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과 형사소송법의 종합적 연습을 위해 "형사법 사례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낸 지도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러 교수님들의 격려와 감사 인사에도 불구하고 개정판을 펴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시간만큼 형사소송법 분야는 물론 형법분야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법률의 개정이 있었음은 물론 전원합의체 판결을 포함한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도 대거 누적되었다(배임죄와 횡령죄, 주거침입죄를 둘러싼 판례의 변화는 가히 경이로운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좋은 연구 결과물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공부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이번 개정판을 다시 내어 놓았다. 변경된 판례와 개정된 법조문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무엇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모의고사와 변호사시험 기출문제의 누적을 외면할 수 없었다.
개정판을 가급적 내지 않게 책을 집필하는 것이 저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임을 강조하였으나, 개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 독자 여러분의 혜량을 부탁드린다. 저자가 본서를 집필할 때에는 단순히 변호사시험의 통과를 위한 수험서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법률 실무가로서 형사법 이론과 실무 사이에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보다 발전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함에도 중요한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로스쿨에서 강의하는 햇수가 늘수록 이러한 목표가 잘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져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이런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업데이트’에 초점을 두었다. 가급적 집필 초에 잡았던 콘셉트(concept)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하였다. 여러 기출문제들 중 이론적으로나 수험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은 가급적 반영하려고 하였으며(그러나 기출문제 중 “구속영장 기각결정에 대한 검사의 불복방법”과 같이 변호사시험 문제로 적합하지 않은 것은 반영하지 않았음을 미리 밝힌다), 최신 판례들 중 출제 가능성이 있는 것들도 문제화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쉽지만(?) 저자가 중간, 기말 등 학교시험에서 출제한 시의성 있는 문제들을 대거 활용하였다. 이런 작업으로 인해 지면은 다소 늘어났다. 사례문제 2개(사례 8, 사례 11)가 추가되었으며, 기존 문제들에도 쟁점들이 추가되었다(본문의 쟁점들로 추가하지 못한 중요판례들은 참고판례로라도 추가하였다). 다소 과하다 싶은 기출문제들도 있지만 반복해서 출제되는 것들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대비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쟁점들도 반영하였다.
이번 개정판을 내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우선 초판 이후 ‘로3’ 공부를 하면서 저자의 책을 꼼꼼히 읽고 교정이 필요한 부분을 잘 체크해 준 김수희 변호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김변호사의 건승을 빈다. 그리고 군법무관 훈련 입소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개정작업을 도운 정재규 군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저자의 게으름 탓도 있겠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개정작업에 엄두를 못내고 있었으나 정군의 도움으로 이번 개정작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가감이 필요한 부분에 탁월한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 새롭게 추가되어야 할 사례와 판례, 부록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헌신적으로 작업을 도와준 정군이 훌륭한 검사로 성장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아울러 저자가 큰 걱정 없이 연구와 강의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모교의 좋은 연구·교육환경에서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박상기, 전지연, 한상훈, 김정환, 박정난교수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개정판의 출간을 위해 노력해주신 김중용 사장님, 심성보 이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무쪼록 이번 개정판이 수험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좋은 디딤돌로 역할을 다하길 기대해 본다.
