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시간의 길이는 지문처럼 다양하다.
해가 지면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갑니다.
놀이를 끝내고 싶지 않았던 소년은 해가 지는 방향을 향해 달렸습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처럼 빠르게 달리자 소년의 시간은 계속 낮이었습니다.
그렇게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소년은 다시 놀이터에 나온 친구들을 만나
또 신나게 놀았습니다.
소년에게 친구들은 내일을 맞이한 사람,
친구들에게 소년은 어제에 머물러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하루 하루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쌓여 갑니다.
소년의 오늘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어른’의 마음을 토닥거려주는 마음의 놀이터’
“엄마! 나 더 놀고싶다고요. 제발요. 조금만 더 놀면 안될까요?”
징징대며 놀고 싶다는 아이 손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는 길, 문득 이 '엄마'의 어린시절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한창 재밌어지려는데 꼭 밥먹으러 오라고 부르지. 씻고 자야 한다고 부르지. 어릴 적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다가 해가 지면 할머니, 아빠, 엄마 손에 질질 끌려가던, 해가 지기만 하면 재미없어지던 그 시간들.
이 책에서 소년은 해가 지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달려나간다. 매일매일 또, 다시 또, 놀이터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저보다 한 뼘씩, 두 뼘씩 키도 크고 나이도 들어간다. 소년의 끝없는 오늘 속에 친구들은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되어있다. 서로 다르게 쌓여가는 우리들의 시간 속에서 소년은 오늘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얼마큼 달려왔을까. 어쩌면 해가 지지 않는 놀이터는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당신은 잘하고 있다고 토닥거려주는 마음의 놀이터는 아니었을까?
다른 ‘시간’ 속에서 느끼는 같은 ‘행복’
<해가 지지 않는 놀이터> 속 소년은 친구들과 오래 놀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늘리기로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를 향해 계속 달릴 것. 그러나 시간은 계속 흘러서, 소년이 ‘끝없는 오늘’을 사는 동안 친구들은 내일을 살고 있었다.
‘아주아주 긴 오늘’을 보내며 소년은 문득 외로웠을지 모른다. “오늘을 이제 그만 끝낼까?” 하고 생각한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시간을 살게 되어서도 소년은 친구들과 놀고 싶어 달리고, 친구들은 소년을 환하게 맞이한다. 그 모습을 보자 안심이 되었다. 다른 시간을 살아도 서로 마음이 통하면 그게 바로 사랑이고 행복 아닐까. 소년이 언젠가 오늘을 끝내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끝없는 행복’을 친구들과 나누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