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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의 사생활

인디언들의 사생활

  • 양영아
  • |
  • 도서출판 바람꽃
  • |
  • 2019-10-30 출간
  • |
  • 280페이지
  • |
  • 129 X 189 X 23 mm /305g
  • |
  • ISBN 9791196270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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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죽음을 건너는 애도의 시간

1. 죽음, 그 쓸쓸한 허방다리

양영아의 『인디언들의 사생활』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깊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별과 고통, 회한과 절망, 연민과 후회 등이 작품의 안팎을 부침하고 있으며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근본적으로 어둡고 고통스러운 죽음에 대한 천착이 진액처럼 끈끈하게 묻어 있다. 얼핏 보아서는 죽음에 함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죽음에 대한 연민을 뛰어넘어 죽은 자에 대한 아쉬움이 후광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절절한 그리움이자 애도의 증표이기도 하다.
상재된 창작집에 실린 작품은 표제작을 비롯하여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다. 이 작품들을 관통해서 흐르고 있는 것은 죽음이다.
「인디언들의 사생활」은 오빠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빠가 죽은 후 폭식증에 빠진 엄마까지 교통사고로 죽자 직장에 사표를 낸 화자는 연고가 없는 지방의 작은 읍으로 도피한다.
빌라에 세 든 그녀는 그곳에서 얼마 전 보았던 세계의 풍물 기행 다큐멘터리를 떠올린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죽은 혈족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자기의 손가락 마디를 돌칼로 자른다는 내용이다. 괴성을 지르며 돌칼로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치는 장면을 보다 말고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엄마를 생각하며 화자는 손가락을 자르지도, 울지도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책한다. 화자의 내면에는 강물에 빠진 오빠에 대한 애증과 연민이 양가치의 형태로 나타난다.
자신의 삶이 “지독하게 어긋나 버리기만 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빠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면서도 한편 그가 죽었으면 했던 생각은 죄를 짓는 것과 같으며 그런 자신은 뇌를 다 파 먹혀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붉은 뼈」에서 랭보의 시를 빌려 자신의 뇌를 파먹는 구더기를 보여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억의 집」에는 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세 명의 여자가 나온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자, 말문을 닫아버린 언니 희령과 엄마, 그리고 동생인 화자다. 그중 언니의 모습은 섬뜩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화자는 흰옷을 입고 죽은 남자 친구가 쓰던 헬멧을 들고 있는 언니 모습이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버지는 비 오는 날 차 사고로 죽는다. 그 후 이사 온 집에서 엄마는 아버지의 스웨터를 풀어서 다시 짜는 행동을 반복한다. 헬멧을 들고 말문을 닫아버린 언니나 낡은 스웨터를 풀어 다시 짜는 엄마나 그런 모습을 안타깝게 응시하는 화자의 모습 모두 죽은 이의 부재를 감당해내려는 몸부림이며 죽음을 견뎌내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이방인」은 문학 동호회에서 함께 습작을 하던 동호회 회장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회원들과 문상을 가지만 화자는 온전한 슬픔을 느끼지 못해서 괴로워한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던 따뜻한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화자는 조문하는 시늉만으로 타인처럼 방관하고 관조할 뿐이다. 나아가서 틈입 간에 애인과 하는 정사는 처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곳에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이 숨어 있으며 화자를 따라 다니는 “삶 곁에 항상 물뱀처럼 기어 다니며 꿈틀대는 슬픔”의 예감이 존재한다.
「붉은 뼈」에는 술 취해 들어와서 자지러지게 웃다가 나중에는 울음을 터뜨리는 엄마가 등장한다.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밤이면 불면으로 서성이다가 물컹한 덩어리 같은 홍시를 먹기도 하고 화자를 깨워 탄산음료를 먹이기도 한다. 엄마가 술에 취해 나를 “금쪽같다”고 말할 때면 화자는 죽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이런 엄마의 행동은 결혼한 지 오 년 만에 남편이 죽자 할아버지의 명령대로 상여 뒤를 따르지 못했던 신산한 삶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화자는 엄마의 울음을 견뎌내기 어렵다.
엄마의 웃음은 항상 울음으로 마무리된다. 웃음은 울음을 끌어내고 여름은 비극이 일어날 가을로 이어진다. 왜 소중한 것들은 자기 곁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화자의 내면에 자리한 깊은 상실감은 생채기로 남는다.
화자는 기차여행을 할 때도 역방향 자리에 앉는다. 남들이 어지럽다고 싫어하는 역방향에 앉는 이유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화자의 행동에는 소멸되어가는 존재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다.
“죽은 자의 혼도 불러올 수 있는 주술성”이 있는 물고기 뼈를 소중히 간직하는 화자의 행동 또한 같은 이유이며 「기억의 집」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견디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애도의 의식을 치르고 있다.
「창백한 기타」에서는 보다 더 완숙한 유기체적 존재로 자라나기 위한 성장통을 보여준다. 상처 없는 영혼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진 죄가 있다 하더라도, 보다 품격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상처받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형상화시켜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삶과 죽음의 양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첫 창작집은 인생에 대한 사유의 심도가 깊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생자필멸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천착은 삶에 대한 외경이자 존중의 의미에 다름 아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죽음 그 자체도 삶의 일부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2. 삶과 죽음의 이율배반성

