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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사의 영토

한문서사의 영토

  • 임형택
  • |
  • 태학사
  • |
  • 2012-11-12 출간
  • |
  • 1088페이지
  • |
  • A5
  • |
  • ISBN 978895966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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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실사와 허구가 어우러진 한문서사의 영토
우리 단편문학의 보고이자, 500년 조선 스토리!
다산학술상, 만해문학상, 단재상, 인촌상을 받은 한국 최고의 한문학자 임형택 교수가 20여 년간 공들인 역작 『한문서사의 영토』(전 2권)가 태학사에서 출간되었다. 40여 년 동안 한문문학사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해 온 임형택 교수는 조선의 500여 년 역사 속 다양한 서사를 분석하고 선정한 다음 엄별ㆍ번역했다. 경이로운 한문단편 115편으로 구성된 조선 사람들의 스토리, 즉 조선왕조 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이 서사로 개척하고 일군 이 정신적 영토는, 실제 사실에서 발단하여 허구적 변용이 일어난 공간이기에 ‘실사와 허구 사이’라는 부제를 붙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조선왕조 500년간 있었던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과 야사가 생생하게 그려지는가 하면, 그 시대에서 호흡하고 활동했던 유명ㆍ무명의 인간들이 연출한 별의별 이야기들이 그네들의 애환과 고락을 담아서 펼쳐지고 있다. 그렇기에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 자체이자 역사의 이면으로서, 우리 고전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풍성히 맛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이 책에 실린 작품 하나하나는 무척 재미난 읽을거리로서 문학이다, 문학이 아니다를 따지기 이전에 그 자체가 문학의 원천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일반 독자, 문학ㆍ영상 예술의 작가, 전문 연구자, 이렇게 세 층위를 독자로 상정하면서 엮은 저자는, 고전 같은 문화 콘텐츠가 비상하게 중시되는 문명전환기에 처해 이 책에서 창조적 의미가 발견되기를 고대한다고 말한다. 『한문서사의 영토』에 소개된 작품들은 읽는 사람의 안목과 역량에 따라 소설, 영화, 드라마 등으로의 리메이크에 의한 창조적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설이나 영화로 다양하게 리메이크된 임꺽정이나 전우치의 이야기는 고전 스토리가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알려는 작가 지망생이나 연극ㆍ영화 전공자는 꼭 읽어 봐야 하고, 실화이기도 한 「임진피병록壬辰避兵錄」이나 「재인박춘才人 朴春」 등은 참신한 소재를 갈구하는 스토리텔러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임형택 교수의 지적 열정과 열의를 느낄 수 있는 방대하고 치밀한 구성!
이 책을 손에 든 독자는 시대를 앞서간 황진이의 계약동거와 금강산 무전여행에 감탄하고, 조국 멸망 후 조선에서 삶을 마친 명나라 궁녀 굴저의 이야기에 탄식할 것이다. 조선의 승려가 된 일본군 병사 검승, 일본군 장수가 된 천인 박춘의 이야기는 현대 전쟁소설보다 기막히다. 부모님과 아내를 지키려고 활 하나로 왜적과 싸운 이정귀의 이야기는 마치 오늘날 액션 영화 같다며 놀랄 것이다. 홀아비 신세를 면하려고 관운장과 내기한 김박득, 장가를 가려다 사기를 당하고 웃음거리까지 된 노총각 장수과, 자신이 비웃은 피혁공에게 사기를 당해 몸과 재물을 빼앗긴 기생의 이야기에서는 재미와 더불어 씁쓸함도 묻어난다. 매월당 김시습, 의적 임꺽정, 경성지색 황진이, 도술가 전우치, 토정 이지함의 이야기며 『허생전』의 이본異本 등 익숙할 야담부터, 임형택 교수에 의해 최초 공개되는 문헌에까지 담긴 우리 선조의 사랑과 열정과 삶이 풍자와 해학의 서사로 전개되니 독서가 즐거워진다.
