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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조

미스 조

  • 홍명진
  • |
  • 삶창
  • |
  • 2021-04-29 출간
  • |
  • 272페이지
  • |
  • 135 X 200 mm
  • |
  • ISBN 978896655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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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있어도 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

홍명진 소설가의 새 장편소설 『미스 조』는 삶의 격랑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이다. 작가 스스로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 ‘미스 조’는 작가의 경험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이지만, 작가 자신이 “만난 사람 중에 미스 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보편적인 캐릭터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미스 조”와 “오 군” 같은 인물은 작가가 살아온 지난 시절에는 그렇게 낯선 유형이 아니다. 가난과 가정폭력, 그리고 도시로의 이산은 차라리 역사적 의미마저 갖는다. 여기에 “미스 조”의 오빠는 ‘군 의문사’라는 사건으로 희생된 존재다.

하지만 문경은 오빠가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건 그녀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문경은 화장터에서 보았던 몇몇 군인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입을 꾹 다문 채 한곳에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그들 중의 누군가가 엄마에게 다가와 말했다. 조 일병은 생래적으로 성격에 결함이 있는 군인이었고 그로 인해 원만한 군 생활을 해내지 못했다고. 조 일병은 선임들에게 자주 기합을 받거나 상관에게 불려 갔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몇 달 전에는 근무지를 이탈해 탈영을 기도한 사실도 있었다고 했다.(31)

문경이 아르바이트 중 만나서 동거 생활을 하는 “오 군”은 공장 노동자이며 문경은 가짜 족보를 파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니, 이 소설은 80년대에 바치는 비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80년대 하면 떠오르는 영웅적 투쟁과 정치적 신념을 통과하지 않은 밑바닥 존재를 불러낸 점에서 도리어 현재성을 획득한다. 왜냐면 시대만 다르지 “미스 조”와 “오 군” 같은 존재는 오늘날에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둘 같은 존재는 언제나 사회로부터 배제되며, 있어도 없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이런 사회적 현실에 분개하거나 작중 인물들이 대자적 존재로 낳아가는 상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들은 비틀거리면서도 자기 짐을 메고 말없이 살아가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존재들 거개가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잘 살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 사실 또한 작가는 어떤 감상적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이 점이 이 소설의 가장 미더운 점이다.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싸우거나 미워하고, 또 때로는 자잘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지만 거기에서 희망을 말하거나, 아슬아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에만 젖는 것도 아니다.
이는 문경이 다니는 한영통상이 가짜 족보로 사기를 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문경이 그곳을 쉬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문경은 한 달만 한 달만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호구지책을 택하는데, 그것은 양심에 앞서는 생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 군”이 문경 옆을 떠나는 것도 “오 군” 자신의 흔들리는 삶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미 “오 군”의 삶은 가정폭력과 힘겨운 공장 노동이라는 거미줄에 걸려 있다. 상대적으로 “오 군”의 삶은 문경의 눈에 비친 대상으로 그려지지만 “오 군” 또한 문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존재인 것이다.

“구름동으로 돌아가고 싶니?”
침묵을 밀어내며 그가 물었다.
입속에 말이 고이지 않아 문경은 대답할 수 없었다.
“네가 원한다면 가고 싶은 대로 가.”
그는 늘 그런 식이었다. 자기 상처를 내보이는 대신 원하지도 않는 말을 내뱉었다. 간절히 원하는 걸 부정적으로 말하는 건 그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를 선택해야 할 시간이 아니었다. 그녀야말로 오 군에게 되묻고 싶었다.
“자기야말로 어디로 가고 싶은데?”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139~140)

결국 “오 군”은 문경 곁을 떠나지만 그의 떠남은 역설적으로 문경이 한영통상의 일을 그만두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 떠난 “오 군”을 문경이 기다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오 군”이 떠나는 과정과 문경과 함께 일하는 “미스 백”이 돌연 일을 그만두고 사라지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사태인데, 작가는 둘의 떠남을 문경에게 작용하는 어떤 계기로 배치해놓은 듯하다. 하지만 둘의 떠남은 문경이 원하거나 문경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오 군”은 생활 속 동행인이라면 “미스 백”은 노동 현장의 동료라는 사실인데, 그 둘의 떠남은 문경에게 실존적 결단을 촉구하는 외부적 요인임을 암시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문경과 “오 군” 사이, 문경과 “미스 백” 사이가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오 군”과 동거하는 사이라지만, “오 군”은 문경이 의지하고 살아가기에는 불안하기만 한 존재였다. 마찬가지로 “미스 백”은 가짜 족보를 파는 일에 능수능란하게 임하지만 결국 “미스 백”에게도 그 일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음이 나중에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문경이 두 사람에게 어떤 연민이나 인간적 동질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경의 삶에서 두 사람 또한 불가피하게 인연을 맺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문경이 “오 군”을 끝까지 기다리는 것은, 잠시나마 함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상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 군”이 같은 공장에 다니는 “이재규”와 싸우고 병원에서 처치를 받은 다음에 나눈 대화와 그 상황은 그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문경은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들이 사는 시절들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잃어버린 것들과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정작 그들이 알아야 할 것들은 두 사람만 모르고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 같았다.(141)

떠난 “오 군”이 영영 문경과 인연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오 군”은 “오 군” 나름대로 ‘길’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둘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부재하다는 사실을 문경이 쉬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소설이 주인공의 깨달음을 시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런 문경의 지지부진한 상태는 도리어 리얼리틱하다. 마지막으로 문경에게 온 “오 군”의 편지에 감정이 배제된 것은 이 둘의 삶 자체가 감상적으로 되돌아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편지의 내용은 문경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미안하다’
잘 있냐는 인사도 없이 불쑥 미안하다는 말로 편지는 시작되었다.
치악산에서 며칠을 보내고 돌아가려 했는데, 움막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산지기를 만나서 조금 더 있어 보겠다는 내용이 짧게 적혀 있었다. 감상적인 소회 따윈 배제된 내용이었다. 언제쯤 돌아온다는 말도, 기다리라는 말도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편지의 중간에, 마지막에 한 번 더 적혀 있었다. 문경은 답신을 할 수 없는 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261)

문경이 난감한 것은 자신의 삶에 아무런 ‘길’을 제시해주지 않는 냉정한 현실 때문이다. 설령 “오 군”과의 생활이 기억에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물증도 없이 문경 자신에게 상처처럼 남아 있는 시간일 뿐이다. 작가는 이 이상의 무엇을 제시하지 않은 채 소설을 맺는다. 단지 그런 시간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만 밝히는 것 같다. “내가 만났던 수많은 ‘미스 조’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고 하지 않는가!


목차


서울의 끝 … 7
또 다른 세상 … 38
개 같은 날들 … 69
구름동의 밤 … 128
파국 … 186
세상에 없는 시간 … 237

작가의 말 …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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