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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 있소

여기, 사람 있소

  • 강광석
  • |
  • 디자인공감
  • |
  • 2021-10-20 출간
  • |
  • 395페이지
  • |
  • 152 X 225 mm
  • |
  • ISBN 9791197408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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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우직한 농민의 정직한 기록에서 배운다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돌아보니 저자와 낯을 익히고 지낸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사적으로 속 깊은 대화를 차분히 나눠본 적은 없었더군요. 내가 그의 고향 강진과 붙어있는 해남에서 나고 자랐다는 연고로 하여, 해남에서 광주를 가는 버스를 타면 들렀다 가는 성전터미널의 그 성전면에서 그가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여, 사적으로 꽤 친근하게 느껴 왔었는데 정작 나는 그의 삶과 활동의 이력에 대하여 별반 아는 게 없었더라고요. 하긴 그와 내가 얼굴을 마주했던 게 해남과 강진이 아니었고, 서울이나 대처의 회의장이나 수련회 장소 또는 거리의 투쟁 현장에서 조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번에 책을 내는데 한마디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원고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에 대하여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십여 년 전 서울에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당직자로 일하던 시절에 〈경향신문〉에 실린 그의 칼럼을 띄엄띄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가 2005년 4월부터 이 신문에 칼럼 기고를 시작했고, 2012년 8월까지 무려 7년 넘게 연재를 이어갔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일간지 연재가 끝난 이후에도 그의 글쓰기는 이어졌더군요. 2015년 3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주간지 〈한국농정신문〉에 달포 간격으로 게재되었던 ‘농정춘추’ 칼럼을 책의 원고로 한꺼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소감 첫 번째는, 기록의 소중함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입니다. 우리에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으로 익숙한 작가 밀란 쿤데라는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사회적 약속을 했었던 것이고요. 기억은 세월의 흐름에 빛이 바래면서 조작되고 편집되게 마련입니다. 기억을 위해서는 반드시 기록이 필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요. 그의 원고를 읽으면서 망각하고 지낸 지난 시절에 대한 기록을 다시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시대에 민중의 일원으로 함께 일하고 투쟁했던 ‘또 다른 나’의 일기장을 꺼내 읽는 것처럼 느끼면서 공감하였거든요.

망각의 죽은 세포가 기억의 산 세포로 되살아나 한참을 사색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의 사건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여 당시의 나를 다시 돌아보고 반추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종이 활자의 지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인쇄된 단행본으로 읽게 되면 더욱 사색의 깊이가 더해지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책을 읽다가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대목을 만나게 되면 어떨까요. 애연가라면 잠시 책장을 덮고 담배를 찾을 것이요 애주가라면 술 생각이 절로 들 것 같습니다만, 차분하게 차를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겠지요. 아름다운 기억이건 회한에 찬 기억이건 소중한 기억의 복원을 위하여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기록의 소중함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요새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랍시고 야단법석이고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그러던데요. 기록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것도 아주 시의적절할 것 같습니다. 망각 속에서 노무현 찬양가를 부르는 이들에게 들려줘 기억을 일깨워주면 좋을 것 같거든요.

“2007년 3월 20일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농어업 분야 업무보고’에서 농민들이 ‘염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농민들이 자꾸 돈을 내놓으라고 한단 말이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하면 또 돈 내놓으라고 하고, 한·중 FTA 하면 또 내놓으라고 하고…. 길거리에서 농민단체가 밥 굶고 노숙한다는데 국민들 동정심이 거기로 기울 거니까….’” (‘몰표를 후회하는 농민’)

“자신만이 옳다고 온갖 독설을 내뿜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결단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이명박 당선자가 닮은 꼴로 보이는 이유는 주변의 비판과 우려, 걱정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노파심쯤으로 치부해버리고 ‘내 마음 몰라주는 국민’을 향해 ‘왜 이렇게 무식하냐고 좀 배우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열린 지도자를 원한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주의는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농민의 삶은 벼랑에 몰렸습니다. 지난 정권 10년을 누구는 잃어버린 10년이라 하고, 누구는 민주정권 10년이라 합니다만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모든 정권을 농업 포기 60년 정권이라 말합니다.
지난 정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찬성하고 이라크에 국민의 군대를 파병해야 한다고 침 튀기며 선동했던 저 민주투사 출신 정치인들이 지금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하고 정신이 혼미합니다. 이 정권이 미국에 핵우산을 씌워달라고, 그것을 문서로 보장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과 미군기지 재배치를 위해 농민들을 그들의 터전에서 내쫓았던 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기 힘듭니다.” (‘민주당에 희망은 있는가’)

