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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렌지

어제의 오렌지

  • 후지오카요코
  • |
  • 달로와
  • |
  • 2022-04-25 출간
  • |
  • 388페이지
  • |
  • 135 X 200 X 22 mm
  • |
  • ISBN 979119001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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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암 선고를 받은 료가와 그의 곁을 지키는 가족, 친구의 이야기

일본 서점 직원 100명의 마음을 뒤흔든 감동작!

소설을 집필하는 한편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후지오카 요코의 소설 『어제의 오렌지』에는 병과 죽음에 대한 진지하고도 사려 깊은 시선이 담겨 있다.
주인공 료가는 고향을 떠나와 홀로 도쿄에서 성실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청년이다. 언제까지고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리라 믿던 어느 날, 암 선고를 받은 료가의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왜 하필, 어째서 나일까’라는 좌절감에 마음마저 무너져 내리는 료가를 다잡아주는 것은 늘 그의 곁을 지키는 가족과 환자와 간호사의 입장으로 다시 만난 동창 야다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린다면, 더군다나 그 현실이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희망을 놓고 포기하는 사람,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사람, 자괴감과 좌절감에 못 이겨 주저앉고 마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료가는 이 모든 과정을 겪는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고, 또다시 무너지는 료가의 모습은 병이 주는 공포를 상기시킨다.
만일 이에 그쳤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남은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에 있다.

깊은 애정의 줄기에서 피어난 가족이라는 열매

‘가족’의 단위와 의미가 해체되어가는 시대이다. 과거 대가족부터 4인 미만의 핵가족, 2인 가구를 지나 내가 나를 먹여 살리기 바쁜 1인 가구까지, 책임감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몫으로 남는다.
쉽고 빠르고 쿨한 것을 선호하는 시대적 경향은 가족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만, 친밀하고 깊은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로서는 다소 소홀해진 게 사실이다. 최근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TV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는 성인이 된 이후로도 여전히 과거의 기억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사연이 나온다. 그리고 많은 이의 트라우마는 가족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서툰 부모, 부족한 애정, 일방적인 폭력 등 가족은 그 어떤 관계보다 내밀한 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 또한 쉽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아 집안 분위기는 늘 살벌했다. 끝내 부모님은 이혼을 택했으며, 우리 가족은 결국 이름만 가족일 뿐 서로를 위하지 않는 집합체에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같은 핏줄일지라도 진짜 가족이 될 수는 없었다고 말이다. 그 당시 어렸던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만, ‘어떻게 하면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후회가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다. 따라서 ‘가족’은 내게 매우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부모도 자식도 ‘가족으로 있고 싶다’는 마음을 지녀야만 성립하는 것이 가족임을, 『어제의 오렌지』에서 그리고 싶었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 또한 좋지 않은 가정사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진짜 가족’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본 저자는 『어제의 오렌지』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 암 투병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료가가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온전히 가족 덕분이었다. 별안간 닥친 죽음 앞에서도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있”(364쪽)다는 인사를 남길 수 있는 것은 가족에게 받은 충분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비록 료가와 피가 이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야다와 다카나는 료가에게 가족 이상의 애정과 위안이 되어준다. 결국 가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각자의 삶에 있어 가족이라는 가치는 어떤 의미를 주는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쯤, 아마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희망에서 파생된 사랑의 조각, 오렌지

이 책의 제목인 ‘어제의 오렌지’는 료가가 열다섯 살 무렵, 동생 교헤이와 설산에서 조난당했을 당시 신었던 오렌지색 운동화를 상징한다. 과거는 ‘어제’로, 오렌지색 운동화를 신고 살아남았던 일은 ‘희망’이 되어 현재의 료가에게 전달된다.

이야기 속엔 희망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이 여럿 등장한다. 료가가 설산에서 신었던 등산화, 나기 산 정상에 내리깔린 돗자리, 할머니 집 마당과 트라몬토에 맺힌 열매, 병실과 산 끝자락에 내려앉은 저녁놀…….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소설 속 많은 오렌지들은 마치 테니스 코트 위를 통통 튀며 누비는 테니스공처럼 인물들 사이를 오고 간다. 그래서일까, 료가와 교헤이, 도코와 야다, 그리고 다카나에게도 희망의 불씨가 찾아온다. 가장 최초로 등장하는 오렌지는 료가와 교헤이가 열다섯 살 무렵 조난됐던 설산에서 신었던 ‘등산화’이다. 료가는 자신의 오렌지색 등산화를 교헤이에게 양보한다. 희망의 다른 말은 가능성이다. 료가는 신발을 양보함으로써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진 교헤이에게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반드시 부모님을 다시 만날 거라는 가능성을 심어준 것이다. 그렇게 교헤이에게 가 닿은 오렌지는 사랑과 믿음이라는 더 큰 오렌지가 되어 도코에게 전달된다. 작은 희망에서 탄생한 ‘오렌지’는 사랑으로, 믿음으로, 앞으로의 삶으로 점점 의미를 더해간다.

『어제의 오렌지』의 큰 줄기는 ‘암에 걸린 젊은 남성’의 투병 이야기이지만, 료가와 주변인들이 분투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결국 저자가 ‘삶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테니스 경기의 랠리처럼, 불행과 행운은 순서를 바꾸며 찾아온다. 그러나 끈질기게 엉겨 붙는 불행을 내던지고, 불쑥 찾아왔다 빠르게 멀어지는 행운을 포착해 삶을 행복으로 이끌기 위해선 건강한 태도가 필요하다. “너무 애쓰면 안 돼”(381쪽)라는 말처럼, 건강한 태도는 애씀이 아닌 돌봄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과 주위를 사랑으로 돌보고 챙기는 태도, 바쁜 일상 탓에 많은 이들이 잊어버린 그 가치를, 저자는 책을 펼친 우리에게 담담히 보여줄 뿐이다.


목차


1장 7
2장 81
3장 135
4장 213
5장 283
에필로그 369

옮긴이의 말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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