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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뇌다

범인은 바로 뇌다

  • 한스J.마르코비치 ,베르너지퍼
  • |
  • 알마
  • |
  • 2010-12-28 출간
  • |
  • 270페이지
  • |
  • 153 X 224 mm
  • |
  • ISBN 978899252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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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범죄행위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범죄자에게 있을까, 뇌의 이상일까?
아니면 사회적 환경의 책임일까?”

치명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21세기 뇌과학의 진보적 제안,
그리고 이를 둘러싼 중대한 윤리적인 물음들!

2010년 집에 있던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 그는 최근 항소심 판결로 새삼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1심 재판에서는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고등법원에서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기 때문이다. 여론은 다시 들끓었다. 범죄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의식한 선처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금 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상고해 대법원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그런데 사실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매우 진보적인 쟁점을 담고 있다. ‘뇌손상 환자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길태는 법무부의 정신 감정에서 "측두엽 간질과 망상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측두엽 간질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환청이나 환각에 시달리고 심하면 발작 중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김길태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간질 발작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이 있다. 물론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한 재감정에서는 정신 이상 결과가 번복되었지만, 고등법원 재판부는 이전 법무부의 정신 감정 결과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를 처벌해야 할까, 치료해야 할까? 뇌손상으로 자유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

<범인은 바로 뇌다>는 특정 부위의 뇌손상이 범죄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뇌과학의 주요 연구 결과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김길태와 유사하게 간질성 발작에 시달린 줄리아의 사례(5장)를 보자. 줄리아는 어렸을 때 뇌막염을 앓은 후, 간질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주변 사람에게 칼을 휘둘렀다. 한번은 건물 복도에서 거울을 보다가 자신의 모습에서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고는, 옆을 지나가던 소녀의 가슴을 칼로 찌른 적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의료진이 줄리아의 오른쪽 편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이후, 그녀의 폭력적 행동이 완연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연쇄살인자 스테바닌의 사례도 의미심장하다. 스테바닌은 베갯속을 여성의 음모로 가득 채우는 망상을 가진 섹스 중독자로, 여성 다섯 명을 유인해 감금하고 성적으로 유린하다가 살해한 연쇄살인자이다. 그는 재판에서 자신의 정신 이상을 주장하며 감형을 호소했지만, 그의 범죄에 분노한 이탈리아 법정은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훗날 그의 뇌 MRI를 찍어본 결과, 전전두엽 부분에서 커다란 종양이 발견되었다. 전전두엽은 실수를 통제하고 충동적인 행동 욕구에 제동을 걸거나 억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전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감정과 욕구를 서슴없이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위험한 행동도 거침없이 실행에 옮긴다.

이렇게 범죄와 뇌손상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일반화할 수도 있다. 조너선 핀커스가 1995년 〈신경학〉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살인이나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 가운데 3분의 2가 전두엽 비정상이다. 또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도로시 르위스는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수감자 15명을 연구한 결과, 그들 모두에게서 심한 두개골 손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와 같이 프란츠 갈의 골상학부터 시작해 범죄와 관련된 최신 신경과학의 성과들을 요령 있게 망라한다. 더 나아가 범죄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바탕해, 신경과학의 도전에 직면한 사법체계의 모순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논리를 단순화하자면 다음과 같다. ‘형법의 적용 대상은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이다. 그런데 뇌손상 환자는 여러 연구 결과를 볼 때 자유의지에서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에 대해 처벌 조치보다는 치료 조치를 해야 한다.’ 또 저자는 거짓말과 진실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찍은 영상을 법정 증거로 채택하자고도 제안한다. 판사와 증인과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인간이기에’ 지각과 기억력이 완전하지 않으므로, 신경과학적 기술들을 사법체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범죄자가 될 위험에 크게 노출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 프로그램도 가동하자고 말한다. 폭력 유전자는 폭력 유전자를 낳고, 학대받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학대한다는 것이다. 뇌가 폭력적으로 굳어지기 전에 사회가 조기에 개입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논지다.

