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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 가랑비메이커
  • |
  • 문장과장면들
  • |
  • 2022-04-01 출간
  • |
  • 152페이지
  • |
  • 117 X 195 mm
  • |
  • ISBN 97911977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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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가랑비메이커의 3년 만의 신간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는 3년이라는 공백의 시간을 통해 침묵으로 쓴 편지들의 집합이다. 매일 모니터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수많은 문장을 내놓아야 하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던 어느 계절에 우연히 발견한 부치지 못한 편지들에서 책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가 시작되었다.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는 글을 골몰하는 사이에 놓쳤던 사소하고 사적인, 은밀하고 깊은 발화를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쓰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작가)개인이 개인에게 보내는, 개인이 한 세대에게 그리고 세상에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는 책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는 넓게는 에세이, 좁게는 편지집이다.

“내 곁을 머물렀든, 스쳤든, 결코 닿은 적이 없든
이 길고 지루한 편지의 종착점은 당신이에요.
해묵은 편지를 엮어내며 내내 당신을 떠올렸어요.”

서로 다른 수신자를 향하여 쓴 편지의 행간 너머에는 보다 깊고 넓은 의미와 감정들이 애틋하게 숨겨져 있다. 다시는 이와 같은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하는 작가 가랑비메이커의 문장들 너머에 담긴 떨리는 목소리와 잠시의 침묵, 그리고 숨겨진 다양한 표정을 발견하며 음미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목차


1부 희미한 이름에게
늦은 편지 | 시절의 너에게 | 울고 싶은 날이었어 | 다행 | 서사의 주인공 | 영감 | 환절기 | 남겨진 숙제 | 외로움과 자유함 | 시절 일기 | 현재진행형 | 뿌리 | 반짝이는 가난 | 새치 | 경쟁 |
자유한가요, 당신 | 무표정한 날들 | 가볍게 쓴 이야기

2부 선명한 이름에게
괜한 마음 | 애나 | 한 뼘의 방 | 눅눅한 산책 | 시차 | 수족냉증 | 오래된 변론 | 안부 | 해리에게 | 동경 | 낯선 곳 | 존중의 세대 | 순수한 애정 | 썰물 | 스카프 | 명장면 | 엄마는 왜 | 당신은 모르겠지만 | 몸살

3부 여전한 이름에게
오래된 진심 | 사랑과 믿음 | 구석의 계절 | 기울기가 같은 사람 | 플랫화이트 | 모래알 | 의자 | 꿈에서 | 다시 처음 | 새 아침 | 깨끗한 오늘 | 거의 다 | 깎는 시간 | 2에 달린 것 | 각자의 왕궁 | 익숙함 | 낯선 선물 | 식사 | 주어진 그대로 | 순물의 시간 | 소멸하는 계절 | 추신 보내는 계절

만든 이 코멘트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의 가슴속, 좁고 깊은 방에 가둬둔 이름들을 해방시켜줄 수 있기를.

책 속으로
어렵게 쓴 글자들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서랍을 닫으며 그만 단념하기로 했어요. 나는 오래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제대로 읽어줄 당신이 필요하거든요.
-14p 〈늦은 편지〉

까만 먹구름뿐인 날도 좋으니 어디선가 햇살을 빌려오는 대신 함께 우산을 쓰자던 당신의 앞에서만큼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잊었을 수 있었어요. 내가 조금 더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늘의 시절을 함께 거닐어 준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 16p 〈다행〉

글이란 참 신기하지. 분명 내가 남긴 이야기인데 그 시점을 지나고 나면 쓰는 나는 사라지고 새롭게 읽는 나만 남는다는 게. 그 시절의 내가 이해의 대상이 된다는 게. 새로운 숙제처럼. 휘발된 시간 속에서 조금은 오해를 하고 조금은 더 너그러워지기도 하면서 말이야.
- 31p 〈남겨진 숙제〉

나의 삶에 아직도를 묻는 당신께, 나는 아직도가 아니라 여전히 글을 쓰고 걷는 삶을 살고 있다고요. 버티기만 하면 이길 거라던 H에게, 나의 삶은 끝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하는 싸움도 아니라고요.
- 42p 〈현재진행형〉

사람에게 이름이란 무엇일까요. 어릴 적에는 원한 적 없던 이름이 부끄러웠어요. 그 탓에 참 많은 이름들을 갈아입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 이름이 무척이나 사무쳐요. 애나, 아니 애라. 나를 애라야, 하고 부르던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나를 부르던 그들에게 나는 어떤 계절의 표정을 지었는지. 늦은 그리움이 빠르게 번져가는 중이에요.
- 62p 〈애나〉

우리의 대화는 다이빙 같았어요. 발부터 시작해 무릎, 그리고 가슴으로 서서히 적셔나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푹,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듯 시작되었죠. 발과 머리가 한 번에 젖었으니 가슴이라고 예외일 수 있겠어요. 자석 같은 이끌림으로 당신을 찾아가는 길은 어두웠고 두려웠어요. 물에 젖은 모든 것이 무거워지고 짙어지듯 마음도 마찬가지였죠.
- 97p 〈몸살〉

언제부터인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나는 나이지만 나만의 것은 아닌 내가 되어버렸어요. 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건네고 돌아오는 낮과 밤이 쌓이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영원할 것만 같던 찬란한 시절은 희미해졌고 언제라도 곁에 머물러 줄 것이라 믿었던 얼굴들은 허무하게 사라지기도 했어요.
- 149p 〈추신 : 보내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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