매 작품의 말미에 수록한 ‘작자와 출전’은 작품 원작자에 대한 정보와 집필 동기에 관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더불어 수록한 ‘작품 평설’도 사마천이 『사기』의 각 장에 수록한 ‘태사공太史公은 말한다’에 비견될 비평과 작품 해설의 멋진 조합이자 우리 한문문학 특유의 예술적 가치를 체현하여, 우리 조상의 생생한 삶과 해학으로 역사를 반추하고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번역은 원문에 충실히 하되, 되도록 현대적 표현과 감각에 어울리게 힘썼으며, 설명을 요하는 사항에는 상세한 각주를 달았다. 각종 이본異本을 대조ㆍ교감校監하고 정리하여 각 권 끝에 수록해 독자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한 원문에도 교감 주註를 붙였는데, 이 또한 임형택 교수의 열정과 열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벽초 홍명희 소설의 원전, 박동량朴東亮의 「임꺽정林巨正」
우리 근대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인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이 실화에 기반을 두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벽초는 16세기에 실존한 임꺽정에 대한 핵심 자료를 어디서 구했을까? 임형택 교수는 선조의 사돈이자, 연암 박지원의 직계 조상인 박동량朴東亮(1569~1635)이 쓴 『기재잡기寄齋雜記』를 든다(1권 p.128). 조선왕조 초부터 명종 시절에 이르는 동안의 인물 일화를 중심으로 역사 사실을 서술한 『기재잡기』에 대해, 임형택 교수는 사실을 보고하고 증언하려는 기록 정신의 결과물이라고 평한다. 또한 조선 후기의 학자 김려는 “선배들이 국조의 전고로서 꼭 신빙할 책이라고 말했다”면서, 원래 10권짜리였으나 필사자가 추리거나 후손들이 편집하여 김려가 활동하던 시절에도 전해지던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겼다(1권 p.126).
『기재잡기』에는 “임꺽정의 난이 일어난 지 3년에 다섯 고을의 수령이 죽임을 당했고 관군이 패배하였다. 여러 도의 군대를 동원해서 겨우 도적 하나를 잡았는데 양민의 사상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당시 군정軍政의 해이한 상태는 참으로 한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1권 p.125)라고 임꺽정 사건의 전모가 요약되어 있다. 물론 임꺽정에 대한 최초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있으나, 야사의 기록으로는 『기재잡기』에 실린 것이 가장 앞서며 내용도 풍부하다. 또한 『기재잡기』가 임꺽정에 관한 야사의 기록으로는 최초의 것이다 보니, 박동량이 『기재잡기』를 쓰던 당시에는 기밀 해제가 되지 않았던 ‘임꺽정의 부하 서림의 투항 사실’ 관련 부분에는 오류가 있다(1권 p.127). 그러나 서림의 투항이 임꺽정 몰락의 결정적 계기였음은 『기재잡기』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형택 교수가 특기한 사항이 있다(1권 p.128). 호조판서이자 부마의 아버지인 박동량의 관점에서 기록되었기에 『기재잡기』의 임꺽정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적 이미지와 다르다. 박동량이 본 임꺽정은 어디까지나 ‘반란 집단의 수괴’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임꺽정의 영특함과 놀라운 기지를 부각시켰고, 단천령 일화(1권 p.123)에서는 음악을 좋아하고 인간미도 있음을 느끼게 한다. 특히 임꺽정 집단이 궤멸을 당하고 최후를 맞는 대목은 다른 자료들에 비해 묘사가 상당히 자세하다. 그래서 임형택 교수는 벽초가 『기재잡기』의 내용을 중시하고 자신의 작품 소재로 적절히 활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벽초의 작품은 미완이지만, 벽초의 작품 결말이 아마도 『기재잡기』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았으리라 조심스럽게 주장하고 있다.