이는 광범위한 윤리적 물음들을 동반한다. 만약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그것을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반 대중들의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범죄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개인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뇌영상 거짓말탐지기는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과도한 프라이버시 침해 아닌가? 범죄 예방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미리부터 사회적 낙인을 찍는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독자들은 <범인은 바로 뇌다>를 통해, 신경과학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와 사법체계에 얼마나 실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뇌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이 윤리적 고민으로 새롭게 전개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책속으로 추가

우리는 학생들에게 영화 두 편을 보여준 다음, 그들이 무엇을 기억하는지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그 결과 피험자의 기억이 얼마나 확실하지 못한지 드러났다. 놀랍게도 피험자는 제시한 질문의 45퍼센트를 잘못 기억했다. 피험자가 정확하게 기억하느냐 틀리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뇌 활성도 영상이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에 우리는 몹시 놀랐다. 이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지만 뇌 속에 기억을 붙잡고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상 장치로 그러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_97쪽

MRI의 법정 사용 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결정적 쟁점은 감정인이 MRI로 제공할 수 있는 확실성이 얼마나 높은가 하는 문제다. 일단 유전적 감정의 신뢰도에는 거의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 사건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미해결 문제가 남는다면 신경과학자들의 해석은 각각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모든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사고 과정을 기술적·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검사방식과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언젠가 일상적으로 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이러한 기술이 아직 완벽하게는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반테러 활동가들은 정확성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었다면 판단 오류를 감수하고라도 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_99쪽

뇌 스캐너를 실제 상황에 투입하려면 규제를 매우 엄격히 해야 한다. 어떤 조건에서 법정이 MRI를 비롯한 다른 심리적 감정 방식을 투입해도 되는가, 혹은 투입해야 하는가? 이것이 ‘인지적 자유’의 권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다시 말해 용의자나 증인이 언제 뇌 스캔을 거부해도 되는가? 그리고 이로써 자신의 은밀한 영역을 보호받을 수 있는가? 함부르크의 법철학자 라인하르트 메르켈Reinhard Merkel은 ‘의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뇌 스캐너를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_100쪽

4장 착각하는 뇌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명백한 판결 오류는 전형적인 일이다. 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훈련과 교육을 받아도 여러 생각의 맥락을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오히려 객관적 분석을 어렵게 만드는 판단의 위계질서를 신속히 구축한다. 일단 한 가지 견해를 형성하면 그에 해당하는 정보를 더 선호해 받아들이고 그와 모순되는 사실은 무시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수많은 학문적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일상에서 크고 작게 벌어지는 무수한 경솔한 행동은 인간이 비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아주 제한적으로만 여러 사안을 동시에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또 다른 증거다._108~109쪽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말해야 할 것이 있다. 법률가들은 인지심리학이나 인지생리학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범행 장소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햇빛이 가장 강한 시간대가 언제인지 같은 문제가 목격자의 인지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 법률가들이 범하는 또 다른 오류는 본인의 판단 기준을 성급하게 일반화한다는 점이다._124쪽

5장 폭력의 장소, 뇌

처음에 스테바닌은 자신이 죽은 여성들과 아무 관계가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결국 자백했고 사진 촬영, 마약, 감금, 섹스, 폭력 사이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내용을 진술했다. …(중략)… 그의 기억에는 공백이 지속적으로 존재했다. 그는 감정인 앞에서 때때로 횡설수설하며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몽롱한 모습을 보였다. …(중략)… 스테바닌의 이마 뒤쪽에는 어떠한 미세구조도 없었다. 그 대신 오렌지 크기만한 얼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부 전문가는 이 얼룩이 종양으로 생긴 뇌손상이라고 했지만, 강연을 한 신경학자는 뇌 위축증이라고 판단했다. 학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얼룩의 크기가 그토록 크고, 기능성 신경세포가 광범위하게 손상된 사실을 확인하고는 ‘스테바닌이 사회적 행동의 급격한 변화에 시달리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테바닌의 비정상적?변태적 범행이 뇌조직의 심각한 손상과 관련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되었다._131~135쪽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특수 치료를 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정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짐승 같은 인간이 범행을 속죄하지 않는다면, 더욱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보복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이상으로 삼는 사회라면 아픈 사람, 아픈 범죄자도 인도적으로 치료해야 마땅하다. 안타까운 사실은 다리 골절, 맹장염, 충치 같은 질환은 확실한 치료 방법이 있지만 뇌질환의 경우, 오늘날까지도 치료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_136쪽

