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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당한 엔지니어의 유령

처형당한 엔지니어의 유령

  • 로렌R.그레이엄
  • |
  • 역사인
  • |
  • 2017-08-25 출간
  • |
  • 212페이지
  • |
  • 146 X 225 X 15 mm /380g
  • |
  • ISBN 9791186828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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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책속으로 추가]
팔친스키의 목소리는 21세기 한국의 과학자, 엔지니어, 그리고 위정자들에게도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최근 한국 사회는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각종 논쟁들을 효과적으로 종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효과, 정부의 탈핵 정책, 초미세먼지의 원인 등 다양한 기술적 문제들에 대해 대중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난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 서 있음을 사회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정자들 역시 전문가 집단을 시녀로 부리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권력과 전문가의 결탁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통합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처형당한 엔지니어의 유령》은 공학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소련의 기술 교육에서 나타났듯이 세부적인 전문 분야에 대한 좁은 교육 방식은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사회적 문제를 살피지 못하는 협소한 엔지니어를 배출할 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제지공장용 볼 베어링 엔지니어”를 생각해 보라.) 적어도 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라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과 함께 그것을 폭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고 (예비) 전문가로서의 윤리 의식을 갖춘 교양인으로 만드는 교육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공학교육은 인증사업을 통해 일부 이러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관련된 교육 과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1960~1970년대에 기술 선진국을 추격하기 위해 구성된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면, 한국에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가 그 첫 단계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처형당한 엔지니어의 유령》은 현재의 한국 사회와 시공간적으로 동떨어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독자들에게 이 책이 보다 깊이 있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내게 처음 소개해준 마이클 앨런(Michael Thad Allen) 교수와, 번역 과정에서 초고를 꼼꼼하게 읽고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아 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남섭 교수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지은이 서문]

이 책은 왜 소련이 근대 산업국가가 되지 못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목표다. 논의는 표트르 팔친스키라는 러시아 엔지니어의 인생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소련 산업화 초기의 오류들을 지적하고 그것들을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사람이다. 팔친스키의 이야기는 이 책 후반부에 다루게 될 산업과 기술을 대하는 소련의 태도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우화偶話로 활용될 것이다. 기술 오용과 인간 에너지의 낭비에 대한 팔친스키의 비판은 소련이 1991년 패망할 때까지 이 나라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나는 위와 같은 논의 두 개를 전개하면서 개인 경험담도 끼워 넣을 것이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팔친스키가 소련의 산업화 과정에서 담당했던 역할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수수께끼에 봉착했다. 소련의 역사 교과서는 대개 1930년에 러시아 엔지니어 여럿을 기소했던 산업당Industrial Party 재판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산업당 당수로 지목된 표트르 팔친스키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나는 1960~1961년에 모스크바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으면서 그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시도는 곧 소련식 비밀주의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문서보관소들은 나뿐만 아니라 소련의 연구자들에게도 닫혀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나는 팔친스키에 대해 구할 수 있는 소소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문서보관소가 열리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소련을 오가면서 그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동시에 소련 인민들을 ‘위해’ 복무하지 못하는 소련식 기술 문제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을 했던 것은 1980년대 초의 일이었다. 내가 소련 엔지니어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MIT의 동료 실라 피츠패트릭Sheila Fitzpatrick은 소련 사회과학학술정보연구소INION에 산업당 사건에 대한 비밀경찰의 보고서 사본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기 위해 내가 겪었던 여러 어려움들은 소련 체제 하에서 연구자를 옭아매던 여러 장애물들을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은 민감한 보고서를 소련 도서관의 공개 서고에서 발견하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었다. 대개 민감한 자료들은 특별서고 pecial Collections, spetskhran에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공개된 문서 목록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소련에서 ‘민감한 자료’란 대단히 광범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나의 저서들은 협소한 주제를 다룬 학술서적이었음에도 소련 최대의 도서관인 레닌 도서관 도서 목록에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소련 체제의 공적인 니콜라이 부하린Nikolai Bukharin이나 레프 트로츠키 같은 인물의 저작들은 당연히 찾아볼 수 없었다.(1970년대에 레닌도서관 도서 목록에서 ‘L. 트로츠키’라는 항목을 발견하고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 트로츠키는 브레이크 설계에 종사하는 자동차 엔지니어였다.) INION도서관은 학술원에 적을 두고 있는 연구자들에게만 공개된다. 나는 소련과 미국 학술원 사이의 공식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으므로 그 자격으로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이 도서관은 내가 그동안 소련에서 가본 도서관들과는 매우 달랐다. 훨씬 깨끗하고, 밝았으며, 분위기도 자유로웠다. 놀랍게도 나는 도서 목록에서 나의 저서 두 권을 포함해 러시아 및 소련학 분야를 연구하는 서구 학자들의 책을 여러 권 발견할 수 있었다. 부하린과 트로츠키의 저작 몇 권도 포함되어 있었다. 1920년대에 대한 문서들도 레닌도서관에 공개된 목록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상세했다. INION 문서보관소가 비교적 원칙주의에 얽매이지 않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도서관의 장서는 스탈린이 소련 지식인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하기 전인 1920년대에 융성했던 공산주의학술원Communist Academy의 도서관을 물려받은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은 공산주의학술원 회보에 다양한 논문을 게재했는데, 그 내용과 관점은 나중에 비판 대상이 될 만한 것들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도서관은 전형적인 소련의 도서관에 비해 훨씬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포괄할 수 있었다.

