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강의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갑작스레 너무 큰 사랑을 받은 것도 감사한데, 매년 호응이 더 커지는 상황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매년 더욱 향상된 강의와 교재로 보답해야 한다는 다짐을 합니다.
학원에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선택형, 특히 ‘민사법 선택형’에 대한 고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재도전 수험생들은 그간 선택형 때문에 합격하지 못했었는데 올해도 선택형 때문에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선택형에서 고전하는 이유
사례형·기록형에 비해 ‘선택형’의 점수가 특히 낮은 원인을 생각해봅니다.
첫째, 기본서를 읽는 스타일에 원인이 있습니다.
비슷한 실력의 두 수강생이 동일한 교재로 동일한 강의를 똑같이 열심히 들었는데, 1명은 선택형 점수만 크게 오르고 다른 1명은 사례형 점수만 크게 오르는 경우를 꽤 봅니다.
한 줄짜리 판례나 조문들도 빠짐없이 결론 중심으로 정확하고 꼼꼼하게 매듭짓는 성향이라면 ‘선택형’에 강세를, 중요한 쟁점을 중심으로 문제의식과 결론·논거의 인과성 및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하는 성향이라면 ‘사례형’에 강세를 보이게 됩니다.
이는 제3자가 볼 때는 당연한 이치임에도, 정작 당사자는 ‘법학공부는 원래 당연히 이렇게 하는 거지’라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변호사시험을 안정적으로 합격하려면, 당연히 두 가지를 다 해야 합니다. 두 가지 덕목을 함께 유지하지 않으면 최종단계에서 나머지 한 유형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례형에 비해 선택형이 약한 사람들은 ‘깊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면 법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민사법 수험’ 씬에서는 깊이가 거의 없는 단순사항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꽤 넓으며, 평소 이 부분을 무시하는 습관이 있다면 나중에 복구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둘째, 기출문제집 학습의 분량조절 실패에 원인이 있습니다.
변시·변모 선택형의 민법·민사소송법 지문은 11년 사이 총 10,000개를 이미 넘어섰습니다(41회분×52문항×5선지, 중복지문 포함). 수험기간에 이 문제를 다 풀어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설령 풀어낸다고 해도 이를 2, 3회독 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수험에서 의미 없는 ‘한 번만 본 책’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이미 ① 홀수만 또는 짝수만 풀기, ② 변시만 또는 변모만 풀기, ③ 최근 3개년만 풀기, ④ 강사가 풀어주거나 저자가 선별한 중요지문만 보기 등 차선책을 택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次善策’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근거 없는 전략입니다. 먼저 단순한 기준으로 버려지는 문제나 지문 중에는 반드시 풀어봐야 할 매우 중요한 내용이 당연히 있습니다. 그리고 강사나 저자가 객관적 중요도로 엄선하였더라도, 각 수험생 개인별로 꼭 챙겨야 할 지문들, 즉 자신이 특히 약하거나 자주 혼동하여 주관적 중요도가 높은 지문들은 일부 누락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 두 가지 원인 중 전자는 자신의 기본서 읽는 스타일을 보완·점검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으나, 후자는 기존의 선택형 교재나 강의로 해결하기에는 커다란 한계가 있습니다. 2022년, 「로스쿨 선택형의 정석 기출문제 완전분석」을 집필하게 된 출발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가장 좋은 선택형 강의가 있다면
메가로이어스 학원에서 ‘선택형’ 강의를 7년째 해오면서, 저는 변시·변모에 기출된 ‘모든’ 지문을 매년 빠짐없이강의해왔습니다. 특정 파트를 아무 기준 없이 제거하는 방식은 위와 같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수많은 지문들을 단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중복지문’을 지워주고, ‘빈출·주요지문’과 사례형·기록형 ‘확장예상’ 문제를 특히 강조하는 식으로, 소위 지문별 강약조절에 사활을 걸고 강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들이 자주 혼동하는 유사·대조 지문을 계속 비교·정리해주고, 각 진도별 핵심 주제를 빠르게 요약해주기도 합니다.
