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군상극이 펼쳐지는 호스피스 병동
인생의 끝에서 비로소 보이는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회복할 가망이 없는 환자의 마지막 거처인 ‘호스피스 병동’. 모든 환자들이 저승으로 갈 차례만 기다리고 있는 이곳은 병원 내에서는 속칭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한 지 2년 차인 간호사 헨미는 환자들의 적나라한 희노애락 속에서 삶과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깨닫는다.
첫 번째, 환자의 수명은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
두 번째, 자식을 학대한 부모에게 편안한 황천길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
세 번째, 모든 것을 잊어가는 와중에도 환자들은 평생 억눌렀던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는 것.
네 번째, 더 이상 갈 곳 없는 병든 이들에게, 어쩌면 호스피스 병동은 마지막 쉼터라는 것.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버지와 그를 원망하는 딸, 오십 평생 일만 하다 쓰러져 혈혈단신으로 죽음만을 기다리는 할머니, 인지증(치매)에 걸려 요양보호사를 자신이 좋아하던 영화배우로 착각하는 노인까지. 우울하고 정적일 것만 같은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희극과 비극이 쉴새 없이 펼쳐진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헤어짐의 순간을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희망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만화가, 오키타 밧카. 『이별의 병동』 1권에는 그가 선보이는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건강한 삶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우리들을 기다리는 죽음
백세인생을 사는 우리들에겐 잘 사는 것도, 잘 죽는 것도 어렵다.
초고령 사회에 한 발 더 가까워지고 있는 한국이지만, 여전히 ‘잘 죽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나이가 들수록 내 능력이라고 믿었던 것이 결국은 건강과 체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내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만 간다. 가족과도 소원하고 친한 친구나 애인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화나 드라마 속 가족들의 사랑에 둘러싸여 임종을 맞이하는 이들의 모습은 때로는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시대와 세대를 가로지르며 많은 이들을 고뇌케 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백세인생이 당연해진 지금이라서 더욱, 『이별의 병동』은 우리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문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