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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 그리고 말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말

  • 송항룡
  • |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
  • 2022-08-10 출간
  • |
  • 300페이지
  • |
  • 135 X 203 mm
  • |
  • ISBN 979115550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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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물(物)’과 ‘박(樸)’의 언어적 변주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말(언어). 제목으로 꼽아놓은 세 소재 가운데서도 ‘말’은 중추 역할을 맡는 핵심 키워드다. 대화편 본장이 시작되기 전 서막에서 저자는 이렇게 운을 뗀다. “말은 존재의 옷이다. 존재가 입고 있는 옷이 말이다.” 누군가에 의해 “존재의 집”에 빗대지던 무거운 언표가 아니라, 말은 차라리 세상 모든 존재자들의 피부에 맞닿는 옷이다. 우리가 ‘주식의’라 하지 않고 ‘의식주’라 하듯, 문명 속 인간에게 먼저 긴요한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그러한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마주서는 ‘존재자’”인 물(物)과 그러한 “옷을 입지 않고 발가벗은 몸으로 있는 ‘존재’ 그 자체”인 박(樸) 얘기를 세운다.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적 표현으로 구분해보자면, 물은 인식대상으로 또는 관찰대상으로 마주서는 모든 존재현상을 말하고, 박은 무물(無物)이자 무명(無名)으로서 자연(自然) 또는 실상(實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이 ‘물과 박’이란 토대 위에서 벌어지는 ‘말’의 향연이다. 책에 소환된 다양한 인물/동물상은 물과 박이 만들어낼 변증적 서사에 하나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입장 다른 이들의 대화란 게 때론 입씨름처럼, 때론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정작은 ‘존재자와 존재’, ‘개념/물상과 실상’, ‘형식과 실재’, ‘유와 무/일’ 등의 문제를 놓고 그간 동양철학이 벌여온 담론사의 등줄기를 관통해버린다. 문명 속 인간이 벗어버릴 수 없는 ‘말’로써 화제들이 풀려나오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집착하지만 누군가는 폭로하고, 누군가는 통찰하지만 누군가는 초월하는 셈이다. 허구의 형식을 택한 이 철학 이야기는 이렇게 박진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얼개와 속

크게 보면 저자는, 소설은, 물(物)의 허상과 한계를 고발하고 그 속박을 벗겨내려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고 나면 남는-드러나는-것은 박(樸)의 실상. 다음은 그 속내가 간취되는 누군가의 대사들이다.

“언어는 동일성, 보편성, 불변성의 기반 위에서만 그 기능을 가질 수 있네. 우리는 그것을 의미라고 하고 개념이라고 하지. 개념은 많은 다른 것 중에서 동일성을 잡아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개념은 아무런 개별적 구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네. 그러한 개념이 바로 인식 내용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인식 상에서는 동일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의 세계는 아니네. 역은 바로 이러한 인식 세계와 사실 세계를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네. 노자, 장자 철학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고, 불교도 그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네. 이들 철학에서 시간과 공간이 문제가 되고 언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까닭이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그 모든 것이 결국 앎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본문 87~88쪽)

그러나 시간과 공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요, 사물만이 실재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시간과 공간은 시계와 잣대의 눈금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 존재자를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마주서는 사물에 내용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동양 철인들이 생각하는 시간과 공간이다.(본문 248쪽)

“그 존재형식을 벗어나 있는 존재를 실상이라 한다는 것이네. 태초에 무가 있었다는 무가 그 실상이요, 그 무는 비유비무(非有非無)로 존재하는 유무미분(有無未分)의 일(一)을 말한다네. 그 일이 무요, 무가 실상이라네. 그 실상을 우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네. 시간과 공간으로 나뉘기 전 시ㆍ공간 미분의 자리에 있는 존재가 우주의 근원이요, 무가 바로 그러한 존재요, 우주의 근원이라는 것이네. 우주의 근원은 곧 만물의 근원이기도 하네.”(본문 154쪽)

“옳은 말이야.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크고 작고 길고 짧은 것으로만 보고 있지. 그래서 긴 것을 자르고 짧은 것은 이으려는 억지 생각을 만들어내고 있어. 그것은 뱁새의 말대로 사물을 사물로 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수치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지. 수치는 동일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사물은 그렇게 있을 수가 없는 것이거든. 사물은 모두 다르게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거야. 이 세상에 같은 것으로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 그것을 같게 하려는 것은 억지야.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지. 사람들이 그런 멍청이들이거든.”(본문 184쪽)

장자와 맹랑자라는 대표적인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저자는 숫자로 표상되는 개념 세계 속에서만 유지될 뿐인 동일성이론의 허상을 고발하고(제1부), 존재형식일 뿐인 시간과 공간이 잣대 위에 구획해놓는 세계와 그에 구속된 인간 인식의 한계 넘어(제2부), 태초의 무이자 하나인 세계의 우주론에 다가서려 한다(제3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따라 자신을 상대에 견주지 않으면서, 종내 스스로에게 진정 필요한 삶을 사는 차원에 대한 알레고리는 동물들의 대화 형식을 취한 마지막 대화편에 놓인다(제4부). 여기까지 가닿으면, 단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 삶에도 한낱 실존주의가 수습할 수 없는 생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

『남화원의 향연』, 『맹랑 선생, 그는 광대였다』처럼 허구 세계 안에서만 문제의식들이 재구성되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책 끝에는 익숙한 화법의 소논문 세 편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신과 하나님 얘기까지 소환해낸 첫 번째 꼭지는 학자로서 마지막 미망을 소각 중인 한 노교수의 고백록으로 읽힌다. 다른 글에서 그가 여러 번 되뇌던 문장-“모든 이론은 회색이요, 빛나는 생활의 나무만이 초록일세”-은 이번에도 맨 끝에 경구처럼 달려 있다. 두 번째는 ‘태초와 무’, ‘지금 바로 여기’, ‘존재현전의 실재’를 거느리는 동양의 우주론을 서양의 그것에 비추어보는 꼭지다. 그가 보건대 동양의 우주론은 서양의 그것처럼 시종(始終, 탄생과 종말)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실상과 물상의 관계를 밝히는 데 그 본질이 놓인다. 언뜻 엉뚱하다 싶은 마지막 꼭지는 ‘한국인’과 ‘풍류’를 다룬다. 그는 우리네 풍류를 ‘삶의 멋’이라 정의하는데, 여기엔 한국인만의 남다른 현세관에서 비롯된 생의 찬미가 내장되어 있다. 제4부 마지막 대화편의 동물들의 우화를 위한 보조적 사색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목차


작가의 말

서곡


〈제1부 혜시와 장자의 대화〉
물고기의 즐거움
원숭이와 저공


〈제2부 무하공과 맹랑자의 대화 1〉
시간과 공간
말의 의미와 사실성
나이

〈제3부 무하공과 맹랑자의 대화 2〉
우주의 그림과 시ㆍ공간
우주의 근원
너무 큰 수렁
-블랙홀과 무-

〈제4부 동물의 대화〉
기와 현과 뱀과 바람 그리고 눈과 마음
오리와 학의 대화
하루살이와 거북이의 대화
하루살이와 모기의 대화

〈부록〉
테레사 수녀와 하나님 그리고 철학하는 사람과 진리
-하나님과 진리-
고대 동양 철인들이 생각한 우주론
-동양 우주론과 블랙홀-
한국사상과 풍류
-노래와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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