저의 능력은 별론으로, 이보다 더 노력이 들어가는 선택형 강의도 없고, 이 보다 더 좋은 시스템의 선택형 강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택형 강의답게 변호사시험 선택형을 빠짐없이 100% 대비하면서도, 선택형 문제에서 사례형·기록형까지 예상해볼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기출문제 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저는 이러한 강의 시스템, 기준과 원칙을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다만 물리적 분량은 1년에 지문이 1,000개씩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강의 최적 시스템(best system)을 관철시키기에는 교재의 볼륨(volume) 자체가 임계점(critical point)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는 강사나 수강생 모두에게 꽤 큰 버거움을 주는 상황입니다.
선택형 기출문제집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제 11년치를 고스란히 담은 기존의 문제집은 답이 될 수 없고, 그렇다고 저자가 지문을 임의 선별하여 일부를 제거해버린 문제집도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점은 전술했습니다.
한편 기출문제 원문을 해체하여 섞어버리거나 재편집 혹은 정(正)지문화 해버린 교재는 이미 ‘문제집’ 기능을 상실한 지문집이고, 분량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 다른 과목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민사법은 해체된 지문이 아닌 전체 문제 구성을 꼭 공부해야 하는 문제도 꽤 있어서, 지문집에 불과한 교재는 선택형 대비에 위험성이 큽니다.
본서의 특징, 활용법
이처럼 여러 고민 끝에 출간된 본서만의 유일한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복지문을 삭제하여 최고의 효율을 추구했습니다.
단순히 동일한 내용의 지문이 여러해 반복된 경우 이를 번번이 풀 필요가 없어 삭제했는데, 삭제하면서도 3~4회 이상 출제되면 빈출지문(파란색 ★), 2회 정도 출제되면 중복지문(검정색 ★) 표시를 모두 하였습니다.
한편 중복지문 삭제 과정에서, ① 정(正)지문이 있고 오(誤)지문이 단순 반대 사실이 아니라 특별한 오류 포인트가 있는 경우, ② 유사해보여도 묻는 포인트가 다른 경우, ③ 일반론 지문이 있었지만 구체적 사례문제 적용의 의미가 있는 경우, ④ Part가 다른 경우(가령 ‘제1심 소송절차’와 ‘병합소송’에 동일 지문이 있는 경우, 학습의 시간적 간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등에는 중복지문이어도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해설은 정확·명징하게, 기본서와 동일한 표현을 썼습니다.
선택형 문제집은 강사가 직접 집필하지 않는 경우 해설에 전혀 엉뚱한 판례를 싣거나 출제한 포인트를 오해하여 해설하는 등 적지 않은 오류가 있어 왔는데, 본서를 집필하면서 해설의 정확성에 꽤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물론 혹시라도 추후 크고 작은 오류·오기가 다소 발견된다면 강의 과정에서 이를 반드시 바로잡고 4월 경 정오표를 배부할 예정입니다.
또한 기존의 해설서는 장황하게 판례 원문 전체를 싣거나 불필요한 부분까지 해설을 달아 분량이 너무 부담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본서는 적확하게 필요한 해설만 명징하게 싣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만 사례문제등 기존 교재들이 오류를 범하고 있는 고난이도 문제에 대해서는 분량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상세한 해설을 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베스트셀러 수험용 기본서인 「로스쿨 민법의 정석」, 「로스쿨 민사소송법의 정석」, 「로스쿨 가족법의 정석」에 있는 표현을 거의 있는 그대로 가져와서 기본서 학습과의 강력한 시너지를 내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선택형 공부 과정에서도 알게 모르게 「로소정」 등의 회독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선택형 해설인 점을 감안하여 「로소정」 등의 표현보다는 다소 상세하게 기재하기도 했으며, 특히 법조문의 경우에는 ‘선택형으로 기출된 법조문’을 모두 확실히 정리할 수 있도록 줄이지 않고 규정 원문을 박스 처리하였습니다. 참고로 본서는 그 목차와 체계도 「로소정」 등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게 구성하였습니다.