액션 영화의 소재로 손색이 없는 실화, 「임진피병록壬辰避兵錄」
대작 영화들이 스크린에서 명멸하던 2011년, 병자호란 때 한 사내가 청나라 군대에 납치된 여동생과 매부를 구하려고 활 하나로 청군 친위대와 싸우는 영화가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그 영화가 납치된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활을 든 남미 원주민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와 스토리가 겹친다며 비난했다. 만약 우리나라 영화인과 네티즌이 「임진피병록」을 알았더라면, 그런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임진왜란 발발 당시 왕의 측근에서 기록을 담당하는 가주서였던 이정귀李廷龜(1564~1635)는, 예조판서로서 왕실의 피난을 준비하던 장인이 과로사하자 장례 때문에 한양을 떠날 수 없었다. 며칠 뒤 아버지가 계시던 양주에 왜군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듣자, 이정귀는 아내와 장모 등을 외할머니와 누님이 계신 고양으로 보낸 다음, 홀로 아버지를 구하러 갔다. 다행히 왜군의 양주 침공 소식이 유언비어였음을 확인했으나, 아버지는 이정귀를 야단치며 남은 가족을 구해 데리고 오라 지시하면서 이정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1권 p.154).
피난을 가던 이들 중 활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을 모아 의병을 조직하고 고지를 선점한 이정귀는, 조총으로 무장한 다수의 왜군을 상대로 기적적인 전과를 올린다. 그러나 적의 본대가 오면 고스란히 전멸할 것임을 잘 알기에 그 자리를 떠났고, 뒤이어 몇 번의 전투와 쫓김을 거듭한 끝에 아내를 비롯한 가족을 무사히 구하는 데 성공한다. 마지막에는 국왕이 있는 행재소行在所에 도착하여 곧 문신으로 복귀, 전란 과정에서 이런저런 역할을 했다고 한다(1권 p.177). 임형택 교수도 “무너진 질서의 회복을 상징하는, 전 서사 문맥의 결말에 해당하는 셈”(1권 p.179)이라고 평했을 만큼 ‘지극히 조선시대의 스토리다운 결말’이라고 하겠지만, 이런 점을 영화나 드라마 관련 전문 스토리텔러가 손질하거나 보강한다면 2011년의 그 대작 액션 영화를 능가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민족의 과거를 보다 풍부히 이해하도록 해주면서 창조적으로 활용할 만한 소재들의 보고!
『한문서사의 영토』에는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 다수 소개되어 있다. 임진왜란 발발 2년 전에 사신으로 온 일본인들이 중간 기착지인 원주에서 “우리 일본인들이 곧 너희 조선을 정벌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흥원참 수부가 증언하는 이야기가 있고(1권 p.129), 외모는 괴물 같았지만 휘파람을 잘 불고 글씨도 잘 써 왜군의 동정심을 사 포로 신세에서 벗어난 장애인 이근의 이야기도 있다(1권 p.180). 후자는 한음 이덕형의 글이기도 한데, “사람들은 병신이나 머저리를 보면 으레 깔보고 비웃는다. 그리고 화복에 관계되는 것은 인간사에서 미리 점칠 수 없음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이근의 일은 참으로 기이하도다!”라며 장애인을 멸시하는 편견을 시정할 것도 제시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에도 장애인 차별 문제가 심각했다는 사실마저 절감하게 한다(1권 p.186).
그런데 「임진피병록」과 더불어 영화계와 현대 문학계가 창조적으로 활용할 만한 스토리가 더 있으니, 신광수의 「검승전劍僧傳」과 신돈복의 「왜첩倭諜」, 그리고 오성 이항복의 「재인박춘才人 朴春」이 그러하다. 앞의 두 작품은 왜군의 엘리트 무사가 조선에서 뛰어난 무인을 만나 혼이 나고 개과천선한 뒤 조선의 승려로서 일생을 마감한 이야기지만, 뒤의 이야기는 이와 상당히 다르다. 그 이야기는 천민이라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조선인 재인(광대) 박춘이 왜군의 포로가 된 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왜군 천인대千人隊의 지휘관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박춘은 조국으로의 귀순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왜군을 따라 일본으로 갔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군복을 바꿔 입어야 했던 사람들의 스토리라는 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에서 연합군에 생포된 어느 조선인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과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임형택 교수도 「재인박춘」에 대해 “민족의 과거를 보다 풍부하게 인식하는 데 보탬이 될 내용이며, 창조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무한한 호재료”라 평가하고 있으니(1권 p.144), 제2의 벽초 홍명희가 되려는 스토리텔러라면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서양인들과의 접촉 기록, 「박연朴淵」과 「차한일기車漢日記」
조선에 귀화한 최초의 유럽인 얀 야너스 벨테브레이Jan Janes Weltevree, 즉 박연朴淵(1595~?)의 삶은 귀국 후 표류기를 남긴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1630~1692)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형택 교수는 박연에 대한 문헌 기록이 흔치 않아서라고 지적하면서, 그 얼마 안 되는 기록 중 가장 이른 「박연」이 수록된 『한거만록閒居漫錄』을 소개한다. 효종의 딸 숙정공주淑靜公主와 혼인한 정재륜鄭載崙(1648~1723)이 쓴 『한거만록』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던 진기한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는 정재륜이 부마였던 덕에 다양한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임형택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한거만록』에 실린 이야기 중 병자호란 뒤 청나라 심양에서 인질로 머물던 소현세자와 봉림대군(후일 효종)이 겪은 일을 소개한 「심양질관瀋陽質館」은,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재직 중인 송지원 교수가 저서 『한국 음악의 거장들』에서 소개한 명나라 궁녀 출신 비파 연주가 굴저屈姐의 조선에서의 삶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1권 p.280~284) 흥미롭다. 그런데 「박연」은 주인공이 남쪽에서 왔다는 이유로 그를 ‘남만국南蠻國’ 출신이라 표기하는 등 조선 후기 사람들의 지리 인식이 진보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여준다(1권 p.289). 이는 고지도 연구가 김혜정 관장이 저서 『고지도의 매력과 유혹』에서 했던 주장과도 상통한다.
당혹스런 이야기도 나온다. 박연이 네덜란드에서 “코레아인은 식인종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제주도에 표류해 왔을 때 조선인들을 보고 “우린 다 죽었다!”며 통곡했다는 점이다. 임형택 교수는 “외국에 대해 잘못된 정보와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는 정재륜의 지적은 마땅히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라고 말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독자들에게 충고한다(1권 p.295). 더불어 소개된 성해응의 글 「박연 이후 표류해 온 서양인朴淵 漂到後 西洋」에는 하멜 등이 표류해 왔다가 일본으로 도주한 사실이 나와 있다(1권 p.292).