이른바 ‘로스앤젤레스 폭력 연구’에서 래인은 반사회적 인물의 전두엽에 회색질이 더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전두엽의 신경세포조직이 일반인보다 얇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좌우 뇌반구 사이의
신경섬유 결합이 변형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감정을 담당하는 우반구와 사실 가공을 담당하는 좌반구의 정보 흐름이 불충분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대뇌가 동시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_149쪽

34세의 토머스는 직장에서는 아주 유능한 엔지니어였지만 집에서는 매우 권위적이며 폭력을 행사하는 가장이었다. 이러한 공격적 행동의 주원인은 14년 전 겪은 위천공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토머스는 위천공으로 3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산소 결핍으로 뇌 일부가 손상되었다. 그 후에 토머스는 다른 차가 자신의 자동차 앞으로 급히 끼어든다거나 진로를 방해하면 그 운전자를 쫓아가서 심하게 때렸다. …(중략)… 토머스의 간질 발작이 약물로 나아지지 않자 마크와 어빈은 그의 양 편도체에 전극을 이식했다. 10일에 걸쳐 50헤르츠의 짧고 약한 전류를 전극으로 흘려보내 편도체를 자극했다. …(중략)… 의료진이 어떤 영역에 자극을 주느냐에 따라 토머스는 자신을 엄습한 아주 다양한 인상에 대해 보고했다. 그는 ‘치통’을 말하기도 했고, ‘해탈’이나 ‘깊은 생각’에 빠진 것 같다고 했으며, ‘미래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고 새로운 장소로 나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가슴에서 전자파’가 느껴진다거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다고 하거나 갑자기 ‘창조적’이 된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략)… 뇌에 매일 자극을 준 결과 분노에 따른 발작 증세가 3개월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의료진은 양 편도체의 중앙 영역을 파괴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토머스는 놀랍게도 분노 발작을 다시는 일으키지 않았다._162~163쪽

마인호프 뇌의 기저에서 종양을 확인했고, 변연계와 특히 편도체에 손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손상은 1962년 그녀가 기자로 활동할 당시 받은 수술 때문에 생겼다. 의사들은 이미 그 당시 혈관에 종양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양성으로 판명된 이 종양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제거할 수 없었고, 그저 종양을 압박해 빨리 자라지 못하게 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보거르츠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로부터 몇 년 뒤 ‘그녀의 성격이 예전과 완전히 다르게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다.’ ‘온화하며 뛰어난 언어구사 능력으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여기자가 독일 적군파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_166쪽

1998년 2월 13일, 미국 와이오밍 주 질레트에 사는 60세 남성 도널드 쉘은 흥분한 상태에서 갑자기 자신의 딸과 태어난 지 9개월 된 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기 오래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우울증 완화제를 사건 직전 딱 이틀 동안 복용했다. 미국에서 유통된 이 약의 이름은 팍실Paxil이었다. 이 약은 이른바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의 농도를 뇌에서 높여주는 활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쉘의 가족은 사건 직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제약회사를 고소했고, 법원은 그들의 편이 되었다. 배심원들은 다국적 기업인 이 제약회사에게 살인에 대한 책임이 80퍼센트 정도 있으며, 쉘은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임에도 20퍼센트만 책임이 있다고 평결되었다. 법원은 약 때문에 한 사람이 가족을 살해하는 살인자가 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판결했다._171쪽