양영아의 창작집에서 거짓말을 소재로 다룬 두 편의 작품을 주목할 수 있다.
「존재의 첫 번째 거짓말」과 「존재의 두 번째 거짓말」이다.
「존재의 첫 번째 거짓말」은 죽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화자인 J는 초·중·고·대학 동창 Y에게서 온 자살예고 편지를 읽는다. Y는 만나던 남자가 자기 목에 검은 점이 있는 걸 보고 그런 여자는 자살한다는 얘길 하고 나서부터 자살을 생각한다.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런 편지가 열 번쯤 계속된다.
Y의 엄마는 우울증을 앓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화자는 Y와 함께 병원으로 문병을 가기도 하면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Y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하지만 Y는 끝내 자살하지 못한다. 이제 편지도 오지 않는다.
대신 소설의 말미에서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 사람은 J다. 수신인은 누구인가? 자신이다.
편지를 쓰고 나서 화자는 거울을 본다. 목에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면서 중얼거린다.
“목에 점이 있는 사람은 자살한다고 하더군요.”
Y와 J는 동일인물이다. 자살예고 편지는 자신에게 보내는, 죽고 싶다는 욕망을 다짐하는 절차다. 하지만 이처럼 자살을 할 것이란 다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죽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죽고 싶은 소망보다 살고 싶다는 소망이 부지불식간에 그곳에서 얼굴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죽고 싶다고 강조하지만 속으로는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구성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면 심리의 이율배반성이다.
이런 이율배반성은 죽음과 함께 소설의 곳곳에서 산견된다. 「시칠리아노 춤곡」에서도 춤곡을 틀어놓고 다트판에 화살을 던지며 춤추는 언니의 모습을 통해 이런 심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연애에 실패한 후 울면서 화살을 던지고 춤추는 언니의 모습은 자기 자신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음악은 술처럼 번지는 독이다. 독이 넘치면 죽기도 하지만 독을 먹고도 살아남아야 한다. 독을 마시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환경을 어떻게든 헤치고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생존본능이 이곳에서 드러난다. 정말 힘든 사람은 힘들다고 말하지 못한다.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자 고통스럽지 않고, 고독하다고 말하는 자 고독하지 않고, 죽고 싶다고 말하는 자 죽고 싶지 않다.
등단작인 「소설 속의 여름」에서도 그러한 작가의 의도는 묵시적으로 드러난다.
선배 언니 커플과 양수리로 놀러 간 화자는 진초록으로 우거진 여름이 사랑의 절정을 의미하는데 그런 사랑도 가을이 오면 시들어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찬란한 녹색의 향연”인 여름이 싫다고 생각한다. 화자는 양가치의 감정을 드러내는 걸 서슴지 않는다. 네가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면서도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내면은 그래도 나를 사랑해 달라, 고 외치는 이율배반성을 드러낸다.
「존재의 두 번째 거짓말」에서 작가의 시선은 자신의 내면을 벗어나 타인에게로 향하는데 오빠와 아빠의 죽음이 그것이다.
우울증을 앓던 오빠가 강물에 빠진 익사체로 발견된 후 고통스러워하던 화자는 홍콩으로 여행을 떠난다.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친해진 중국 여학생 흔과 만나는 여행이다. 죽은 오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간 홍콩여행이지만 그곳에서도 〈중경삼림〉의 한 장면처럼 뒷골목에서 오빠의 환상을 본다. 순간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오빠가 외국에 나가 있다고 거짓말하는 엄마의 말대로 오빠가 그곳으로 도피한 게 아닌가 싶은 섬망에 빠지기도 한다.
자살한 배우 장국영의 집을 찾아가 보는 등, 홍콩까지 죽은 오빠를 업고 간 화자는 귀국하면서 아빠에게 줄 지갑을 선물로 산다. 하지만 며칠 뒤 아빠는 홍콩여행에서 사 온 지갑을 유품으로 남기고 강에 투신자살한다.
이 소설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의 것으로, 죽은 자는 죽은 자로 하여금 묻게 하라”는 경구를 되새기게 한다.