조선군이 러시아군을 격파한 나선 정벌에 대한 성호 이익의 기록 소개!
오현상이 편찬한 『속제해지續齊諧志』에서 임형택 교수가 발견한 「차한일기」는, 성호 이익이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수록한 글이라고 한다(1권 p.305). 효종 9년(1658)에 청나라가 나선羅禪, 즉 러시아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원군을 요청했다는 글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조선군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처음 대승한 나선 정벌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실학자의 글답게 조총수에서 화정火丁(취사병)까지 조선군의 편제와 당시 전투 상황에 대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소개한 점이 눈에 띄며, 조선군이 노획한 러시아군의 부싯돌 발화식 소총과 전함에 대한 분석은 성호 같은 실학자가 조선 정치의 큰 축을 담당하지 못하고 재야 학자로 머물러야 했던 사실(1권 p.305)을 독자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여기도록 한다.

조선 후기 신분제의 동요를 다룬 이야기, 「납속동지納粟同知」와 「진주갑부晋州甲富」
도망간 노비를 잡는 추노꾼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2010년 인기리에 방송되었다. 여러 시청자가 그 드라마를 보면서 그 많은 도망 노비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 질문에 답을 줄 이야기들이 『한문서사의 영토』 제2권에 여럿 소개되어 있다. 이희평의 「납속동지」와 이동윤의 「진주갑부」가 그러한데, 조선 조정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곡식을 받고 벼슬을 주던 납속 제도가 조선의 신분제를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보여 준다. 상당히 코믹한 「납속동지」는 납속에 대한 유생들의 생각도 엿보게 해준다.
이희평과 그의 아버지이며 예조참판이던 이태영이 경험한 실화인 「납속동지」는, 1802년 이희평의 형이 귀양을 가면서 이태영도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다는 글로 시작한다(2권 p.174). 마을 주민들과 함께 천렵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이태영에게 한 유생이 찾아와 “이태영 참판 영감” 댁에 가는 길을 묻는다. 이태영이 시치미를 떼고 답하니, 그 유생은 이태영의 망건에 달린 금관자를 보고 납속으로 벼슬을 얻은 줄 오해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에 이태영이 끝까지 시치미를 떼니 유생은 자신이 참판 영감이 아니라 부유한 촌부와 한담을 나눈 줄 알고서 떠나고, 이태영과 마을 주민들은 그 유생의 뒤를 보며 한바탕 비웃는 것으로 끝난다.
신분 세태의 변모를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진주갑부」는, 진주에서 서당을 열어 먹고 살던 몰락 양반 박 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박 씨는 이방의 제의로 어느 큰 마을의 호적단자를 정리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2권 p.113). 즉, 그 마을의 유력자들이 다 박 씨의 고조부와 증조부 노비들의 후손이었는데, 그들 모두 원래의 주인을 모른다는 핑계로 양민처럼 살고 있었던 것이다. 박 씨는 이미 납속으로 금관자와 옥관자까지 받은 그들의 노비 신분을 완전히 벗겨 주고, 그 대가로 돈과 곡식을 받아 갑부가 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신이한 이야기를 차용한 사례, 「포천이문抱川異聞」
명재상 정태화鄭太和(1602~1673)가 포천현감이던 때의 일화를 소재로 한 재야 문인 이현기의 「포천이문」은, 2012년에 드라마로도 각색된 고전 스토리 「아랑전설」과 동류에 속한다. 하지만 현감에게 한을 풀어 달라며 나타난 귀신은 묘령의 여인이 아니라 조선 개국 공신 하륜河崙(1347~1416)이다. 살아 있을 때는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후손들이 몰락하면서 자신의 무덤조차 지금은 어느 농부의 집터가 되었다고 한탄하는 하륜은, 정태화에게 이장시켜 달라고 청한다. 그 청을 따라 준 정태화는 하륜으로부터 그의 자손들이 대대손손 번성할 것이라는 덕담과 함께, 당시 정태화 자신도 주창자인 우암 송시열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북벌 정책(2권 p.272)의 문제점과 허위성에 대해 통렬한 가르침까지 받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임형택 교수는 「포천이문」이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서술 기법도 사실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2권 p.272). 즉, 재야 문인이던 원작자가 자신의 주장을 위해 신이한 이야기를 차용했다는 것이다. 자기주장을 함부로 펼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시대에 지식인이 택하던 수단 또한 한문서사였던 것이다.