지금까지 연구가들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경험이 이후 삶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많은 연구를 해왔다. 무관심과 소홀함은 이른바 애착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vasopressin 호르몬의 수치를 영구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은 위스콘신대학의 심리학자 앨리슨 프라이스Alison Fries 연구진이 발견했다. 3세에서 4세까지 러시아나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자라고 그 후 미국의 양부모에게 입양된 아동의 경우, 나이가 들어서도 이 두 호르몬의 수치가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아동들이 온전한 가정에서 양부모와 이복형제의 보살핌을 받으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는데도, 또 양어머니가 그들을 쓰다듬어주고 무릎에 앉히고 함께 놀아주는 등 집중적으로 신경을 썼는데도, 이 두 호르몬은 정상 수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프라이스 연구진은 생애 첫 시기를 권총 총신에 있는 총알에 비유함으로써, 이 시기의 중요성을 기술했다. 말하자면 일단 총구를 떠난 총알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_179쪽

6장 나쁜 사회, 나쁜 뇌

카우프만에 따르면, 경범죄와 달리 중범죄는 명백하게 눈에 띄는 다양한 생리학적 특이 사항을 추가로 동반한다. 예를 들어 낮은 심장박동수, 전두엽 활동을 요구하는 과제에서 나쁜 점수를 나타내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다시 말해 뇌구조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나 부정적 환경 때문에 뇌가 무감각해져 어떤 일에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청소년에게서 좀 더 심각한 범죄 행위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교육과 뇌의 이상, 이 두 요소의 상호작용은 범죄자의 길로 접어들 성향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함께 고려된다._211쪽

영국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로즈는 이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위기 집단의 구성원으로 분류된 아동과 청소년에게 조기에 개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투자는 진정한 성과를 약속하고 막대한 개인적?사회적 손상을 방지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는 아동이 폭력적 범죄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 프로그램은 분명히 비판에 부딪히게 된다. 윤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의 소리를 높인다. 아직까지 죄를 저지르지 않은 ‘죄 없는’ 아이들을 속단해서 차별해야 하는가? 부모의 잘못으로 몰아세우지 않고 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해 진행할 수있는가? 사회가 어느 정도 개입하는가? 범죄 예방책의 효용성을 파악하고 적용을 허용하도록 사회를 계몽해야 하는가? 형법이 신경과학적 인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와 정치의 협력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가? 성범죄자의 ‘감금’을 둘러싼 현재의 논의는 앞으로 직면하게 될 더욱 큰 문제의 전조일 뿐이다._214쪽

감정인들의 작업은 자주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도구에 의지해 작업하는지 대략 언급해보려고 한다. 모든 실험심리학적 연구의 목적은 미래의 행동을 되도록 정확하게, 반복적으로 재현될 수 있게 예측하는 것이다. 심리학적 측정 방식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거치면서 과소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연구 수단을 창출했다. 지능과 집중력 검사, 언어 이해력과 언어능력 검사, 계획과 행동조절 검사 같은 평범한 도구에서 인성, 감정적 행동, 기분, 감정 상태, 속임수를 쓰고 거짓말을 하는 경향 측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중략)… 전문가들은 이러한 평가 도구를 바탕으로 예를 들어, 범죄 위험인물이 계략이 뛰어나고 언어에 능통한 겉보기에만 그럴싸해 보이는 사람인지, 눈에 띌 정도로 도가 넘치는 자기 가치의식을 지닌 사람인지, 병적으로 거짓말하는 사람인지, …(중략)… 자기 행동에 책임지기를 회피하는 사람인지 등을 아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_219~221쪽

7장 신경과학이 법에게 묻다

이미 30여 년 전 철학자이자 법학자 아르노 플락Arno Plack은 《형법 폐지 변론Pladoyer fur die Abschaffung des Strafrechts》에서 이와 유사한 논리를 폈다. 그의 글에 담긴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처벌이 교화를 가져오고 폭력성을 제지한다면 800여 년에 걸친 범죄 역사에서 범죄는 이미 오래전에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했다.” 개개인의 책임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법률가가 애써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복에 관한 사고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라고 한다. 프로이트처럼
플락 역시 개인의 죄와 책임을 환상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형법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처벌 대신 치료를 추천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변론을 끝맺었다. “형법은 부적절한 치료수단이다. 그이유는 형법이 우리 사회에 작용하는 파괴적 힘의 미미한 일부만 포착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형법이 지닌 심각한 부당함이다.”_246~247쪽