2022년 봄
연세대 광복관에서
저자
본서 활용 방법
독자를 위해 이 책의 활용법에 대해서 밝혀 두고자 한다. 아래의 내용을 여러 번 곱씹어 본서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례 학습을 위한 연습책은 어디까지나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함에 목표가 있다. 따라서 문제를 외우고 책에 나오는 답안을 암기하려고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학생들을 보면 교과서와 사례연습을 위한 책이 마치 별개인것처럼, 둘 다 외우려고 한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례연습’책은 절대 외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시험장에서 쓸 수 있는 분량으로 줄일 수 있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연습책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본서에 나오는 사례의 해설도 마찬가지이다. 判例도 끊임없는 도전과 반론을 통해서 변경될 수 있음을 기억하여 답안의 논리를 따라가는 훈련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본서의 활용법을 살펴보면, 먼저 설문에서 ① 사실관계를 추출해내야 한다. 그리고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설문에서 문제되는 ② 쟁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는 정리된 쟁점에 교과서에서 학습한 이론을 바탕으로 적용할 ③ 법칙을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일반적인 이론의 검토를 통해서 자신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견해를 바탕으로 ④ 사안에 구체적으로 적용시켜야 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쟁점에서 제출한 ⑤ 결론을 기술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성된 답안은 논리적으로 일관될 뿐만 아니라, 문제의 소재(쟁점)에서 검토하고자 했던 바가 본론에서 모두 언급되고 결론에까지 정확히 수미상관을 이루어야 한다.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은 옷에 단추를 채우는 과정과 같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채우지 않으면 마지막에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없는 것처럼 첫 단추인 사실관계의 추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된 사실관계를 자신이 교과서에서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인지, 설문에 제시된 힌트(설문에는 반드시 출제자가 의도하는 방향의 단어들이 제시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를 바탕으로 단추를 채워나가야 한다.
사례집을 학습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사고의 고착이다. 실전에서 사례집과동일한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사해 보이기만 하면 차이점을 간과한 채 사례집에서 본 답안을 모범답안처럼 여기고 써내는 중대한 실수를 범한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 사실관계의 특성을 간과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기계적 작성에 지나지 않는다. 법관에게만 예단이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수험생에게도 예단은 절대 경계의 대상이다. 사례형 문제의 정답은 논증의 설득력에 있음을 항상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례형 문제의 답안과 약술 내지 논술형 문제의 답안은 서로 다름을 인식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後者의 경우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리고 공부한 내용을 많이 쓰면 득점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前者의 경우에는 써야할 부분과 쓰지 말아야 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사례형 문제의 답안에는 설문의 사실관계와 관련 있는 내용만을 기술하여야 한다.
본서의 문제들 중에는 견해의 대립이 없어 핵심내용의 기술로 해결되는 것들과, 학설 및 판례의 극렬한 대립으로 인해 결론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 독자들은 어느 유형인지 구분하는 습관을 들이고 그에 따라 연습하여야 한다.
이러한 훈련 과정에서 본서에 나오는 참고판례와 답안작성의 Tip을 꼭 참고하기 바란다. 수험장에서 쓸 수 있는 판례와, 개별 사안에서 답안작성시 흔히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서술한 것이므로, 먼저 본인이 답안을 작성하여 보고 사례의 해설과 비교하여 답안의 논리적 결함과 부정확한 내용을 찾아내고, 이를 정리한 다음 참고판례와 답안작성의 Tip을 집중하여 읽어본다면 답안작성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답안작성의 Tip은 저자가 변호사시험, 법전원협의회 모의시험, 교내 시험 등을 채점하면서 수험생들이 쉽게 놓치는 부분들을 정리한 것이다. 개정판을 내면서 지면의 한계상 추가하기 어렵지만 출제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을 참고판례와 답안작성의 Tip에서 소화한 부분도 있으니 잘 정리하기를 부탁드린다.
본서는 독자의 학습편의를 위해 문제의 쟁점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였으며, 서술분량은 문제에 따라 다르지만 변호사시험 응시자의 실력과 시험이라는 속성을 다소 감안하여 서술하였다(다만 본서로 학습과 연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조금 상세히 기술하였으며, 설문에 따라 독자 스스로 답안지에 쓸 수 있는 적절한 분량을 조절하기를 바란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본서로 공부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설에서 특별히 죄수 언급이 없다면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는 점도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의 분량이 지나친 학습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연습서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하여 각주를 가급적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양해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본서는 사례형 문제의 숙달에 목표가 있으나, 기록형 문제의 경우에도 사례형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본개념과 이론이 동반되어야 함을 알아주기 바란다. 형사법기록형 문제의 대표적 유형은 보석허가청구서, 구속적부심사청구서, 변론요지서, 답변서,상소이유서 등이다. 이들을 원활하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실체법적 지식과 절차법적 지식의 융합적 이해가 기초로 뒷받침되어야만 함을 부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