목차


제1권 - 제1부
성현成俔
관동만유關東漫遊
신수스님信修 僧
안생安生
사제동沙堤洞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륙李陸
소를탄여자騎牛女
여종女奴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조반의애희趙半之愛姬
할은割恩 _성현
팔찌臂環 _이륙
연꽃蓮花 _성현
ㆍ 작품 평설

김시습金時習
오세五歲 _남효온南孝溫
소 뒤에 꼴 놓기牛後置芻 _김안로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김안로金安老
귀환鬼幻
금사이마지琴師 李馬智
박생혼유기朴生 魂遊記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김정국金正國
옥을안고통곡하다泣玉
싸우는두중兩僧爭鬪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허암정희량虛庵 鄭希良
산수로 집을 삼고山水爲家 _김안로金安老
방외사 이천년方外士 李千年 _김정국金正國
ㆍ 작품 평설

어숙권魚叔權
시인어무적詩人 魚無迹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홍성민洪聖民
소금무역貿鹽販粟
어부와의대화賣魚翁問答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박동량朴東亮
임꺽정林巨正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기李氣
흥원참수부興原站 水夫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제1권 - 제2부
이항복李恒福
방외일사方外逸士
재인박춘才人 朴春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정귀李廷龜
임진피병록壬辰避兵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덕형李德泂
괴물이근怪物 李謹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황진이
병부교兵府橋 _이덕형李德泂ㆍ20
계약동거契約同居 _유몽인柳夢寅ㆍ20
황진전 黃眞傳 _김택영金澤榮ㆍ20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ㆍ20