뇌손상이나 도박 중독이 있는 사람, 우울증을 앓는 사람, 알코올 중독자는 모두 무분별하며 자신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정을 하는 경향이 아주 높다. 이러한 위험한 성향은 비교적 간단하고 가벼운 테스트와 설문조사로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범죄행위 성향이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확실하게 식별할 수 있다. 오늘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는 치아 검사에 아무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듯이, 이와 같은 예방 조치를 감행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야 한다. 또 어린 시절 교도소에 수감된 청소년이 어떤 사회집단 출신인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을 가장 잘, 그리고 가장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다._249쪽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견을 폭넓게 일치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생명윤리학자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계층을 아우르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또 직접적 당사자인 법학자들에게도 의견의 형성과 수렴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부여된다. 그들은 앞으로 교육 과정이나 나아가 실제 재판에서 신경과학이라는 주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접하고 다루게 될 것이다. 재판 관계자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진술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 때에만 특정한 평가 절차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는 재판의 자동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이유로 법률가가 두려워하는 평가 절차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_257~258쪽

사회의 변화가 임박했다.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책임과 당벌성當罰性이,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세계관에 좌우되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범죄 조서들은 범죄 의도를 요구하고, 목적과 의도를 결합하며, 죄의식에 기반을 두고, 속단과 경솔함을 드러낸다. 이러한 범죄에 대한 전통적 접근 방식은 해당 범죄자의 배경을 전혀 또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의 법체계는 보복?처벌적 사고에서 벗어나,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단호하면서도 자비롭게 다루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_258쪽


목차


1장 뇌, 범죄행위를 명령하다
뇌손상과 범죄의 연관 관계

2장 뇌를 측정하다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것을 뇌가 어떻게 생성하는가
고릴라와 부시우먼, 그리고 천재 수학자의 뇌
남자의 뇌가 여자의 뇌보다 크다?
뇌에 새겨진 악의 흔적
뇌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조종한다
레닌, 뇌 도서관의 호화 장정본
아인슈타인의 뇌, 대중문화의 아이콘

3장 거짓말하는 뇌와 거짓말탐지기
진실을 말하게 하는 약
거짓말인지 아닌지 밝혀내다: 사실적 징후 분석법
심리 테스트로 거짓이 들통 나다
거짓말을 찍는 기계
뇌 전쟁의 시대
법정에 선 뇌의 지문
인간의 존엄성과 진실의 가치에 관하여

4장 착각하는 뇌
왜 덤불은 종종 곰처럼 보일까?
사실보다 더 사실같은 거짓 기억
거짓기억증후군의 위험한 예
판단 오류의 심리학

5장 폭력의 장소, 뇌
괴물 스테바닌의 손상된 뇌
뇌와 도덕: 소시오패스의 변명
사이코패스의 뇌
전두엽의 기능 이상이 범죄행위를 일으킬 수 있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공격 행동과 연관된 편도체의 역할을 밝히다
테러리스트 세포
감정의 결여가 불러온 비극
세로토닌 과잉 분비의 부작용
폭력성의 진화
왜 흉악범들은 다 남자인가?
범법자들의 공통된 특징
어떻게 정상인이 대량 학살자가 될 수 있는가?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과 파충류의 뇌
뇌손상으로 범죄자에서 예술가로 변모한 예

6장 나쁜 사회, 나쁜 뇌
알코올에 중독된 신생아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범죄 예방에도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살인자를 위한 "뜨거운 의자" 치료법
환경이 범죄자를 만든다
화학적 곤봉의 효과
범죄 예방의 최선책은 바람직한 환경과 교육이다

7장 신경과학이 법에게 묻다
법에 대한 신경과학의 도전
자유의지와 책임의 환상
아이들을 위한 범죄 예방접종
뇌영상을 법정 증거로 채택하다
신경법학의 시대가 오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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