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들은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면서, 그리고 이번 경력법관 임용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판례공보를 정리한 것을 주변의 권유로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정리하면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사실관계와 이를 토대로 한 논증 부분이었습니다. 실무에 종사하면서부터는 판례의 법리 자체는 물론,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어떻게 결론에 이르게 되는지, 어떠한 점을 들어 결론을 뒷받침하는지를 익혀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판례공보에 수록된 대법원 판결의 하급심을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하급심은 설령 대법원에서 결론을 달리하여 파기된 경우더라도 나름대로 이유를 들어 그러한 결론을 내린 것이므로, 그 이유를 읽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판시 쟁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직권 판단을 제외하면 상고이유로 삼은 부분에 관하여만 판단하므로, 상고심에서 판단된 것 외의 다른 중요 쟁점에 관하여도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합니다. 또한 판례공보에 실리는 판결들은 기존의 것에 덧붙인 새로운 판시사항 등이 수록된 선별된 판결이므로, 그 하급심에는 기초적인 법리도 잘 설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기본법리를 파악하는데 에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로서 주로 다투게 되는 부분은 사실인정과 그에 따른 논증이므로, 그 부분이 구체적으로 설시되어 있는 하급심 판결이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 책의 편집과정과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2014. 6. 1.자부터 2021. 9. 1.자까지의 판례공보에 실린 형사 분야 대법원 판결의 하급심(제1심과 항소심)을 검토하여 그중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하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에서 하급심 내용의 대부분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만을 정리하였고, 하급심이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하급심의 내용을 실었습니다. 파기환송된 사건의 경우 하급심의 판단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를 같이 기재하였습니다.
둘째, 공보판례 중 특별법위반의 경우나 지엽적인 쟁점을 담고 있는 경우 등 시험에 출제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판결은 과감히 제외하였습니다. 반면 드물기는 하나 하급심 부분에만 시험에 출제가 가능한 부분이 있는 경우, 그 부분만을 수록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인정과 그 논증이 문제되는 부분은 가급적 빠짐없이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형사사건은 그 특성상 검사, 형사전문변호사 또는 국선전담변호사 외에는 사건에 대한 경험을 쌓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여러 해 동안 실무를 담당하였던 분들도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생소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책은 최근의 판례공보를 공부한다는 측면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그 외 증거법 등에 관하여는 반드시 기본서를 참고하셔야 합니다. 특히 증거법칙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지식을 물으므로 빈틈없이 준비하여야 합니다.
처음부터 책을 내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흔쾌히 출판을 도와주신 정주형 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도움이 되어 많은 분이 원하시는 바를 성취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021. 12. 15.
필자 서영민·서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