그래서 저자는 단언합니다. “문재인보다 더 진보적이고 더 민중적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노동자, 농민, 빈민의 삶은 나아질 것인가? 그럴 수 없다.”(‘저임금과 농산물값은 하나다’)라고 말이지요.

이 책을 읽은 소감 두 번째는, 개인적인 반성과 부끄러움입니다. 이십여 년 넘게 삼농(농민/농촌/농업) 주제의 글을 쓰거나 농민들을 만나는 강연을 심심치 않게 다니고 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농촌 현장에서 일하는 농민의 ‘낮은 목소리’(그의 쓴 경향신문 칼럼의 꼭지가 ‘낮은 목소리’이다)를 들으니 부끄러워서 저절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이 책은 나에게 ‘내가 과연 농민들의 감성과 정서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글을 쓰고 강연을 했던가?’에 대하여 되돌아보게 만들더군요.

나는 삼농을 생각할 때마다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곤 합니다. 어머니는 평생을 전답 고랑 속에 묻혀 살다가 돌아가셨고 죽어서도 산마루에 누워서 그 땅을 지켜보고 계시는데요. ‘어머니는 나의 이 말과 글에 어떻게 생각하실까?’ ‘저기 강연장 뒤쪽에 앉아서 내 강연을 듣고 계신다면 뭐라고 하실까?’를 애써 떠올리곤 하거든요. 내 딴에는 농민의 감정과 정서를 연상한답시고 그러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간접 체험의 연상 작용이 얼마나 힘없는 짝사랑 같은 짓인지를 아프게 깨닫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노동하고 투쟁하는 농민이 들려주는 죽비소리를 듣는 것이니까요.

내가 새삼스레 왜 이런 부끄러운 반성과 성찰의 말을 길게 쓰는가 하는 건 책을 읽어보면 금방 이해가 될 텐데요. 농민의 삶을 진솔하게 기록해 전하는 저자의 글은 어느 한 군데도 빠짐없이 다 좋았습니다만, 특히 ‘아버지의 유언’이 나에겐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열 살 때부터 머슴살이를 시작해 구순에 세상을 떠나신 이 시대의 농사 장인의 유언을 전한 기록은 가히 절창이라고 할 만하더군요. 또한 아흔여덟 할머니가 시집온 지 80년 만에 돌아가셨는데, 임종도 없이 유언도 없이 엿새 만에 면 직원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사연을 전한 ‘대한민국 6만엔, 6만원’도 가슴을 저리게 했고요. 내가 소감을 백 마디 떠드는 것보다 원문을 꼭 한 번 직접 읽어보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이 두 편의 글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은 소감 세 번째는, 저자의 혜안과 예지가 돋보인다는 점입니다. ‘과연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정책위원장을 역임한 사람이로구나’라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내가 구구절절하게 사설을 늘어놓는 것은 불필요한 사족이 될 터이고, 책 속에서 몇 대목만 뽑아서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과잉생산, 가격 하락, 농가소득 감소, 부채 누적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농업을 시장경제에 맡기기 때문입니다. 농사의 반은 농민이 하고 반은 하늘이 합니다. 원래 농업 생산량은 예측이 어렵기에 더더욱 계획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통제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하는데 지금은 시장이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가격이 좋으면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 우르르 망하는 시스템입니다. 농민들을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지역별로 특화 농산물을 지정해 계획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적절한 보상 정책으로 소득을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해남에서 재배하는 월동 배추를 무안에서, 함평에서, 이제는 영광에서도 재배합니다. 이래서는 다 망하는 겁니다.” (‘봄장마’)

