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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삶

게으른삶

  • 이종산
  • |
  • 문학동네
  • |
  • 2014-07-21 출간
  • |
  • 152페이지
  • |
  • ISBN 9788954625371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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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래, 나는 헤엄치는 법을 잊었어 _007
넘어지는 동물 _025
철공소 거리 _046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_074
토네이도 뉴스 _090
왓 프라깨우 유티나이 캅 _104
열대의 밤 _115
토막들 _126

작가의 말 _148

도서소개

『게으른 삶』은 겁이 많아 ‘너구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스물세 살 여자애 노진이와, 담백한 성격의 동갑내기 남자애 ‘참치’가 서로에게 잠시 머물렀다 지나치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자 청춘소설이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치는 시기인 청춘의, 그것도 연애를 담은 이야기라면, ‘게으른 삶’이라는 제목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곰곰 되돌아보면, 청춘의 어느 시기 누구나 어떤 ‘게으른 순간’을 지나온 것은 아닐까.
“서사의 새로운 감각” “독특한 발성과 무심한 감성”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가 이종산의 두번째 이야기

한계를 뛰어넘고 금기를 박살내고 현재를 돌파할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제정된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그 1회 수상작가 이종산이 두번째 장편소설 『게으른 삶』으로 독자들과 재회한다. 첫 작품 『코끼리는 안녕,』(2012)으로 “전혀 새로운 감각의 출현”(윤대녕)을 알렸던 작가는, 『게으른 삶』에서 소설의 공간과 인물을 조금 더 현실 가까이 당겨오며 이 시대 청춘의 내면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데 주력한다.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홀로 몸을 떠는 이 시대의 청춘들. 더는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싶지 않기에 자신만의 고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부유하는 이들이 있다. 이종산은 그 애잔한 청춘의 민낯을 그려 보이며 오히려 특유의 담담한 문체를 유지하는데, 이 시대 젊은이들의 무심함을 닮은 그 리듬은 누구와도 온전히 공유할 수 없는 불안을 아무렇지 않은 척 감추는 그들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누구나 언젠가는 푸르게 흔들리던 청춘을 지나 어른이 된다. 그때 우리에게 고치를 열게 했던 힘은 무엇일까. 그 동력은 어떤 이들에겐 불안을 뛰어넘는 강한 열정과 목적의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게으른 삶』의 인물들에게 더욱 중요한 삶의 에너지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으로부터 우러나온다. 소설 사이사이, 수줍게 반짝이는 생의 순간들은 그렇게 독특한 발성에 실려 얼굴을 내민다. 어쩌면 그런 소중한 시간들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며, 내면으로부터 진정한 용기를 채워주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소설가 이종산은 놓치지 않는다.

누구나 게으른 순간을 지나 여기에 서 있다

『게으른 삶』은 겁이 많아 ‘너구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스물세 살 여자애 노진이와, 담백한 성격의 동갑내기 남자애 ‘참치’가 서로에게 잠시 머물렀다 지나치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자 청춘소설이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치는 시기인 청춘의, 그것도 연애를 담은 이야기라면, ‘게으른 삶’이라는 제목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곰곰 되돌아보면, 청춘의 어느 시기 누구나 어떤 ‘게으른 순간’을 지나온 것은 아닐까.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아 차라리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막막한 순간들을. 『게으른 삶』의 주인공인 너구리 역시 미래를 떠올리면 그저 불안하기만 한 평범한 청춘이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청춘이라 이름붙여진 시기가 곧 삶의 모든 것에 서툴 수밖에 없는 한때이지만, 지금의 그녀로서는 부족해 보이기만 하는 자신을 너그럽게 껴안을 수 없다. 결국 무언가를 새로 시도하는 것의 어려움을 ‘귀찮음’으로 포장해버리는 너구리의 모습은 우리가 한번쯤 지나쳐왔거나, 혹은 지금 처해 있는 바로 그 막막한 한때가 아닐까.
너구리가 그녀보다 한발 앞서 청춘을 통과하고 있는 ‘브라운’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엿보는 순간은 청춘의 불안감을 가감 없이 그려낸 명장면이다. 너구리는 브라운 또한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처지임을 확인하고, 그녀 역시 브라운의 나이가 되어도 지금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빠진다. 이른 새벽 브라운의 집에서 나와 거리를 걷는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우울한 예감이 엄습한다.

나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서 거리를 걸었다. 결코 행복해질 수 없으리라는 예감 같은 것. 누구도 제대로 사랑할 수 없고 따라서 누구에게도 유일한 무언가가 될 수 없으리라는 그런 예감. _73쪽

대화의 여백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

아무리 발버둥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게으른 시간들이 너구리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녀의 일상에 찾아오는 소중한 순간들이 있기에 너구리는 다친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금 힘을 내볼 수 있다. 이종산은 그 맑고 싱그러운 생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소설의 한 장면으로 구축해낸다. 툭툭 던져놓은 듯한 짧은 대사들의 행간에는 그 어떤 긴 말로도 다 담지 못한 의미들이 숨어 있다.

물고기와 장미와 가오리에는 가시가 있다. 가시가 있는 것 앞에서는 조심스러워진다.
나도 가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슴도치가 되고 싶어?
너구리보다는 낫겠지.
너구리가 나아. 가시가 있으면 못 만지잖아.
하여튼. 하나도 담백하지 않은 참치를 피해 다음 전시장으로 갔다. _133쪽

너구리와 참치가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는 이 장면에서 애정이 담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백을 채우고 있는 그들의 속마음을 채워가다보면 그 무심한 대화가 품고 있는 감미로운 사랑의 속삭임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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