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록」‘공무원 특집’ 편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부산 본부세관 직원의 “난리났네, 난리났어.” 기억 나세요? 그러면,....
조금만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이라면 뉴스에서 한 남성이 항문에 마약을 넣어 몰래 가지고 들어오다 세관에 걸린 에피소드, 한 여성이 공짜 해외여행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마약인줄도 모르고 불법 약물을 가방에 가지고 들어오다 검사 중에 발각된 에피소드, 이 밖에도 몸에 좋다는 웅담이며 해구신이며 각종 보양식품을 신고도 하지 않고 들여오던 중년 남성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야생동물을 정상적인 신고와 검역도 거치지 않고 반입하던 젊은 남성의 에피소드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하나에 기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백을 마치 공항 패션인 양 아무렇지 않게 어깨에 메고 들어오던 젊은 여성, 신고만 하면 될 것을 단지 몇만 원 아끼려고 무단으로 양담배와 양주를 짐 속에 숨겼던 할아버지의 에피소드는 애교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루에 여러 차례 심심찮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때론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고, 때론 멱살잡이와 으름장이 난무하는 곳, 바로 '도떼기시장' 인천세관이다.
신작 『불안해요? 지켜보는 저도 불안해요』는 이런 실랑이를 매일의 일상처럼 마주하는 인천세관 직원들이 그간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주제별로 묶어낸 에세이다. 책의 저자들은 한쪽에서는 난처함에 얼굴을 붉히고 다른 쪽에서는 바닥에 누워 배째라 삼십분 째 시위를 벌이는 현장에서 다양한 군상들이 벌이는 다양한 행태들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감쪽같은 속임수로 직원의 눈을 피하는 지능형부터 울며불며 한 번만 봐달라며 애들 선물이라며 싹싹 비는 읍소형, 이미 걸렸는데도 끝까지 자긴 모르겠다며 시치미를 떼는 모르쇠형에 이르기까지 공항을 드나드는 우리네 이웃들의 포복절도 이야기들이 한편의 종합세트와 같이 실려 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교묘하고 지능적인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현 세태를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어 보인다.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방송에서 게스트로 나온 부산 본부세관 직원이 2019년 적발된 밀수금이 1조 800억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그 심각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반인에게 평소 세관이라는 기관이 마냥 어렵고 불편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출간되었다. 이 책을 통해 세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며 세관도 여느 공무기관처럼 일반인들에게 문턱이 낮은 곳이라는 점을 책 곳곳에서 밝히고 있다. 책은 또한 세관이 단순히 여행객들에게 불필요한 과세를 시행하고 시민들의 짐을 뒤지는 부정적인 곳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는 첫 번째 관문이며 무기나 마약류, 귀금속, 외래 동식물 등을 막아내는 마지막 수문장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코미디가 따로 없는 배꼽 잡는 이야기들로 공항 세관 직원들의 공식 업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방심한 실수로 인해 설레는 여행이 자칫 스트레스로 바뀔 수 있음을 주지시키는 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미덕이기도 하다. 코로나 세상에서 벗어나 멋진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기 전 이 책을 한 번 일독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