“농산물값이 떨어지면 자유시장경제를 하고, 농산물값이 오르면 국가계획경제를 합니다. 농민은 알아서 주린 배를 채워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허기진 배는 수입농산물로 채우는 꼴입니다. 이제는 농업에 대한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농산물은 공공재라는 인식이 문제 해결의 시작입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농산물이라는 매개로 만날 때 주요 중개자는 밭떼기 상인이나 농산물 홈쇼핑이 아니라 국가여야 합니다. 마치 전기와 물, 철도와 공항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농산물은 공공재다’)

그의 사색과 성찰은 단지 거대 담론에만 국한돼 있지 않으며, 그저 대상을 탓하고 규탄·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어쩌면 주체적 성찰과 뛰어난 예지를 보여주는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저자는 20호 조금 넘는 작은 마을에서 치러진 이장선거 경선에서 드러난 토박이와 귀농자의 갈등 현상에 대하여 분석하고 슬기로운 해법을 제시합니다. (‘토박이와 귀농자’)

또한 농촌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제 잔재의 구태와 관습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고 여성 농민과 여성 농민운동가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페미니즘(여성해방주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남편들이 영농교육 받으러 간 사이에 여성 농민들은 감자를 심고, 남편들이 지역발전협의회 회의에 간 사이 밭에서 고추를 따고, 남편들이 친구 부모님 상에 조문 간 사이 배추를 심고 마늘밭에서 풀을 맵니다. 아침에 남편이 마을회관으로 내년 보급종자를 신청하러 간 사이 아이들을 챙겨 학교에 보내야 하고 저녁이면 남편이 보조금 서류를 정리하는 사이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를 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 농협 앞에서 나락 값을 올려달라는 집회를 했습니다. 남자들이 농협 직원·경찰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 여성들의 욕이 들립니다. “야이 개ㅣ새ㅣ끼들아 느그들 월급 오늘부터 25% 깎아봐라.”
삶의 무게만큼 치열하게 여성 농민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나락값 4만원,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그녀들이 싸우는 대상은 꼭 정부만이 아닐 것입니다. 노동의 무게와 육아·가사의 전담에서 오는 힘겨움과 아직도 농촌에 만연한 구태의 관습과 싸우고 있습니다. 마을 대동회의에 여성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마을이 많습니다. 남자 어른들은 방에서 회의를 하고 더 연세 드신 여자 어른들은 회관 부엌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모든 면에서 여성 농민의 지위가 보장돼야 합니다. 골고루 거름을 뿌리기 위해 논둑을 마다하고 굳이 첨벙첨벙한 논바닥으로 들어가 비료를 뿌리는 여성 농민들의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바퀴가 사람 키보다 큰 트랙터를 모는 여성 농민들의 지위가 딱 그 키만큼만 향상되길 바랍니다. 여성 농민들이 이장도 되고 군수도 되기를 바랍니다.” (‘고단한 슈퍼우먼’)

마지막으로, 저자의 혜안과 예지가 반짝이는 글을 인용하면서 마칠까 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과 기후 위기가 인간 사회에 긴박하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데요. 복잡한 이론과 통계수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농사의 현장에서 배우고 깨닫는 농민의 혜안과 예지가 돋보입니다.

“인간은 이 세계의 주인으로 자연을 개조하고 창조적 노동으로 역사는 발전합니다. 그 뒤편에 창조 질서에 순응하며 나고 자라 죽고 다음 생명을 잉태하는 또 다른 자연의 주인들이 있음을 간과하고 살았습니다. 개발과 편익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지요. 이렇게 오직 인간만이 살 수 있는 지구를 만들다가 결국 인간마저 사라질 지구가 될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인간만 살고자 하면 인간도 살 수 없다’)

주절주절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이 책을 꼭 사보시길 추천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이렇게 글이 길어졌는데요. 양해 바라고요. 예의상 의리상 책을 구매만 하고 읽지 않은 채 보관만 하지 마시고 꼭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끝으로 고단한 농사와 치열한 투쟁으로 바쁘고 경황이 없겠지만, 부디 그가 글쓰기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그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2021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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