자가 쓴 이름 있다는 사서를 보았더니, 민족시인 신동엽에 대해서는 한 단락을 할애하고 있으먼서도 김수영에 대해서는 단 한 문자도 언급이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 진보는 민족만을 가리키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뭐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여 만든 역사라니, 그러니까 현대사를 잘 못 배우먼 김수영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시대의 김현, 김윤식이 합의해서 쓴 명저 〈한국문학사〉 또한 시인들을 다만 시장의 좌판처럼 좍 늘어놓고 있는 실정이니, 이것은 대상을 개별적 실체로 대하고 마는 도구적 실증주의자의 시선으로 그 개별적 실체가 뿌리를 두고 있는 관계망을 간과한 반사변적 편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 이것은 뭐 ‘세계를 눈도 귀도 없는 자료로 환원시키려는’(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다만 자료의 기억만으로 채우려는 기도try에 다름 아닙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먼 다 아는 일이지만, 서구철학사와 지성사를 관통하는 ‘이성’과 ‘계몽’, ‘합리성’을 중심으로 돌고 도는 사유의 수레바퀴와 마찬가지로 동양철학사와 예술사를 꿰뚫고 지나는 ‘도덕’이니 ‘도리’니, ‘인간성’을 핵심으로 돌고 도는 쳇바퀴도 하나의 휴매니티로서의‘동정심’에 기초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런 도덕적 기초로서의 사회적 모럴은 항상 배반당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도덕이라는 게 사실 오디세우스적‘속임수’임을 늘 모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부정’ 속에서 오히려 인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느낄 수 있음을 예의 니체, 하이데거 같은 고독한 철학자들에게서 봅니다.

김수영 또한 마찬가집니다.

그는 고독한 시인이었습니다. 그는 불온한 시인이자 부정의 철학자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니체, 하이데거처럼 그 무엇을 다시 평가하고 재긍정하기 위한 포즈의 포즈입니다. 그것이 바로 속류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비평으로, 탁월한 문화적 유산으로, 그리하여 그것은 이제 한국적 사유의 탄생을 위한 정신의 질료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지금에 와서 비교해 봐도 저 일급의 프랑스와 독일 철학자들의 사회비평서들, 문예비평서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아니 그들보다 앞서 있습니다. 그는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이자 우수한 콘텐츠입니다. 최소한의 자료를 소화하기도 버거운 광대한 문서고입니다. 그러니 나 또한 주제를 좁혀서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김수영이 단순한 시인이 아니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는 한국의 보기 드문 인테리로 당대 서구 문화(또는 문예)의 최신 동향과 흐름에 대한 정확한 안테나를 지닌 문화인이었을 뿐 아니라 베이컨, 데카르트는 물론 키에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 등 근현대 철학의 산맥을 이룬 자들의 주저를 탐독했고, 루소의 〈사회계약론〉, C.라이트 밀스의 〈들어라 양키들아〉 등을 정독하고, 마키아벨리, 홉즈 등을 접하먼서 두터운 정치사회적 소양을 쌓은 보기 드문 사유의 시인이었습니다. 우리가 그의 작품에서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정치적 무의식과 시대의 고통과 환부에 대한 깊이 있는 눈길과 마주치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가령,‘달나라의 장난’에서“공통된 그 무엇”을 통해 국가주의는 그릇된 우상이라는 인식도 이런 철학적 소양이 있었기에 나온 그만의 독창적인 시어였던 것입니다.

내가 김수영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김수영과 한국철학의 가능성을, 그러니까 삶의 태도에 대한 의미 있는 인문철학적 에세이를 쓰고자 한 이유는 다음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실을 알고자 갈망하며, 그런 사실들의 의미를 찾고, 그들이 믿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커다란 전체상"을 원한다

