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안견에서 앙리 마티스까지
화가 32인의 왠지 끌리는 명화 72선
눈길 가는 그림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명화’는 어렵지 않다.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보다가 더 궁금해지면 그림 속 숨은 이야기들을 살펴보아도 좋다. 화가의 개인사와 그 시대배경을 알고 나서 그림을 다시 보면, 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즐거움도 생겨난다.
이윤서더아트연구소 이윤서 소장이 읽어주는 명화 이야기는 이렇게 낮은 문턱에서 출발한다.
당시 인정받고 유명했던 화가가 왜 미술사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져갔는지(엘리자베스 루이 비제 르 브룅, 메리 카사트), 어지러운 세상에서 여러 왕을 모시면서도 살아남은 화가들의 처세술은 어떠했을지(안견, 프란시스코 고야, 주세페 아르침볼도), 선비화가가 왜 하층민의 삶을 담은 풍속화를 그렸는지(공재 윤두서)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화가들의 삶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낸다.
책 《왠지 끌리는 명화 한 점》은 미술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여류화가들의 이야기, 초상화를 실물보다 더 아름답게 그리는 재주를 가져 당시 귀족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었던 화가(프랑수아 부셰), 반대로 왕비 후보의 초상화를 너무 미화해서 그렸다는 이유로 헨리 8세에게 궁정화가 자격을 박탈당한 화가(한스 홀바인), 시대에 따라 작품 제명이 바뀌어온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등 그림에 얽힌 다양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32인의 화가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피터 파울 루벤스는 특별히 두 번 등장한다. 〈시몬과 페로〉(2장)로 한 번, 〈한복을 입은 남자〉(5장)로 또 한 번.
이 책에는 조선시대의 화가 6인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안견, 연담 김명국, 공재 윤두서, 단원 김홍도, 긍재 김득신, 혜원 신윤복이 그들이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
이윤서 소장과 함께 떠나는 명화 여행
시대를 초월하여, 동서양을 넘나들며 꾸준하게 사랑받는 그림들이 있다. 작품이 그려질 당시에는 주목 받았지만 화가의 사후 잊혀졌다가 다시 사랑받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당시에는 비난과 비판을 받았지만 후대에 뒤늦게 찬사를 받는 그림도 많다.
그림은 화가와 시대배경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어려워만 보였던 ‘명화’를 쉽게 들려주는 이윤서 소장과 함께라면 금세 그림과 화가의 삶 속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다.
필자는 소녀의 이미지로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브룅의 〈자화상〉을 첫 명화로 골랐다. 그림 속에 의외의 우울감이 숨어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재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죽음과 새아버지와 남편에게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어린 소녀 브룅을 발견해낸다. 굳이 여성화가의 삶을 고찰해보려 하지 않아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절대적인 후원을 받아 프랑스 아카데미의 최초 여성회원이 될 만큼 유명했던 브룅이 미술사에서 왜 주목받지 못했는지를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여성이 직업인으로 (화가로도) 대접받지 못했던 시대, 누드화는 성서와 역사에서 가져온 스토리로만 그릴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많은 화가들이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서 누드화를 그리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피터 파울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수산나와 두 노인〉 등의 그림은 화가의 삶에 집중하여 그 시대적 배경까지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이는 작품들이다.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로 유명한 프란시스코 고야는 여러 차례 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은 뛰어난 처세술을 가진 화가였고, 밀레는 ‘여자의 나체만 그리던 화가’에서 실제 농부가 되어 사랑받는 농민화가로 거듭났다. 카라바지오의 영향을 받은 스페인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거울이 몇 개였을지, 작품 제명은 몇 번 바뀌어왔는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품 한 점에 쌓여온 스토리만 해도 웅장하다.
조선시대의 유명한 도화서 화원 안견의 〈몽유도원도〉 김명국의 〈달마도〉, 김득신의 〈파적도〉도 필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그림의 뛰어난 매력과 우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김홍도의 〈씨름〉에 숨어있는 안정감 있는 구도의 비밀을 알고 나면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서민을 그린 선비화가 윤두서의 〈자화상〉, 여자를 잘 그리고 또 많이 그린 화가 신윤복의 풋풋한 젊은이들의 연애 나들이 〈연소답청〉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왠지 끌리는 명화 한 점》은 동서양의 유명화가 32인의 작품 72선을 선별하여 화가의 삶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피터 파울 루벤스는 특별히 두 번 등장한다. 〈시몬과 페로〉(2장)로 한 번, 〈한복을 입은 남자〉(5장)로 또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