셋째, 기본서에 보충할 지엽적 지문은 [보통] 표시를 하였습니다.
저의 수험전략은 언제나 ‘수험용 기본서’에 포함된 내용은 최대한 기본서를 반복 회독하면서 변호사시험을 대비하되,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지엽적 지문이지만 변시·변모에 기출된 전력이 있는 지문들에 대해서는 수험 막판 시기에 ‘수험용 추록’이라는 형태로 배부하여 1~2회독만이라도 함으로써 선택형 점수 누수를 막자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이러한 ‘보충지문’에 대해서는 선택형 강의 시간에 직접 알려드려 표시하도록 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본서에서는 편의를 위해 아예 보충지문을 [보통]으로 표시해서 출간하였으며, 다만 그 기준은 2021년판보다는주로올해 출간하는 2022년판 「로스쿨 민사소송법의 정석 5.0」 등을 기준으로하였습니다. 즉, 2021년판 「로소정」에 없는 지문들 중 일부는 본서에 [보통]표시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넷째, 출제된 문제의 원문을 그대로실었습니다.
민사법의 경우에는 그 깊이와 넓이에 의해 문제 전체가 매우 훌륭하게 구성된 기출문제들이 있는데, 이런 문제의 지문들을 유사하다는 이유로 해체하여 몰아넣고 재조직하면 그 문제의 고유한 개성이 사라져 기출문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습득이나 정확한 연습의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본서는 출제된 문제의 원문과 구성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다만 ‘중복지문’을 삭제하는 경우 해당 문제의 지문이 1~2개 밖에 남지 않는 경우는 있습니다.
본서의 가장 좋은 활용법은, 본서로 진행하는 선택형 강의를 수강하는 것입니다. 다만, 본서의 위와 같은 특징을 잘 알고 학습한다면, 「로민정」 시리즈를 기본서로 보는 경우를 전제로, 본서는 독학 교재로서도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더 확실하게 출제된 문제의 원문으로 실전연습을 하고 싶다면, 별책으로 된 [문제편]에 실린 변호사시험 7회분, 모의시험 18회분의 합계 25회분을 잘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문제편]에서는 각 회차별로 출제된 민사소송법 15~17문제만을 문항번호 변경 없이 실었습니다(민법, 가족법은 별도 출간하는 교재의 별권으로 제공됩니다).
제가 강의나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강조한 “영역별 선택형 학습 진단법”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본서의 [문제편]은 회차별 전체 문항수, 각 영역별 문항수를 각 회차 최상단에 도표로 정리하였고, 개별 문항마다 일일이 [소송의 주체] 등의 표시를 하였습니다. 모쪼록 학습 진단법으로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매년 변호사시험에서 민법 선택형, 민소법 선택형, 심지어 민사법 선택형의 만점을 받거나 1~2개만 틀리는 최고득점 수강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로민정·로소정만으로 충분했다. 선택형 문제집은 거들 뿐이었다.”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그간 이렇게 말해온 것은 선택형 문제집의 무지막지한 분량이 한몫했을 것입니다. 즉, 어마어마한 분량의 선택형 기출문제집에 공력을 쏟는 것이 수험전략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그들의 본능적 판단으로, 오히려 기본서를 꼼꼼히 읽는 전략을 세워 선택형 고득점을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런 전략을 성공하는 것이 사실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본서의 출간으로, 위와 같은 선택형 최고득점자들의 후기가 다음과 같이 바뀔 것을 기대해봅니다. “로민정·로소정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로선정 기출문제집을 2회독 했고, 로민정·로소정과 로선정을 진도별로 ‘함께’ 보는 것이 거의 부담되지 않았다.”
본서가 나오기까지 애써주신 메가엠디, 메가로이어스, 필통북스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본서를 보는 독자분들 모두가 변호사시험에서 ‘선택형’이 합격의 견인차가 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 3.
변호사 정연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