-C. 라이트 밀즈, 〈사회학적 상상력〉, 돌베개

그러니까 우리는 김수영을 통해 거대한 정신적 유산을 낳은 한국사회는 어떤 사회였는지, 그가 남긴 정신적 유산의 본질이 무엇이고, 하나의 정신의 기름으로 그것은 오늘에도 여전히 기름지게 지글지글 타오르고 끊임없는 생각을 구워내는 사유의 번철(*전을 부치거나 고기를 볶을 때 쓰는 솥뚜껑처럼 생긴 무쇠판)로 이 시대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그것은 과연 우리가 충분히 신뢰하고 받아들일 만한 것인지 등 그에 대한 커다란 전체상으로서의 개념지를 제대로 얻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행히 이 책이 만약 교환가치를 지닌 대중적인 문화상품으로 지갑을 열만한 가치 있는 상품이 되었다먼, 그것은 독자들에게 고난 속에서 찾아낸 한국문화와 사상의 알맹이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나아가 내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에스니ethnies한 감정구조를 지닌 존재로서, 그 무엇에도 부끄럽지 않은 쿵쾅거리는 정신적 자부심을 지닌 존재가 될 만한 요소를 이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음을 증명해 준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먼 이 책은 분명 손에 잡히는 개념의 막대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 졸저가 나오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신 분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먼저, 고절한 시인의 삶과 사색적 이미지를 천재적인 감각으로 화폭에 담은 이미지의 사용을 흔쾌히 허락해주신 박재동 화백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또한 귀한 사진 도면의 사용을 내락해주신 사진가 김석종 대인의 아량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부족한 제자를 어루만져주시고 지도를 아끼지 않으신 조재훈 사부님과 조동길, 김영숙 존사님들께 감사드리며, 바쁜 가운데서도 부족한 원고를 읽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이영숙 시인님, 남상득, 하성환 선생님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기꺼이 졸고를 읽고 과분한 추천사를 써주신 하성환 선생님께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 졸고를 쓰는데 있어서 거친 사유의 숲을 헤쳐나가는데 주체적인 자신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동서양 철학의 지도를 정확하게 개관하고 있는 실질적인 안내자로서 프랑스 철학의 권위자이자 한국철학자인 이정우 은사님에게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더불어 작업을 전후하여 끊임없는 관심과 위로와 영감을 주신 하재일 시인님과 박용준 선생님, 박세라 님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독자께서는 이 텍스트를 읽어나가는데 있어서 모든 장이 나뉘어 있어 의미의 맥락이 갖추어져 있으니 어디서부터 읽어도 무관하리라 봅니다. 글쓴이로서는‘후기’에서‘추천사’로,‘독자에게’,‘본문’순으로 읽는 것이 이 글의 내용을 진실하게 읽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마무려나 상관 없는 일입니다.

평론가는 작품과 독자 사이에 존재하는 매개자로, 작품에 대한 친절한 안내자이자 냉엄한 심판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천학비재한 늘샘이 호언장담하고는 있지만 어찌 잠자고 있는 야생사자의 코털 하나라도 제대로 건드렸는지, 철학자 김수영의 얼굴을 마음먹은 대로 돌올하게 그려냈는지...나는 〈네거리의 예술가들〉(사실과가치)에서 얼마쯤 기를 쓰고 용암을 토해냈지만 김수영에 이르러서는 도무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의 사상을 자기화한 김수영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얼마나 그를 자기화해 내었는지...그것은 오직 정신의 불을 밝히고 지면을 대하고 있는 눈 밝은 대중 평자들만이 아실 것입니다. 망언다사...

2022. 가을에...

늘샘 김상천 씀.


목차


추천사

독자에게

일러두기

이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본 용어 설명

서문, 왜 김수영인가/

1, 현상은 본질을 흐리게 한다
2, 한국 평단의 편향된 세계 인식과 거대한 진실
3, 김수영이 놓인 사상사적 위치

본문 개관/

제1장, 김수영의 바다로 흘러들어간 서구 지성의 강물/

서언/
1-1, 김수영 초기시의 정치사회적 배경/
1-2, 사물의 본질에 대한 진지에의 추구/
마무리/

제2장, 김수영의 작품에 흐르고 있는 동양적 사유의 물결/


서언/
2-1, 김수영 사유의 외재적 기원/
2-2, 김수영 사유의 내재적 기원/
마무리/

제3장, 한국의 정신, 한국적 사유는 어티케 개화되었나/

서언/
3-1, 한국 근대민족주의의 내재적 기원과 동학, 신동엽의 서사시/
3-2, 마침내 도달한 한국적 자생 철학과 김수영의 산문시/
마무리/

결어(또는 요약)/

참고문헌 및 기타/

■읽기자료/
-세계의 명화‘기생충’과 작품에 있어서의 사상의 중요성

■보론/
-한국형 서사체로서의‘산문시’의 역사적 의미

후기/

색인/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1800-7327
교환/반품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11 1층 / (주)북채널 / 전화 : 1800-7327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