유몽인柳夢寅
홍도紅桃
올공금팔자兀孔金 八字
진복珍福
박계금朴繼金
북장비사北墻秘事
김인복金仁福
정번의정재인鄭蕃之呈才人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토정선생土亭先生
전우치田禹治
여승예순女僧 禮順
ㆍ 작품 평설

광대놀이優戱
광대의 풍간諷諫 _어숙권魚叔權
삼대 광대三代 廣大 _이제신李濟臣
귀석이貴石 _유몽인柳夢寅
재승 동윤才僧 洞允 _유몽인柳夢寅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수광李粹光
조완벽전趙完璧傳 1

정사신鄭士信
조완벽전趙完璧傳 2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기발李起發
송경운전宋慶雲傳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정재륜鄭載崙
심양질관 瀋陽質館
굴씨비파가서 屈氏琵琶歌序 _신위 申緯ㆍ20
요승妖僧
처경處瓊│여환呂還│처종處宗
박연朴淵
박연 이후 표류해 온 서양인 朴淵 漂到後 西洋 _성해응成海應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제1권 - 제3부
이익李瀷
차한일기車漢日記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남태응南泰膺
구사비득옥丘史婢 得玉
경세수록經世隨錄
이처사李處士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현봉玄峰
정여립鄭汝立
권대남權大南
조대립趙大立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임상정林象鼎
남원공자금보南原公子手寫琴譜

이영유李英裕
김성기이야기書金聖基事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임방任防
일타홍一朶紅

노명흠盧命欽
광동狂童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신돈복辛敦復
삼청동승회三淸洞 勝會
겸재정선謙齋 鄭敾
분영粉英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신광수申光洙
서마기사사書馬騎士事
호승전虎僧傳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신광수申光洙
검승전劍僧傳

신돈복辛敦復
왜첩倭諜傳
ㆍ 작품 평설

부록
찾아보기 1 _ 작품 / 작자 / 출전
찾아보기 2 _ 주요 어휘
원문

제2권 - 제1부
노명흠盧命欽
정효준鄭孝俊
망명亡命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염희도廉希道
ㆍ 작품 평설

신돈복辛敦復
염의사廉義士
임매任邁
환처宦妻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채제공蔡齊恭
이충백전 李忠伯傳
만덕전 萬德傳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심재沈梓
강상의인江上義人
임자강任自强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운영李運永
문밖의우스운길손門外可笑客
천황씨天皇氏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홍양호洪良浩
침은조생전針隱趙生傳
홍차기전洪次奇傳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동윤李東允
나중성羅衆星
석공石工
이덕수李德修
이평량李平凉
예향禮香
마포麻浦
진주갑부晋州 甲富
허생許生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제2권 - 제2부
서형수徐瀅修
최생전崔生傳
우온전禹瑥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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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양金履陽
지약룡池躍龍
박승검朴承儉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유만주兪晩柱
흑도인이야기記黑島人事
피혁공이야기記皮工事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김려金與
유구왕세자외전琉球王世子外傳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이희평李羲平
납속동지納粟同知
우육불禹六不
수급비水汲婢
박총각朴總角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송지양宋持養
다모전茶母傳
ㆍ 작자와 출전 │ 작품 평설

변종운卞鐘運
씨름꾼소년전角抵少年傳
청계혜원사전淸谿 惠圓師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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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 제3부
이현기李玄紀
반정反正
곡배마曲背馬
포천이문抱川異聞
단천의기端川義妓
팔문장八文章
채상보은蔡相報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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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욱소전安守旭小傳
노주문답奴主問答
도깨비이야기離魅禍福
황사영黃嗣永
ㆍ 작품 평설

장수과전張守果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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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 제4부
실명인
선변善辯
천하일색天下一色
동해단구東海丹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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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李尙迪
삽書鈒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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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우申錫愚
김대립이야기記金臺笠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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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영徐有英
고도령高道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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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인
도박해서미녀를얻다賭博得美婦
구렁이가보석을토하다大?吐寶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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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인
종놈이상전을속이다奴瞞上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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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산전외사丁茶山傳外史
ㆍ 출전 │ 작품 평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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