3. 에로스와 타나토스, 그리고 통과제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은 리비도를 통해 분출된다. 에로스는 살고자 하는 욕망이며 타나토스는 죽고자 하는 욕망이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일견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실은 쌍두사처럼 한 몸에 달린 머리 두 개라고 할 수 있다. 그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야누스의 특성을 지닌다. 앞에서 보면 에로스지만 뒤에서 보면 타나토스다. 죽고 싶다는 욕망을 뒤집어보면 살고 싶다는 욕망이다.
타나토스는 다시 세 얼굴을 지닌 노르트늘의 양상으로 나뉜다. 죽고 싶은 욕망과 죽이고 싶은 욕망, 그리고 죽임을 당하고 싶은 욕망이다. 「존재의 첫 번째 거짓말」에서 죽고 싶다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화자의 야누스적 욕망은 타인에게 시선을 돌리는 순간 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당사자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자 하는 욕망, 고통스러워하는 당사자들을 내가 죽여 버릴까 하는 욕망, 아니면 이것저것 보지 못하도록 나를 죽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는 방향이 다르지만 실은 동일한 욕망, 즉 타나토스로 귀결되며 거슬러 오르면 에로스를 포함한 리비도로 귀속된다.
화자는 두 개의 거짓말을 통해 에로스와 타나토스로 빈출되는 리비도를 예민한 촉수로 감지하며 슬퍼한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희화적으로 표현하자면 ‘살자’와 ‘자살’처럼 동일한 의미를 단어 배열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가 자신도 알고 있다. 「존재의 첫 번째 거짓말」에서 “자살을 꿈꾸는 Y 또한 삶을 너무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화자의 독백처럼 이러한 삶과 죽음의 이율배반성은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거짓말이 정말을 아이러니하게 드러내 보이는 장치로 읽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일견해서 작가의 화두는 죽음에 대한 천착, 나아가서는 삶에 대한 회피로서 죽음에 대한 동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발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죽음에 대한 화자의 생각은 결코 죽음에 대한 찬미가 아니다. 죽고 싶다는 기표 속에 숨겨진 기의는 그래도 살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작품의 의미는 기의를 읽어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전경을 통해 후경을 분석했을 때만 비로소 작품의 실체가 드러난다. 독자의 기대 지평을 충족시키기 위한 작품의 다양한 죽음의 양상을 제시하면서 화자가 감수해야 하는 몫이 진솔하게 제시되고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서 이러한 감정들은 자아방어기제의 일환으로 해석해볼 여지를 남긴다.
부언하자면 “죽음은 승복하는 자는 업고 가고 부정하는 자는 머리채 잡아끌고 가는 존재라서 그런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죽음에 지나친 명예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마음속에는 인간의 생명은 죽음이 잠시 빌려준 것이며, 삶은 죽음과 죽음 사이에 놓인 길고도 괴로운 터널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그렇다고 그런 괴로운 삶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헤쳐 나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것은 휘몰아치는 북풍을 마주하면서도 눈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걸어 나가는 용기이자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 김양호(소설가)


목차


기억의 집 7
존재의 첫 번째 거짓말 35
이방인 63
붉은 뼈 89
시칠리아노 춤곡 119
인디언들의 사생활 147
존재의 두 번째 거짓말 179
창백한 기타 205
소설 속의 여름 233

해설 | 죽음을 건너는 애도의 시간 김양호 261
작가의 말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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