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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발견

마을 발견

  • 송경애
  • |
  • 기역
  • |
  • 2020-12-24 출간
  • |
  • 270페이지
  • |
  • 153 X 225 X 20 mm
  • |
  • ISBN 9791191199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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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다정한 마을, 다정한 사람

가을 햇살이 스미는 순간이었다.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외마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작은 생명체의 표정이 이토록 당당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괭이밥 꽃은 오밀조밀 단정하게 노랗고, 닭의장풀은 수채화처럼 맑은 파랑을 가지 끝에 올렸다. 아기새마냥 앙증맞은 연보랏빛 새콩 꽃이 황홀했고, 모가지 길게 뻗어 도란도란 피어난 씀바귀 꽃이 정겨웠다. 이삭마다 눈부신 햇살이 내려앉은 강아지풀은 유려하게 흔들렸다. 사지창을 겨누며 들러붙을 준비를 마친 갈빛 도깨비바늘 씨앗조차 촤르르 빛나는 날이었다. 흔하디 흔한 작은 풀꽃들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제 꼴을 만들고 제 빛을 뿜었다.

‘아, 아이들도 그럴 수 있다면!’
서른 해 가까이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여긴 시절도 있었고, 삶으로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린 딸아이를 교무실 소파에 재워놓고 새벽이 밝아오도록 연구와 자료 제작에 몰두하던 날들은 좋은 선생으로 아이들과 마주하고 싶은 갈망의 표출이었다. 스무 해가 다 되어서야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아이를 둘러싼 세계가 온전치 못했다. 아이들의 삶이 학교에만 있지 않았다. 그들의 온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좋은 학교 너머 더 좋은 사회를 상상하고 고민해야 했다.

까맣게 잊고 살았다.
조각난 기억의 끄트머리를 붙들고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거기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와 시리도록 푸르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뗄 때마다 저마다의 빛깔로 이야기들이 반짝였다. 작지만 단단했고 소소하지만 찬란했다. 빛이 아이들을 넉넉하게 감쌌다.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설 때마다 어제와는 다른 빛을 발견했다. 하방연대(下方連帶)의 이야기들이 시냇물처럼 재잘거리며 바다를 향했다.

학교 현장을 떠나 일 년을 보낸 적이 있다. 광주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을 처음 실행한 2016년이었다. 지금 여기, 아이들의 일상이 조금 더 따듯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나도록 군불을 지피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아슬아슬하게 치닫는 경쟁의 도가니에서도 우직하게 사람의 길을 보여주는 마을님들과 어깨동무하고 싶었다.

무던히도 쏘다녔다.
많은 마을을 만났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고민하는 마흔세 개 마을을 찾았다.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뀔 때까지 일주일에 두세 날은 어김없이 마을로 가서 돌아다녔다. 별이 초롱한 밤 마을 모임에 초대한 이도 있었고, 1박 2일 캠프에 불러준 마을도 있었다. 모내기를 같이 했고 마을축제를 함께 즐겼다. 학교와 마을의 중재 역할을 요청한 이도 있었다. 서울 마포의 성미산마을과 삼각산 재미난마을에서 배웠다. 일본 아만토 마을과 덴마크 스반홀름 공동체도 둘러보았다. 깨어 있는 거의 모든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은 마을에 머물렀다.

이 책은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이가 발견한 마을 이야기이다. 예닐곱 해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지속하며 광주만의 ‘결’을 발견했다. 뜨거운 갈망과 통렬한 비판의식을 품고서도 운동하는 이들의 표정은 마을을 지키는 나무들처럼 다정했다. 말과 품이 넉넉했다.
이 이야기를 기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슬프고도 강인한 아름다움의 실체와 그것이 빚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내 문장으로 옮기고 싶었다. 섞여본 적 없었던 이질적 그룹을 만나 쓰러지고 멍들며 익어가는 고군분투를, 마을교육공동체를 향한 꿈과 탄식을, 도전과 절망을, 그러면서도 도란도란 재미난 일상을 소상히 알리고 싶었다. 읽기는 곧잘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인간이 낑낑대면서도 골방에 들어앉아 책을 쓴 까닭이다.

현장과 실천을 귀하게 여긴다. 교실이 학교에선 중요한 만남의 현장이듯, 지역에선 마을이 그렇다. 2016년부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소리를 담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주도하는 마을을 찾았고, 마을님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어떤 기록은 나의 시선을 따라 흘렀고 또 어떤 기록은 마을님의 입장이 강하게 담기기도 했다. 혹여 의도하지 않은 왜곡이나 과장 혹은 생략으로 현장의 귀한 활동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다.

『마을 발견』은 광주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논리로 구축하기보다, 생생한 삶과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이는 방식을 택했다. 어떤 정책, 어떤 운동도 삶 속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작동 원리, 즉 현장의 희로애락을 살피지 않고서는 깊게 뿌리내리기 어렵다. 일상에서 만들어가는 마을님들의 이야기, ‘지금 여기’의 목소리에 온 힘을 다해 귀 기울일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동료들이 두려움 없이 세상과 어깨동무하기를 바란다. 마을을 따듯하게 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목차


여는 글

1부 나는 마을주의자입니다
속력보다 방향
이윤보다 생명
개발보다 보존
소유보다 공유
경쟁보다 협력
소외 아닌 환대
인터넷서점보다 동네책방
공산품보다 핸드메이드

2부 마을을 향하여 한 걸음
교사, 마을을 발견하다
어쩌다 마을?
교사, 마을주민이 되다
학교, 마을로 향하다 ‘재미난 작당’
‘달빛 타고 우리 함께 걸어요’ 〈달빛 걷기〉
마을 속 배움터를 찾아서
벤치학 개론
마을, 학교를 품다
문산마을, 모두를 위한 마을교육
평촌마을,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

3부 마을을 유쾌하게 하는 열 가지 힘
신뢰
관계
정체성
공유 공간
성장
재미
사람
연결
청소년의 자리(모두의 자리)
매혹

4부 마을,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꿈꾼다
존엄한 인간, 아이들도 시민
따듯한 관계, 협력하는 태도
삶과 배움의 조화, 살아있는 마을교육과정
사심 없는 활동, 모두를 위한 실천
삶터-마을에 대한 애착, 자존감
온 마을이 함께 성장

닫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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