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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그랬어

토끼가 그랬어

  • 양희진
  • |
  • 미래엔아이세움
  • |
  • 2010-06-10 출간
  • |
  • 34페이지
  • |
  • 197 X 250 X 15 mm /300g
  • |
  • ISBN 9788937845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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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야, 너 거기 서! 우리 할머니 콩잎 내 놔!”
혼자 책을 읽던 녹두가 맨발로 큰토끼를 쫓아가며 소리를 지릅니다. 할머니가 정성껏 가꾼 콩잎을 덩치 큰 큰토끼가 몰래 뜯어 챙겨 달아났으니 당연히 화가 날 만하지요. 하지만 긴 다리로 껑충껑충 달아나는 토끼를 따라잡을 수는 없는 일. 녹두는 온 마당을 헤집고 다니면서, 할아버지의 난 화분을 깨뜨리고, 마당에 걸려 있던 엄마의 원피스도 찢고, 아빠 자전거도 넘어뜨리며 난장판을 만들어 놓습니다. 이제 큰일 났습니다. 엄마한테 야단맞을 일만 남았으니까요. 할머니 콩잎을 훔쳐 간 토끼를 잡으려다 그런 것을 엄마가 알 턱이 없겠지요. 잔뜩 약이 오른 녹두는 얄미운 토끼를 혼내 줄 묘책을 세웁니다.
다음날 아침, 녹두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할머니 콩밭에 줄도 치고 종도 달아 두고는 토끼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일어나 설친 까닭인지 깜빡 잠이 듭니다. 그 틈에 큰토끼가 작은토끼까지 데려와 녹두 몰래 또 할머니 콩잎을 가방 한가득 뜯어 챙겨 달아납니다. 녹두가 준비한 토끼 소탕 작전은 물거품이 돼 버린 거지요. 정말 토끼를 혼내 줄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다음날 아침, 녹두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는 볶은 콩을 준비해 두고 정신 똑바로 차린 채 토끼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녹두는 큰토끼 작은토끼가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잠이 들고 맙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녹두가 준비한 볶은 콩이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고소한 냄새에 작은토끼가 콩 그릇에 손을 대고, 그 덕분에 녹두가 잠에서 깨어나 토끼를 잡으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허둥대다가 그만 평상에서 굴러 떨어진 녹두를 위해 큰토끼 작은토끼가 눈물을 닦아 주고 아픈 무릎을 호호 해 줍니다. 어느새 마음이 사르르 녹아 버린 녹두는 큰토끼, 작은토끼와 함께 콩을 나눠 먹기로 합니다. 얄미운 토끼들을 혼내 주기로 한 건 새까맣게 잊어버리고요. 과연 녹두와 토끼는 화해를 했을까요? 요리조리 피하며 녹두를 골탕 먹이는 불청객 토끼와 토끼 때문에 엄마한테 혼나는 말썽꾸러기 녹두와의 즐거운 소동은 결국 꾀 많은 토끼의 승리로 끝나지만, 뒤표지에 등장하는 애꾸눈 토끼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 토끼와 아이의 소동 속에 순수한 동심을 만나다!
꾀 많은 토끼는 서양의 이솝 우화나 우리 옛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합니다. 자기보다 몇 배나 큰 호랑이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감쪽같이 속이는가 하면, 용궁에 잡혀가서도 기발한 꾀를 내어 무사히 살아 돌아옵니다. 게다가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해 놓곤 제 꾀에 속아 얼토당토않게 거북이한테 지고 말지요. 《토끼가 그랬어》에 나오는 토끼 역시 잔꾀가 보통이 아닙니다. 주인공 녹두가 할머니 콩잎을 훔쳐 가는 토끼를 혼내 주려고 별별 작전을 세워 보지만, 토끼의 잔꾀를 당해 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더 흥미로운 것은 토끼와 아이의 한판 소동 속에 생각지 못한 잔잔한 감동과 함께 순수한 동심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두를 골탕 먹이는 못된 토끼인 줄로만 알았는데, 더위에 지쳐 잠 든 녹두에게 부채질을 해 주는가 하면, 눈물 흘리는 녹두의 얼굴을 닦아 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드러냅니다. 자신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녹두에게 슬며시 마음을 열어 보이며 다가가지요. 그 마음을 알아챈 녹두도 어느새 토끼를 친구로 받아들이고,“친구끼리는 콩알도 나눠 먹으라.”는 할머니 말씀을 따라 똑같이 콩을 나눠 먹자고 제안합니다. 치고 박고 싸우는 아이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손을 잡고 사이좋게 놀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녹두가 토끼를 친구로 받아들이며 마음을 놓은 사이, 꾀 많은 토끼는 녹두를 또 감쪽같이 속이고 멀리 달아나지만요.

장난기 가득한 토끼의 모습을 제대로 살려 준 김종민 화가의 그림은 이야기를 한층 더 재미나게 해 줍니다. 얄밉고 못된 토끼지만 녹두와 친구가 되고 픈 사랑스러운 마음을 담은, 절대 미워할 수 없는 토끼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파스텔 색조의 은은하면서도 맑은 느낌은 책장을 넘기는 동안 아름다운 수채화를 감상하듯 편안하고 즐겁게 합니다. 녹두와 토끼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소동을 피우지만, 초여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햇살처럼 따뜻한 그림 덕분에 그 소동은 무섭다기보다는 뒤에 벌어질 또 다른 이야기가 뭘까 하는 기대와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킵니다. 결국 화가는 이야기 끝에 재치 있는 그림 하나를 그려 두었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애꾸눈 토끼를 떡하니 그려 놓고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움을 남겨 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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