나는 산업당이라는 주제어로 카드 목록을 검색하다가 곧 OGPU(KGB의 전신)가 초기 엔지니어들에 대해 작성한 비밀 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보고서는 1930년 6월 26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린 제16차 공산당 대회를 맞아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에게 제출된 것이었다. 당시는 산업당 재판이 열리기 불과 몇 달 전이었다. 보고서를 잠시 훑어보기만 해도 민감한 자료라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는 보고서를 통째로 복사하고 싶었지만, 사서에게 복사 요청을 하면 보고서 원본마저 압수당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선 보고서에서 꼭 필요한 부분을 필사한 후 INION의 복사실로 가져가 니나 스미르노바Nina Smirnova라는 담당 직원에게 복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놀랍게도 스미르노바는 제목을 보지도 않은 채 나의 신청을 접수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나는 복사본이 담긴 마이크로필름을 받자마자 미국 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 보냈다. 이후 귀중한 자료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에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서 원본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내가 가졌던 우려는 근거가 있었다. 며칠 후 스미르노바는 도서관에서 나를 찾아와 보고서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나는 그녀에게 원본을 주었지만 사본은 이미 미국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INION 공산당 조직이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내가 미출판 사료들을 열람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내가 비밀경찰 보고서 사본을 미국으로 부쳤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무려 50년이나 지난 사건에 대해 이토록 우려하는 것이 이상해 보인다고 대답했다. 또한, 그 보고서는 INION 자료 목록에 공개적으로 수록되어 있었으므로 내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이제는 더 이상 공개적으로 수록되어 있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내 연구 활동으로 말미암아 그녀가 어려움에 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만 입을 다문다면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내 자리로 돌아와서 목록을 다시 찾아보니 어느새 해당 항목이 사라지고 없었다. 서랍 밑바닥에는 조그마한 마분지 조각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다급하게 목록 카드를 찢어갔던 것이다. 1980년대가 되자 내가 표트르 팔친스키와 관련된 자료를 찾는 것을 소련 정부가 훼방하는 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자료를 입수하게 되면서 나는 그의 생각이 사후에도 여실히 살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패망 이후에도 힘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표트르 팔친스키의 ‘유령’은 나로 하여금 소련 기술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산업화가 소련 인민들에게 부과한 거대한 비용에 대해서도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목차


옮긴이 서문
지은이 서문

1장. 급진적 엔지니어
2장. 정치범, 소비에트의 컨설턴트가 되다
3장. 소련의 초기 산업화
4장. 소련식 테크노크라시
5장. 최근의 엔지니어링 재난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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