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선덕여왕이 있었다면, 고구려엔 평강공주가 있었다!
시대를 앞서간 여장부 평강의 불꽃같은 삶을 그린 팩션
우리에게도 이토록 비장한 사랑의 역사가 있었던가?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 원작소설!
구전 설화 속에서 울보 공주, 현모양처로만 그려졌던 ‘평강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한 시대를 호령한 천하 여장부로 탄생시킨 역사 팩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가 소설가 이문열, 영화감독 이장호의 권유로 집필에 착수한 지 30년 만에 완성해낸 역작. 안락한 왕족의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자기 삶을 일구어나간 평강의 불꽃같은 삶이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모든 설화에는 어떤 식으로든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 녹아들어 있게 마련이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일국의 공주가 평민 출신 바보와 결혼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녀가 온달에게 시집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혹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면밀히 연구한 끝에 그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당시 평원왕은 밖으로는 중국(북주)의 군사적 위협, 안으로는 귀족세력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있었다. 특히 중앙 귀족세력은 선대왕인 안장왕과 안원왕을 암살할 만큼 위세를 자랑하며 공공연하게 왕권을 위협하고 있었다. 평원왕은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신흥 무사계급을 등용함으로써 기존 귀족세력을 견제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온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경우,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가 단순한 사랑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역사적 사실에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시켜 저자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왕후의 비명횡사에 차기 왕위 계승권을 차지하려는 귀족세력의 음모가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다음 차례는 평강공주와 태자 남매였을 것이다. 그래서 평강공주는 자기 보호 수단으로 울보 공주라는 나약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온달과 결혼하기 위해 출궁을 감행한 것에는 귀족세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맞설 대항마 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볼 때, 평강공주의 새로운 면모가 오롯이 드러난다. 즉 그녀는 단순한 ‘내조자’가 아니라, 아버지 평원왕을 도와 왕권 강화를 위해 노력한 ‘지략가’이자 당차게 자기 삶을 설계해나간 ‘개척자’였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천추태후, 미실, 선덕여왕, 덕혜옹주 등 그동안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여성 위인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서사물이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평강공주만큼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사랑받아온 캐릭터가 드문데도, 이를 제대로 형상화해낸 정통 역사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의외다. 『평강공주』는 기획 단계부터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에 따라 드라마, 오페라,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동시 추진되어왔다. 김소현, 지수 주연의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극적 사랑의 서사를 만끽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